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3. 19. 22:01

미스 리틀 선샤인


감독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

 

대학 강사로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좌절한 남편 리차드(그렉 키니어),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토니 콜렛), 헤로인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쫓겨 난 할아버지(앨런 아킨),

투 조종사가 될때까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하며 묵음 수행하는 아들 드웨인(폴 다노),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해 이 집에 얹혀 살게 되는 외삼촌 프랭크(스티브 카렐),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 딸 올리브(아비게일 브레슬린)는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한다.

 
자신의 실패에만, 자신의 꿈에만, 자신의 걱정거리만, 자신의 삶에만 집중하고, 자신의 불행으로 상처내느라

각자 자신의 무게만을 감당하기 바쁘다. 다 벽만 만들고 소리내지도 듣지도 않는 세상, 한 공간에 담겨도 고립된 삶과 다르지 않다.

봉고버스에 탄 가족들 표정
고물 봉고차 안의 가족의 모습

그러던 어느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어린이 미인대회 '미스 리틀 선샤인'대회 출전 기회를 잡게 된다.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봉고차를 타고 1박 2일 동안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이 고물 봉고차는 이 가족을 암시해준다.

멈추고, 망가지고, 문짝도 떨어져 나가고,엉망진창인 고물차이다. 이 가족의 모습처럼  서로 의견이 충돌하고, 자살 시도하고, 마약 하고, 묵언으로 가족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엉망진창인 가족의 모습이다.

올리브의 꿈을 향해 온 가족이 다 한 곳을 보다보니 서로가 다 위로받고 싶고,상처받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차가 굴러 가게, 힘을 낼 수 있게 ,아퍼도 일어설 수 있게, 많은 장애물을 견디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남들이 뭐라고 하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게 위로와 응원해 주어야 하는 가족으로 살아 남아야 한다. 

뒤에서 다같이 밀어야 가는 차, 온 가족의 힘으로, 도움으로 움직이는 차, 가족도 그렇다. 인생도 그렇다.

삶이란 여정속에서 어쩌면 삶은 어른이나 아이나, 늙거나 젊었거나, 책임이 크거나 적거나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아픈 것 보다 가족이 더 아픈 것이 나와 상관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 아픔에 너무 거리를 두고 타인처럼 살아온 자신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가족은 내가 타인으로 취급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들이다. 그들과 떨어져서 내 행복을 꿈꿀 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 소중함을 망각하고 산  자신들을 알아간 여정이었다고 본다.
 
색맹이라 비행기 조정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드웨인은 차에서 뛰쳐 내린다. 

 "이혼, 파산, 자살, 다들 패배자인 이 가족에  끼고 싶지 않아"

어떻게 달래보라는 아버지 리차드의 말에 엄마는 말한다.

 "뭔 할말이 있어. 그냥 기다려주는 수밖에"   가족은 원래 그렇게 기다려준다. 

그리고 오빠에게 조용히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아무 말없이 위로해 주는 올리브처럼 유일하게 나의 절망과 나의 희망을 안아줄 품이었다.
가족의 크기가 다 담겨 있는 장면 같았다. 
 
패배자집단이라고 거기에 합류하기 싫다고 뛰어 내려도 그저 기다려 주는 것 밖에 할 게 없는 엄마라도 아들은 돌아간다.

진심이 아니었다고, 누구보다 안기고 싶은 가족의 품이라는 걸 안다. 

 

가장 절망적일 때 가장 힘들 때 자신을 담을 곳은 가족이 유일하다는 걸 그들은 알고 있다. 
가족은 수식어가 아니다. 
가족은 목표나 꿈이 아니다. 가족은 존재 자체로 힘이 된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설득시켜야 하고, 강요 당해야 하고, 이해 받으려고 몸부림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곳, 내가 어떤 모습이든 그 모습 그대로를 안아 줄 집단이고, 존재함으로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된다.

딸의 공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가족

 

빌어먹을 대회 '미스 리틀 선샤인'
보이는 것에 전부인냥 미쳐 있다. 어린 아이들이 화장을 떡칠하고,억지웃음으로 포장하며, 거기에 부모들은 열광하고, 평가받고, 점수 매기고,다들 미쳐있다. 이건 어른들 미인대회였다. 아이들의 동심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다워야 할 나이에  동심이 추락하고 있다.
미인대회를 개최한 사람들도, 점수를 매기는 사람들도, 부모들도 미쳤다. 
어린이 미인대회라는 것이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삶을 상업적 용도로 타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대회에 어울리는 아이는 올리브 뿐이었다.
미인대회라는 이름하에 그들이 만든 건 어른들을 위한 스트립쇼와 다르지 않았다. 어린이들을 이용한 퇴폐적인 대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을 보며 환상적이야라고 말하는 사회자마저 변태 같았다. 속물덩어리들
"무대에 세우기 싫어"
"둘러보세요. 저런 놈들이 올리브를 평가하게 만들고 싶지 싫어요"
"원하는 대로 놔두자"

올리브 가족은 일제히 모두가 한마디를 던진다. 남이 내 가족을 평가하게 두고 싶지 않다. 

저런 미친 무대에 딸을 세우기 싫은 아빠, 동생을 저런 사람들에게 평가받게 하기 싫은 오빠, 딸이 집착하며 꿈꿨던 대회였기에 딸의 선택에 맡겨 두자는 엄마, 모두 가족으로서 갖을 수 있는 애정이고 보호이고, 선택이다.
올리브 역시 느낀다. 꼴등이라는 걸, 이런 무대에서 1등이 어렵다는 것을,

하지만 올리브는 이 대회를 위해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추억과 그리움을 담아 할아버지에게 바치기 위해 무대에서 열심히 춘다.

할아버지(알란 아킨)와 올리브가 열심히 준비한 미스 리틀 션샤인 대회의 마지막 무대를 통해 가족 모두가 변화하게 된다.

올리브 눈에도 이 무대가 개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걸까?  '니들에게 그럼 나도 보여줄게' 하면서 스트립쇼를 하는 올리브의 춤은 정말 통쾌했다.
올리브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는 가족의 마음은 하나로 통일된 사랑이었다.
아버지는 딸을 무대에서 끌어 내려는 사람들을 막아서며 딸과 같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가족들도 다같이 올라가 춤을 추며 난장판으로 바꾸어 놓는다. 어짜피 대회자체가 말도 안되는 난장판이었다.

딸을 응원하던 가족들의 따뜻함은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사랑이다.

가족만이 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무대를 마치고 처벌을 기다리는 장면

다들 부족하면 어때. 좌절하면 어때, 치고 박고 막말을 하지만 진심이 아니라는 걸 그들은 다 알고 있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장 강하게 끌어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흉내를 내며 성장하게 되어 있다. 
이 영화는 우리의 아이가 내가 만들어놓은 덫에 걸리지 않고 살아가게 어른들이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가족은 유일한 존재들이다. 차가운 육신으로 떠나 간 할아버지도 손녀의 마지막 무대에서 살아서 가족들을 뭉치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올리브를 통해서 말이다.
 
외삼촌은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를 이야기하며 색맹으로 좌절했을 조카 드웨인에게 말한다. 
"인생의 막바지에 도달해서 뒤를 돌아보고는 이런 결론을 내렸어. 자신이 가장힘들었을 시기를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 했어.그게 자신을 만들었으니까."

가장 힘든 시기가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낼테니 이겨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