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를 만들어낸 존 카니 감독은 또 한 번 거리밴드를 만들어 녹음실을 뉴욕 거리로 옮겨 감성을 음악에 녹여낸다. 영화 OST 'Lost Stars'와 더불어 'Tell Me If Wanna Go Home', 과 'Like A Food'같은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을 탄생시킨다. 음악만큼 사람들을 하나로 소통시키는 도구는 없다고 본다. 음악만큼 사람의 감정의 질감을 어루만지는 건 없다고 본다.
음악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독보적인 정서의 도구요. 소통의 도구요. 사랑의 멜로디라 본다. 슬프면 슬픈대로 음악을 듣고, 아프면 아픈 대로 가서 만져주는 손길 같고, 힘들 때 위로가 되는 토닥임 같고, 지친 어깨에 쉼표를 올려주고, 상처 받은 가슴에 쓰다듬어 준다. 잠시 나를 멈춰 세우고 싶은 영화였다.
노래도 가수를 잘 만나야 빛나듯이 사람도 자신을 빛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데이브(애덤 리바인)는 자신이 빛나길 원하는 사람이다. 환경에 쉽게 변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지만 인간은 환경에 지배당하면서 변한다. 하지만 사랑마저 환경에 지배당하며 변질되어 가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그런 사람이라면 지금의 이별이 길게 봤을때 더 고마울 수도 있다. 사랑보다는 덜 변덕스러운 열정이 이 영화안에서 우리에게 좀 더 나은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이별할 때 여기가 끝인 것처럼 슬퍼한다. 하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는 이의 눈에는 또다른 시작이다.
이별이 사랑의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사랑의 시작점이 되어 준다는 것이다.
그냥 한 사람이 지나간 것이다. 내게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 환경에 너무 쉽게 변질된 사랑, 유통기한이 없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마셔보니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었다. 인연이 아니었던 사람이기에 어짜피 스쳐갈 바람인 것이다.
사랑에 눈이 가려 못 보고 있었던 것일뿐이다. 환상에서 깨어 현실로 나온 것 뿐이다. 남자보는 눈이 모자른 것으로 발길을 돌려 세워 다시 비상하면 된다. 여기가 다시 시작되는 곳이다.
데이브의 성공으로 사랑을 변한 게 아니었다면 그의 오래된 연인으로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역시 그의 음악적 파트너로 같이 행복했을 지 모른다.
정상에 올려가고 보면 자신이 그 곳까지 올라간 여정은 까맣게 잊고 자신의 자리에서의 화려함에 도취되기 싶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망각하고 큰 것을 보느라 작은 걸 놓치고 만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게 만들어진 걸 잊게 된다.
작은 것에 대한 가치를 못느끼는 것이 어쩌면 그 사람에게 길게 봤을때 불행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나는 믿고 있는 사람이다.
오랜 연인이었던 데이브가 성공하여 메이저 음반회사와 계약을 하게 되면서 같이 뉴욕에 오게 된 그레타,
오직 데이브만의 청으로 결정한 뉴욕행이었다. 그녀는 싱어송라이터이며 데이브의 작곡가로 서로 연인이며 음악적 파트너로 함께 생활한다.
그저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그레타는 그가 점점 스타로 성공해 감으로 혼자있는 시간이 늘어간다. 지방공연으로 바쁘지만 그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행복했다.
순례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오랜 연인이었기에 눈빛만 봐도 그가 만든 데모 가사만 들어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그레타는 그에게서 떠나온다. 사랑으로 데이브를 따라 온 뉴욕인데, 대책없이 무작정 나와 버린 그녀는 길거리 버스킹을 하고 있는 친구 스티브(제임스 코든)을 찾아간다.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친구, 또 한번 사랑보다 우정이 주는 믿음에 조용히 박수치고 싶어진다. 그는 거리에서 버스킹을 하지만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없다. 그래도 스티브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힘든 그녀를 그저 편안하게 맞이해 준다.
그레타 혼자 집에 두기 싫었던 스티브는 자신이 노래하는 클럽에 데리고 간다. 우울한 그녀가 노래할 수 있게 무대로 끌어올린다.
담백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 같은 멜로디에 가사에 밥처럼 올라가 있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음악이 다 내꺼처럼 감기는 것은 아니다. 날 감동시킬 음악이 있듯이 사랑도 그러하다.
실패한 선곡으로 귀를 혹사시키지 말고 원하는 곡에 내 귀를 맡기면 그 귀를 통해 내 마음의 정서에 단비를 내려준다.
사랑이라고 다 뜨겁지 않고, 사랑이라고 다 아름답지 않다. 배려가 있기에 그 사랑이 지속되는 것이다.
수량화할 수 없는 사랑에 완벽함이란 없다. 그건 오직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질감같은 것이다.
음악이 주는 것은 사랑이 주는 것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기교없이 기타하나로 자신의 색을 담아내는 그녀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음반 제작자 댄이다. 그는 나름 왕년에 잘 나가던 음반제작자였지만 지금은 가진 건 아무 것도 없고, 실패의 끝자락에서 좌절하는 중이다. 그들은 서로 상처의 끝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댄(마크 러팔로)은 아내의 외도로 아내와 딸과 떨어져 혼자 조그만한 빌라에서 남루하고 살고 있으며,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마저 쫓겨났다. 주머니는 맥주값 한 푼 없이 빈털털이지만 음악적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댄은 그녀의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이끌려 음반을 제작하자고 제안한다.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그녀가 마음을 돌리고 댄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음악적 열정은 있는데 경제적인 제작비가 받쳐주지 않는다.
모든 것에는 경제적으로 뒤따라주지 않으면 고생하게 되어 있다. 음악이 감이나 실력으로만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번번히 실패만 하던 댄에게 회사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댄은 뉴욕거리를 무대로 데모테이프를 만들기로 한다. 시련은 또 다른 인연으로 열정에 불을 당겼다.
음반을 제작할 돈이 없는 그는 뉴욕거리를 돌아다니며 자연 그대로의 소리와 꾸미지 않은 그레타의 목소리를 담아간다. 그리고 그동안 잘못 살아오지 않았는지 그를 도와주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으로 그들의 음악은 서서히 옷을 입어간다.
녹음실에서 기계로 담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의 웃는 소리, 지나가는 차소리 모든 자연이 주는 소리가 악기가 되어준다. 뉴욕 거리 곳곳을 배경으로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사랑, 예술, 인생이 하나로 모이게 된다.
이 영화는 뉴욕의 거리마저 우리에게 여행가이드처럼 안내한다. 뉴욕지하철, 센트럴파크 호수 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보이는 옥상, 차이나타운 등
가면에 가려 덪입혀진 스타의 음악처럼 웅장하지 않아도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도시의 소리와 그들의 진심이 담긴 소리는 그 어떤 합주보다 빛났다
사랑, 우정, 진심, 인생, 실패, 좌절, 기쁨 그 모두를 담아내는 뉴욕거리와 음악이 만나 생동감이 넘쳤다.
사는 건 별 거 없다. 그래 스타가 되지 않아도 이렇게 살면 되는 거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열정 불태우며 주위사람들의 손 함부러 놓지 않으며
그저 상상하지 않아도 되는 삶, 그 자체로 주위와 어울리며 사는 것이 행복한 것임을 알게 된다.
높은 곳에 올라 화려하게 산다고 마음까지 화려한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기초공사가 차곡차곡 쌓여간 건물이 오래가듯, 긴 세월 같이 한 가족이 말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그들의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과정이 사람사는 것 같아 좋았다.
그레타, 댄, 가족 ,친구들이 진심을 다하여 엮어낸 음악은 서로를 이끌어 주며 하나가 될 수 있는 음악으로 관계들을 엮어 준다.
댄은 그렇게 멀어지던 아내와 딸과의 거리도 음악으로 좁혀지고,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노래로 전해진다.
그레타가 추구하는 음악과 댄이 추구하는 음악이 어느 정점에서 만나 불꽃이 된다.
음악으로 치유된 그레타는 이제 데이브에 대한 마음을 치유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자신의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원스>에서도 화려한 무대가 아니어서 좋았다. 그저 어디서나 있을 것 같은 사람의 이야기라서 그들이 들려주는 노래라서 좋았다.
< 비긴 어게인>도 뉴욕거리가 무대가 되어주어 더 정감어렸다. 티켓을 예약하고 콘서트에 가서 듣는 것이 아니고 문득 지나다 음악소리에 발길을 멈추고 같이 공감하며 보답으로 동전을 넣어주고 싶은 그런 음악이라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