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느와르 영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3.18 101.레옹:외로운 킬러와 소녀의 사랑이야기
posted by 해이든 2019. 3. 18. 15:36

 

레옹

감독 뤽 베송
영화 레옹
뉴욕 빈민가에 사는 살인청부업자 레옹(장 르노)과 옆집에 사는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의 운명적인 만남.
얼굴에 멍이 들 정도로 맞고 복도에 나와 앉아있는 12살의 마틸다는 코피를 흘리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손수건을 내미는 따뜻한 킬러 레옹.

사는게 원래 이렇게 힘든 거냐구, 아니면 자기가 어려서 힘든거냐고 레옹에게 묻는 마틸다. 
어린 아이라고 하기에는 왠지 너무 어른스러워 보이는 마틸다. 
레옹은 그런 마틸다에게  언제나 힘든 것이라고 대답해 준다. 
 
 
레옹은 의뢰를 받고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일을 하는 살인 청부업자이다. 프로페셔널 킬러 레옹! 
그는 살인을 할 때는 민첩하게 냉정하게 목숨을 앗아간다. 지저분하거나 고통스럽지 않게 한 번에 정확한 스킬로 죽인다.
 
청부살인이라는 직업상 그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갖춘 전문가였다. 
그런데도 그가 잔인하고 냉정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은 그가 우유를 마시고, 화초가 심어진 화분을 들고 다니고,
해맑은 표정으로 영화를 보는 장면과 안경을 벗으면 선량해 보이는 두 눈이다. 
그의 손에서 총과 안경을 버리면 그는 그저 철이 들지 않은 어른일 뿐이다. 
거친 욕설을 하거나, 마약이나 술로 절여 있지도 않고, 여자를 만나지도 유흥에 흥청거리지도 않는다.

거들먹거리지도 포악하지도 않다. 

 
어린 마틸다의 눈에도 레옹이 무섭거나 거부감이 들었다면 말을 걸지도 가까이 가지도 않았을테니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살인청부업자가 아니다. 화초를 키우고 애지중지 다루는 모습은 킬러로서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마틸다가 나간 사이 마약조직 밀매업을 맡고 있는 마틸다의 어버지에게 비리경찰 스탠스 필드(게리 올드만)가 들이닥치고 사랑하는 동생과 가족들이  몰살당한다. 
총소리에 레옹은 그 광경을 보고 경계만 할뿐 마틸다의 가족이 죽어가도 개입하지 않는다. 킬러이면서도 말이다.  
그 사이 마틸다가 돌아오고 눈치가 빠른 그녀는 자신의 집을 지나쳐 레옹의 방문을 두드리고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망설이던 레옹은 문을 열어준다.
 
마틸다는 레옹이 킬러라는 사실에 가족의 복수를 할 수 있게 킬러로 키워 달라고 한다. 문맹인 레옹을 위해 글을 가르쳐주기로 하고 말이다. 복수는 위험한 것이라고 레옹은 거부한다. 하지만 과감하고 완강한 마틸다로 인해 수락하게 된다. 
복수를 위해 킬러가 되려는 마틸다는 레옹을 통해 총쏘는 법을 배운다.
냉철할 것만 같은 킬러 레옹은 나이가 들었지만 다 자라지 않은 순수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처럼 아직도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어린아이와 같았다. 
 
12살의 어린 마틸다는 나이는 어리지만 세상이 너무 힘들다는 걸 다 알아버린 어른같은 아이였다. 삶이 고달퍼서 마음하나 비빌 곳 없이 너무 빨리 성장해 버린 어른이었다. 
마음의 나이는 마틸다가 더 어른스럽고 많았다. 서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삶과 외로움에 그들은 서로에게 너무 많은 감정들이 녹아들게 된다. 서로 다른 삶 같지만 너무 같은 마음인 둘은 서로 가까워진다.

 

레옹은 자신이 모아둔 돈을  자신에게 일이 생기면 마틸다에게 전해주라고 토니에게 가서 말을 할 때는 레옹이 마틸다로 인해 삶이 뿌리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고 싶은 건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 아닌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 충동을 가지게 한다. 감정이 빗줄기처럼 흘러 내리고 있다고 말이다.
 
레옹이 집을 비운 날 마틸다는 혼자 스탠스 필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경찰단속국에 위장잠입했다가 스탠스 필드에게 잡히게 된다.
마틸다의 편지를 보고 레옹은 마틸다를 구하기 위해 경찰서를 습격해 마틸다를 구해 온다. 
스탠스 필드는 자신의 부하가 죽게 된 걸 알고 경찰 특공대를 이끌고 레옹의 아파트에 쳐들어온다. 
완전히 포위된 레옹은 환풍구를 통해 마틸다를 탈출시키려 하고 마틸다는 혼자 가는 걸 완강히 거부한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잠도 자고, 뿌리도 내릴 거야. 절대 네가 다시 혼자가 되는 일은 없을 거야. 사랑한다 마틸다" 라며  자신이 아끼는 화초와 함께 마틸다를 탈출시킨다. 

마틸다로 인해 새 삶을 되찾은 레옹, 

킬러로서 항상 뿌리없이 떠돌던 삶이었다.
그는 청부살인을 하는 잔인하고 혹독한 인간이 아니었다. 어떻게 살인으로 그 길로 접어 들었지만 그는 편안한 잠도 못자고,뿌리도 내리지 못했다. 항상 혼자였다.
왜 뿌리도 내리지 못하는 화초를 들고 다녔는지 알 것 같았다. 
화초를 가장 친한 친구라 했다. "항상 밝고, 귀찮게 안하고 뿌리가 없는 것도 나랑 비슷해"
자신의 삶이었기에 돌보고 안았던 것이다. 가족을 다 잃고 혼자된 마틸다를 보살펴 준 레옹의 마음은 자신과 비슷한 마틸다를 본 것이다. 그래서 보듬고 싶었을 것이다. 
자신의 그 어둡고 힘든 삶에 자신과 똑같은 마틸다가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모은 돈을 다 주고 싶고,마틸다의 뿌리가 되어주고 싶은 것이다. 
"너는 내 인생의 빛이었어. 너로 인해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된거야."
 
레옹은 마틸다를 탈출시킨 후 부상당한 경찰로 위장해 건물을 빠져나가려다 스탠스 필드에게 발각되어 총을 맞고 쓰러진다.
레옹은 마지막 죽어가면서 스탠스 필드에게 '마틸다의 선물'이라고 그의 손 안에 무언인가를 쥐어준다.
그것은 수류탄 고리이다. 핀이 빠진 수류탄은 터지고, 레옹은 스탠스 필드의 목숨도 함께 가져간다. 마틸다의 가족을 죽인 복수를 해 준 것이다.
학교로 돌아간 마틸다는 레옹의 화초를 학교 마당에 심어  뿌리 내려준다.
 
 
<레옹>은 12살 마틸다 역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의 첫 영화 데뷔작이다. 첫 데뷔라고 하기에는 13살이었던 그녀의 연기는 정말 너무 좋았다.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이 오디션으로 그녀를 만난 게 그에게 있어 선물이라 할 수 있겠다. 
레옹역을 맡은 장 르노의 연기도, 스탠스 필드 역인 악역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게리 올드만의 표정연기 또한  틈없이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