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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03 대구 마비정 벽화마을, 쉼표같은 그 곳을 담아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1. 3. 18:32

대구 마비정 벽화마을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위치한 마비정마을

농촌마을 가정집에 그려진 벽화가  마을 어귀어귀에 그려져 아스팔트에 놓여진 우리를 불러들인다.


토속적인 풍경이 점점 가슴속에 들어오고, 흙을 밟고 싶은 건 내게 변화가 오는 걸까?

정말 한달에 몇번 흙을 밟아보고 있는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걸어다닌지 얼마인 줄도 모른다.

가끔 신발 벗고 양말 벗고 맨발에 닿는 흙의 촉감이 그립다. 

점점 각진 상자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원 안에 갇혀도 마찬가지다.

둥그런 지구안에서 숨 쉬고는 있지만 나무와 바람과 흙이 없는 세상에서 난 네모난 건물에 날 집어넣고

네모난 상자를 쳐다보고 웃고 울고, 네모난 휴대폰으로 세상을 보고는 한다.


잠시 고개를 들면 하늘과

잠시 고개를 내리면 땅과

잠시 멈추면 맞이하는 바람을 느끼는데 난 여유를 제대로 즐길 줄을 모른다.

인간에게 주어진 강력한 무기인 감정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한다.

그저 쉼표, 그거 하나 들고 맞이하는 그림은 휴식이거늘

살아가는 거 말고, 숨쉬는 거 말고 내 안의 흐름을 외면하고 살았던 것 같다.

접어든 길목은 토속적이고 정감어린 풍경이 가득하다.



언제나 좋은 곳은 사람들이 먼저 알아보고 온다. 쉼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의 머무름이 느껴진다.

찌그러진 양은냄비, 주전자, 세수대야를 가져다 엿 바꿔 먹던 시절, 그 시절의 나는 아이였다.

고물인 줄 알고 가져다 주었는데, 멀쩡한 걸 엿 바꿔 먹었다고 엄마에게 혼난 그날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 시절 엿장수가 끊어주던 엿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내 입은 기억하고 있다.



울퉁불퉁한 돌맹이에 흙발라 쌓아올린 담도,  소쿠리에 나물 담아 쪼그려 앉아 파는 할머니의 모습도 그저 낯잊은 풍경이다.

누군가의 마음이,누군가의 사연이 예쁘게 적힌 단어 몇줄도 그저 내 품에 안긴 고양이처럼 사랑스럽다.



- 웃는 罪 -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유

물 한모금 달래서 샘물 퍼주구

그리구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유

마비정에 해 안 뜬대두 난 모르오  웃는 罪밖에

<마비정 마을에 적힌 시귀>


여기 저기 적힌 글귀들이 마음을 적신다.

참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정겹게 툭툭 감정을 긁는다.



마당에 있는 수돗물로 등목하던 어린 시절이 거기 있고,

농사를 취미처럼 하는 엄마의 그 긴 밭도, 

고구마. 감자 소쿠리에 담아 오던 거기에 나는  아이였다.

커피솦 이름이 또 그러하네...'그녀의 부엌에는'

왠지 그녀의 부엌에는 엄마의 청국장이 나올 것 같은데 '아메리카노'라 적혀 있음에 또 웃음짓는다.

마비정 통나무에 적힌 흔적들,

그들도 나처럼 감정을 마구 끄집어내고도 모잘라 적어 놓은 글씨들이 또 그리 미소를 담는다.


동네 어귀에서 숨바꼭질 하던 동무들도 이제 어른이 되어 나처럼 아스팔트위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겠지.

예전에 모두 불편한 살림살이였던 도구들이 어린시절의 나를 소환한다.

 바람이 솔솔 들어오는 방안에 이불 덮고 오손도손 둘러앉은 정경이 내 시절 어디쯤 자리했었다.

'다 옛날 이야기다' 속삭이는 것 같다.


이제 나는 늙었다. 아니 늙었다는 말이 슬퍼 나이 들어간다고 표현해 보려한다.

참 열심히 살았다.

난 오늘 쉼을 담고 추억을 담고 미소를 담고 여유를 채웠다.

바람따라 움직이는 세월에 시간을 너무 급히 담느라 놓친 것들이 너무 많은 인생이었다.

남겨놓을 것을 생각하기 보다 담아갈 것을 생각하는 내일이 내 앞에 펼쳐지기를 바라며 끝맺음을 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