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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03 71.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외로운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
posted by 해이든 2019. 3. 3. 19:10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영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한 여자를 1년동안이나 몰래 망원경으로 훔쳐보는 것을 사랑이라 하지 않고 우리는 관음장애라 한다. 
그 여자가 남자들과 나누는 성적 관계, 그 여자가 속옷 차림으로 자신활보하는 모습,여자의 사생활을 매일 같이 훔쳐본다. 

처음엔 친구가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연상의 독신녀 마그다(그라지나 자 폴로스 카)를 훔쳐봤다. 매일같이 남자들이랑 섹스를 하는 그녀를 훔쳐보며 흥분하고 자위도 한다. 그리고 친구가 시리아로 떠난 후 토메크(올라프 루바젠코)는 혼자 그녀를 계속 관찰하게 된다.

처음에는 훔쳐보는 것으로 남자의 성적 흥분을 채웠는데 점점 다른 것이 눈에 보인다.

각도가 바뀌고 그녀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외로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손내밀어 주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을 것이고, 점점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알람으로 설정해놓고 그녀가 불꺼진 집에 쓸쓸히 들어올 시간을 맞추어 같이 나름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새 머리속이 온통 그녀로 가득하고, 그녀의 작은 움직임에도 그는 같이 움직이게 된다.

녀의 벽에 걸린 시계가 멈추어 있는 게 맘에 걸려 그녀 몰래 시계태엽 열쇠를 갖다놓고, 그녀가 이틀에 한 번씩 우유가 배달되지 않는다 하여 새벽 5시에 일어나야 하는 우유배달을 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걸어 아무 말 안 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아무 말하지 않고 듣는 자신을 변태 자식이라고 전화를 끊고 불쾌해하는 그녀를 화나게 만든 것 같아 다시 걸어 "미안해요."라고 그는 말한다.

그녀가 우유와 빵 한 조각을 입에 넣을때 자신도 미리 준비해 놓은 빵을 그녀와 동시에  같이 입에 넣는다.  그의 입장에선 그녀와 같이 식사하는 것이다. 공간은 다르지만 그녀와 생활한다는 느낌으로 그의 생활도 맞추어 준다. 
그녀의 곁에 있는 것처럼 그녀와 마주보고 있는 것처럼 그녀를 망원경으로 담는다.

그는 그녀의 생활만 담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내면도 담고 싶은데 그녀가 우유를 테이블에 쏟고 의자에 앉아 우는 모습을 지켜본다. 왜 우는 것일까? 자신은 살면서 딱 한번 울어 봤다. 혼자가 되었을 때, 그는 고아였다. 그는 한숨도 못 잔다. 그녀가 왜 우는지, 단지 그녀가 우는 게 자신이 무얼 해 줄 수 없는 것이 맘이 쓰인다.

그녀가 다른 남자랑 섹스를 나눌 때 그는 망원경을 내린다. 그가 관음증이라면 더 깊이 망원경에 눈을 갖다 댈 것이다. 하지만 안그랬다. 그녀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녀와 공유한다는 의미였던 것이 많다. 자신 나름대로 자신의 각도하에 그녀의 외로움에 그녀의 불편함에 자신만의 표현을 외출시키지 않은 채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19살의 우체국 직원이다. 그녀가 보고 싶어 가짜 송금표를 만들어 그녀의 우편함에 넣는다. 그녀를 우체국에 오게 하려는 것이다. 그렇게라도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으로 그는 행복했다. 그리고 우편물이 없다고 다음에 다시 또 통지서가 오면  또 오라고 말이다. 어제 울던 그녀가 걱정이 되었던 것일까, 보고 싶은 맘이 컸을까, 그는 또 가짜 통지서를 그녀의 우편함에 담아 놓는다.
그녀가 우체국에 방문했다. 그는 우편물이 없다고 하자 또 우편물이 없는 것에 화를 내고 국장을 불러 오라고 한다. 하지만 국장은 그녀가 내민 송금통지서가 조작됐다고 그녀를 사기꾼으로 몰아 간다.

 

이게 아닌데 단지 그녀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거였는데 일이 커져 그녀가 난처해졌다. 어이없는 그녀는 우체국을 빠져나가고 그는 그녀를 따라 나간다. 실은 그 통지서를 보낸 게 자신이라고 말한다.

왜라고 묻는 그녀에게 당신이 보고 싶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어린 청년을 그녀는 이상하게 취급하고 가버린다. 그러자 그는 망설이다가 "당신이 우니까" 이라고 소리친다.  뒤돌아선 그녀가 자신을 우는 걸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그는 훔쳐봤다고 말한다. 불쾌한 그녀는 그를 꺼지라고 밀어내 버린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사실이 얼마나 불쾌했을지 이해된다. 그녀는 그저 그를 관음병에 걸린 변태로 여겼다. 그리고 그가 지켜본다는 걸 알고 그가 보라는 듯이 야한 속옷을 입고 남자를 불러들여 일부러 관계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우체국 직원이 우리를 훔쳐보고 있다고 말한다. 그 남자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아파트 앞에 와 고함을 지르며 나오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남자는 그를 주먹으로 얼굴을 날린다.

다음날, 새벽에 그녀의 아파트앞에 우유를 놓고 가려는데 그녀가 문을 연다.
자신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키스, 섹스, 아니면 여행. 하지만 그는 원하는 게 없다고 한다.
자신을 훔쳐보는 남자라면 분명 자신에게 이런 걸 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원하는 게 없다는 그의 말을 거짓이라 여긴다. 그는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카페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데이트 신청을 한다.

카페에 앉은 두 사람은 이야기를 했고, 그가 자신의 편지를 빼돌린 걸 알고 너무 집요하다 생각한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직 어려 사랑을 모르는 19살의 청년에게 세상이 그리 사랑이 그리 환상적이지 않다고 깨우쳐 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결국 그를 자신의 아파트에 데리고 가 그녀는 상의만 걸치고 그를 유혹한다. 

자신의 살결을 만지게 하고 허벅지를 안으로 손을 인도하자 그는 그만 사정을 하고 만다. 그녀는"이게 바로 사랑의 전부야."라고그에게 상처를 주고 만다. 그는 그 길로 뛰쳐나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자신의 손목을 면도날로 긋고 만다. 그녀는 그렇게 뛰쳐나간 그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상처를 준 게 미안하다. 이제 그녀가 망원경을 꺼내 그의 집을 본다.

그에게 상처 준 것이 맘에 걸리고 미안한 그녀는 돌아오라고 글을 적어 창문에 갖다 대지만 아무 소식이 없자 그가 놓고 간 코트를 들고 그 집으로 간다. 하지만 친구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그가 그녀를 사랑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신이 들어오는 시간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당신을 지켜봤다고 당신을 사랑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가 병원에 있다고만 하고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가 돌아오면 만나라고 말한다.

그녀는 그를 찾아다닌다. 병원도 알아보고 우체국에도 찾아간다. 그리고 우체국 동료에게 그가 "사랑이 무너져 손목을 그었다."는 말을 듣고 돌아온다. 그리고 그의 아파트에 불이 켜지기만을 망원경으로 애타게 지켜본다.

독신녀인 그녀에게 남자들은 자신에게 무언가를 원한다. 그게 섹스가 되었든, 진심이 다 빠진 소유욕으로 가지고 놀 장난감 정도로 대한다.

래서 그가 말하는 걸 사랑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는 자신처럼 현실의 때가 묻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었다. 그가 옳았다.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았지만 지금 그의 행방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방에 불이 켜지는 걸 보고 그녀는 달려간다. 그리고 손목에 붕대를 감은 채 잠들어 있는 그를 보게 된다. 친구의 어머니는 그녀가 그에게 상처 주는 것을 망원경으로 다 보았기에 그녀를 막아선다. 그녀는 말없이 그가 앉았던 책상에 앉아 망원경으로 자신의 아파트를 본다.

불꺼진 방에 홀로 들어올 자신을 지켜봐주고, 자신이 혼자 울고 있을때 그가 같이 있어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을 훔쳐본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사랑과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있었다는 걸 말이다. 처음엔 훔쳐본 것이다. 그러다 관찰하게 되고 점점 그녀를 지켜보다 그러다 사랑하게 된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감정도 흘러가 커진것이다. 그녀의 외로움이 자신의 외로움과 같았고, 그녀의 슬픔이 자신의 슬픔처럼 동일시했다.
세상에 혼자라 생각했는데 자신을 지켜봐주며 사랑해주고 있는 토메크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가 내 멈춰진 시간을 흐르게 하고, 원치 않는 섹스를 할 때 가스가 샌다고 가스 직원을 보내고, 우유가 배달되지 않는 걸 알고 우유배달원이 되어주고, 그렇게 그녀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같이 있어주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랑은 보고 싶은 대로 본다. 훔쳐보는 그저 나쁜 녀석이라 혼내주려고 했고, 세상의 남자들이 다 속셈을 가지고 여자에게 접근하고, 원하는 게 없는 사랑이라 없다고 여겼던 그녀였다.  

고아로 자란 자신의 외로움과 닮아 있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가 외롭지 않게 그녀가 들어오는 시간에 알람으로 그녀를 맞이하고 그녀와 같이 식사시간을 맞추고, 그녀와 추고, 그녀와 함께 했다. 그의 관점에서 말이다.

세상에 너무 지쳐있던 그녀는 도메크의 순수한 사랑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된 생각이 그의 사랑을 무너지게 한 것을 알았고, 그의 사랑이 온전히 아무것도 원하지 않은 순수한 사랑임을 그의 망원경으로 자신의 집을 훔쳐보며 알게 된 것이다.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을 알아본다.

나도 망원경으로 내 안을 훔쳐볼 순간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