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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12 89.비포 선라이즈 : 하루 동안의 사랑 모음집 같은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3. 12. 17:38

비포 선라이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영화 비포 선라이즈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1995년에 선보인 로맨스 드라마 영화이다.
프랑스인 셀린느(줄리 델피)는 부다페스트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고 프랑스 파리로 돌아가기 위해 기차를 탄다.
기차안에서 옆자리의 독일인 부부가 말다툼하자 옆으로 자리를 이동한다.
그 모습을 보던 미국인 제시(에단 호크)가 셀린느에게 말을 건다.
"왜 저러는 걸까요?"
"오래된 부부일수록 말이 안통한다죠. 남편은 아내의 바가지에, 아내는 남편의 침묵에 서로 무뎌지죠."
그 두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은 기차 식당칸으로 옮겨 대화를 이어가게 된다.
개강을 맞아 프랑스로 돌아가는 셀린느와 비엔나에 내려야 하는 남자 제시는 서로 대화를 끊임없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야기가 한참 재미 있어진다. 
줄리 델피
비엔나에 도착했다. 제시는 이번에 내려야 한다. 서로에게 호기심이 생겼는데  비엔나에 내리는 상황이 맥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제시가 용기를 낸다.여기서 이렇게 헤어지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그녀에게 같이 내리자고 설득하기 시작한다.
"계속 얘기하고 싶어. 우리는 뭔가 통하는 것 같아. 같이 내려서 돌아다니는 거야. 호텔비도 없고 그냥 돌아다니는 거야."
설득당한 셀린느는 가방을 챙겨 둘은 비엔나에 같이 내린다.  이렇게 두 사람만의 비엔나 여정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레코드가게안에서

 

비엔나 골목어디에서

 두 사람은 버스와 클럽, 레스토랑, 어느 오래된 무덤, 비엔나 거리를 걷고 구경하며 비엔나의 풍경을 배경 삼아 하루의 시간 안에 자신의 이념, 꿈, 사랑, 가족에 대한 이야기, 사랑과 성적 충동 등 수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끊없는 대사로 서로를 느끼고, 동요하고, 판 튀듯이 논쟁도 하고, 사랑도 느끼며 자신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 뿜어낸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철학, 생각을 계속 질문하고 답하며 거리를 거닐었다.
그들이 나눈 대화속에서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할머니이야기, 사랑에 대한 생각, 꿈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로 밤이 지나고 새벽이 지나 아침이 오도록  주어진 시간을 빈틈없이 채웠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와 함께 비엔나에 있는 사람들의 삶과 풍경, 문화, 거리표정들로 영화는 더 따스하고 평온했다. 
너무 자극적인 것도, 너무 이질적인 것도 없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누군가와 밤새도록 아침이 오도록 저렇게 대화를 하며 걸어본 적이 내 인생에도 있었다. 
처음 만난 낯선 여자와 남자가 우연이 인연이 되어 보낸 하루가 너무 좋았다. 비엔나가 가진 매력까지 말이다.
길거리에서 탄생춤을 추는 여인, 단어를 하나 던져주면 시를 지어줄테니 시가 마음에 들면 사례를 해달라는 낭만적인 거지, 회전바퀴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비엔나 다뉴느강, 그리고  두 사람의 첫키스, 레코드가게에서 두 사람이 LP판을 틀어놓고 서로 눈도 못 마주치며 듣던 음악도,공원 잔디밭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는 두 사람의 표정도, 유람선에서 남은 시간을 아쉬워하는 그들의 애뜻한 표정, 어느 건물에서 흘려나온 연주 음악에 춤을 추다 그 모습을 눈에 사진으로 담는 모습까지.
모든 대사와 모든 풍경과 모든 거리와 음악이 너무 너무 아름다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에게 젊음이 찬란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까?그 젊음에 부여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제시는 마드리에 있는 여자친구와 여름을 보내려고 봄내내 돈을 모아 파리에 왔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자신과 단둘이 되는 걸 계속 피하는 것이다. 그리고 알았다. 자신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그녀와 이별하고 이 기차를 탔다.
추억할 만한게 전혀 없다는 것이 최악의 이별이 그녀와의 이별인 셈이다. 그런 제시에게 또다른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시는 좀 부정적이고 반항아같은 꼬마같다. 
" 내 인생은 추억의 모음같아. 연극리허설을 하는 것 같아. 어른이 되는"
제시는 부모의 실수로  원치 않았던  탄생이었고, 자식때문에 참고 살다가 끝내 부모는 이혼했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고 살고 있다고 말하는 청년이다. 
그에 반해 셀린느는 "난 항상 독립적인 여자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 내 인생을 남자한테 맡기고 싶진 않아."
그녀가 유독 할머니를 좋아하는 것 같다. 셀린느는 인생을 가장행렬같다고 한다. 그 이유를 할머니에 비유하자면
 할머니는 평생 남편밖에 모르고 사시는 분 같았는데 ,할머니의 고백에 의하면 평생 맘 속으로 딴 남자를 품고 그리워했다.  운명에 순응하며 산 것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모든 것이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공원 잔디밭에서
셀린느의 모습을 눈에 사진으로 담는 모습

제시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랑은 혼자되기 두려운 두 사람의 도피같아. 사랑은 이기적이야"
"가끔 훌륭한 가장이 되는 꿈을 꾸지. 가능할 것 같아. 하지만 그런 짓이 내인생을 망칠 것 같아.관계유지에 정력을 낭비하느니 다른데 몰두하다 죽는게 더 날것같아."
 
이에 셀린느는 일에만 매달려 사랑을 준 적도 없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말해준다. 
"만일 신이 있다면 우리 안엔 없을거야"
"너나 내 안엔, 우리 사이의 공간에 존재할거야.마법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 있을거야.해답은 노력속에 있어"
어쩌면 제시는 원치않은 탄생으로 또는 이혼한 부모로 인해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 반해 셀린느는 자신의 삶과 사랑에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다. 

 

서로의 친구에게 전화하는 척 연극하는 모습
그들은 서로의 친구에게 전화하는 척 연극하며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다.
"기차에서 만난 남자와 비엔나에서 내렸어. 얘기가 잘 통하고 넘 귀여웠어. 날 몰래 바라보는 느낌이 좋아. 그가 점점 좋아져. "
이제 제시가 친구가 전화를 거는 척 연극하며 맘을 전한다.
"이건 운명적인 만남같아. 모든 것에 긍정적이지.진짜 똑똑해 열정적이고 사랑스러워.난 자신이 없어.내가 하는 말은 다 바보같아."
밤에 비엔나 건물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며 그들은 말한다.
"마치 꿈속에 있는 기분이야. 이 시간을 우리가 만들어낸 것 같아. 이 시간이 계획적이 아닌 것이야."
비엔나 건물위에서

그들은 전화번호 주고 서로 한 두 번 연락하다 시들해지는 걸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게 6개월 후에 다시 비엔나에서 만나자는 약속과 함께 이별을 한다.

서정시같은 영화다. 찬찬히 그들의 대사에 집중할 수 있어야 이 영화가 아름다워질 것이다. 
비엔나 거지의 말처럼 이들의 인연은 삶에 빛이 된다. 

헤어지는 기차앞에서

모든 게 끝이 있다. 그래서 시간이 더욱 소중해지는 것이다. 이 둘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환상적이지 않다. 복잡한 것이다. 이들은 프랑스와 미국이라는 거리가 존재한다. 
그 거리만큼 제약이 주어질 것이고, 그걸 인정안할 수가 없다. 어쩌면 처음에 제시가 셀린느를 기차에서 내리게 하려고 설득했던 말에서 먼 미래의 추억으로 인연을 담아야 할 수도 있다. 
젊음의 과거속 기차안에서 만난 남자와 보낸 하루가 여우비처럼  삶에 한번씩 나와 가슴을 적셔주는 추억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현재의 권태와 불행속에서 잠시 추억으로 탈출할 수 있게 선물이 되어줄 하루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