posted by 해이든 2020. 2. 5. 13:48


이 영화는 영국 역사적 사건보다 영국 국왕 조지 6세의 사생활과 컴플렉스를 다룬 것이라 해야겠다.
영국 황실의 화려한 앞면과는 다르게 뒷면의 그림자 안에 갇힌 왕세자 에드워드와 엘버트.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유분방한 형 에드워드(가이 피어스)는 왕실의 규율에 갇히는 걸 거부하던 위인이다. 유부녀 심슨 부인과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왕실의 위엄을 실추시켰다. 그에 반면 엘버트(콜린 퍼스)는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말더듬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평범한 집안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국민과 대내외적으로 소통해야 했던 왕실로는 개인의 약점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었다. 여러 방법으로 언어치료를 하고자 노력했으나 마이크 앞에 서면 소용이 없었다.

조지 5세가 서거하자 형 애드워드가 왕위를 계승한다. 그러나 갇혀 지내는 것도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도 에드워드 8세와는 맞지 않았던 걸까. 두 번이나 이혼하고 또 이혼 준비 중이던 심슨 부인과 결혼을 하겠다 나선다. 온 유럽이 나치즘과 파시즘으로 전쟁이 발발할 위기에 있음에도 정사는 안중에도 없고 유부녀와의 스캔들도 모자라 결혼까지 하려하자 내각과 교회는 더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되고 퇴위를 거론하게 된다. 결국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여자를 선택하고 왕위를 엘버트에게 넘긴다.

엘버트는 왕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젊은 형이 사랑을 찾아감으로 자신에게 씌워진 왕의 자리를 부담스러워 했다.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헬레나 본햄 카터) 역시 왕실의 가족으로 왕의 아내로 살기 싫어 두 번이나 청혼을 거부했었다. 하지만 운명이 그들을 자유롭게 놔두지 않았다.

말더듬이 왕 조지 6세는 말더듬는 언어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시)를 만난다. 라이오넬 로그는 호주 출신으로 교육도 학위도 없는 언어치료사였다. 물론 처음에는 몰랐다. 나중에 대관식 준비하면서 그가 학위도 교육도 받은 적 없는 공인되지 않은 언어치료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라이오넬 로그는 당당하게 말한다. 제1 차 세계대전 전쟁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는 병사들을 여러 치료한 경험으로 언어치료에 자신감을 보였다.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며 많은 이들을 치료했다고.
그 경험으로 학위는 없지만 자신 있다고 자신을 믿으라고 말이다. 처음 라이오넬 로그를 찾아간 날 치료는 안하고 엘버트의 사생활을 물었다. 이에 엘버트는 화를 냈었다. 사생활 빼고 치료만 하라고.

 

엘버트는 선천적으로 말더듬이로 태어난 게 아니다. 어떤 외부적 요인이 그의 말문을 더듬게 한다고 생각했다. 표면적인 문제만으로 치료할 수 없다는 게 로그의 이론이었다. 말을 더듬게 하는 내부적 요소를 밖으로 꺼내 던져버려야 했다.

선왕 조지 5세는 엘버트에게 엄격하고 무서웠던 아버지였다. 형 에드워드와는 달리 아버지 맘에 드는 아들도 아니었고, 말을 뱉으라 윽박지르던 아버지와 버벅 버티라고 놀리던 형 사이에서 그는 심적 무게감과 열등감을 가졌을 것이다. 또한 왼손잡이였던 엘버트는 아버지에게 혼나며 오른 손으로 바꾸었고 안짱다리로 인해 철제 부목을 대고 지내야했다. 유모의 괴롭힘으로 위장병을 앓고 있는 등 그의 성장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이제는 원치 않은 국왕의 자리에 올랐다. 왕으로서 연설도 해야 한다. 온 유럽이 히틀러의 야욕으로 먹힐 판이었다.
평화를 지향
하는 그는 전쟁을 막아보고자 했으나 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런 막중한 전시상황에서 첫 전시연설을 생방송으로 해야하는 조지 6세 .
국민 모두에게 왕으로서 마음을 담아 이 상황을 헤쳐나가자 해야하는데 마이크 앞에 서면 그는 더듬는다. 과연 멋지게 해낼까? 조지 6세는 마이크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통해 리더로서의 자질 중  '스피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그랬고 오늘날에도 리더의 자질로 '스피치'는 갖추어야 할 덕목처럼 느껴졌다. 스피치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세계적 리더 중 모두가 그 자질을 갖추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는 이도 있고 타고난 자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인물을 우리는 많이 알고 있고 그가 한 말 한디가 가지는 파급력도 크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SNS 세상에서는 더.

영화에서 금수저 태어난 조지 6세와 흙수저였던 히틀러가 동시대를 살았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아니 단순히 동시대를 살았다는 걸 넘어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한 나라의 전장의 리더로서 존재했다는 것.

말로 전쟁을 일으킨 선동가 히틀러와  말로 고생한 더듬이 왕 조지 6세....수많은 관중 앞에서 마치 웅변을 하는 듯한 히틀러와 발음 하나 하나 입술 근육을 다 사용해 내뱉는 콜린퍼스가 연기한 조지 6세...한 사람은 말더듬는 컴플렉스를 안고 오직 마이크가 설치된 방안에서 혼자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손에 긴장감을 주는 반면 세기의 선동가인 독일의 히틀러는 말만 번지르하게 온 유럽을 핏빛 바다로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보며 세기의 스캔들의 주인공인 심슨 부인과 에드워드의 사랑도 대단하다 느껴서인지 그들의 삶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