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3. 9. 14:46

플루토에서 아침을 


감독 닐 조던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
패트릭 키튼(킬리언 머피)은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바구니에 담겨 성당 앞에 버려졌다.

사제 관저에서 일하는 여인의 가정에 입양되어 키워진다. 


그는 어려서부터 여자 옷을 입고, 루즈를 바르고, 여자 구두를 신고 그러면서 노는 아이였다. 
체육 시간대신  봉제 수업을 듣고, 학교에서 고민을 적으라는 쪽지에 성 전환수술 잘하는 곳을 알려 달라고 적은 것으로 인해 학교와 집에서는 난리가 나고 키튼은 집을 나오게 된다. 

그는  패트릭보다는 키튼으로 불리기 좋아한다.

집을 나와 우연히 모호크 밴드를 만나 노래를 하게 되고, 빌리 해칫을 사랑하게 된다.

키튼은 그냥 여자로 살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시선만큼 자신을 여자로 봐주지 않는다.

밴드 멤버들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불편해한다. 편견으로 인해 또 세상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빌리는 그 시선을 의식하고 밴드를 잃을 수 없어서,  키튼에게 엄마가 물려 받은 콘테이너에서 살게 해준다.

언덕 위 홀로 외딴곳이지만 집이 생겨 좋은 키튼.

하지만 그곳은 아일랜드 공화당 일원들의 총을 보관하는 비밀장소였던 것이다. 

시내에서 폭탄이 터지고 로렌스 형제가 죽는 걸 본 키튼은 비밀창고에 있는 총을 전부 다 꺼내 던져 버린다. 

빌리는 도를 넘었다고 키튼을 두고 멀리 행방을 감추어 버린다. 

키튼은 떠나가는 빌리를 향해 "당신의 장미와 캔디는 다 거짓이었지만 행복했어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가 사랑해 봤냐는 물음에 한 번이라고 대답한 건 빌리 해칫을 두고 한 말 같다.

키튼은 엄마를 찾아 영국 런던으로 떠난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를 믿는다. 

엄마가 너무 이뻐서 런던이 삼켜 버렸다는 말을 믿는 키튼은 순수하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담고, 순수하게 표현한다.

키튼은 엄마를 유령신부라고 부른다. 엄마도, 현실도 유령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유령 숙녀 '아일리 버긴', 오직 이름만 알고 런던으로 떠난 여정은 참 험난했다. 상처 주는 악당들의 소굴 같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엄마는 런던이 삼켜 버려서 찾을 수가 없다.

악의 유혹은 키튼을 더러운 소굴로 끌고 갔고, 세상 사람들에게 그렇게 당하면서도 항상 경계를 하지 않는 키튼은 그들이 다 진심일 거라고 믿는다. 

키튼의 생각에 앉아 있으면 영화는 동화 속 같다. 악당들에게 당해도 항상 긍정적으로 노래하는 새 같다.

마술사도 경찰도 다 거짓투성이뿐이다. 그를 이용하려고만 한다. 

고향 친구 찰리가 키튼을 도시로부터 구해주러 온다. 

찰리는 어윈의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어윈은 자꾸 멀어져 간다. 비밀이 많아지고 맘은 딴 곳에 가 있다.

그는 공화당 비밀요원이다. 너무 많이 변한 어윈으로 인해 낙태를 하러 가지만 맘이 변해 나오고 만다. 

진실은 항상 맨 앞에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맨 앞에 있는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정면 돌파만이 답인 것도 있다.

키튼은 소수성 애자나 게이나 그런 것들로 부르는 것보다 키튼으로 불리고 싶은 여자다.

여자와 남자사이에서 갈등하지도 않는다. 자신은 여자라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라  갈등할 이유가 없다.

 

 
네모 난 상자의 단면만을 보는 것과 같다. 인생은 복잡하다. 그러나 답은 또 간단한 곳에 있을 수 있다. 

사물의 이면을 볼 생각들이 없는 것 같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봐 줄 생각들이 없다. 설사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남의 인생을 비난할 생각은 넘치나 보다.

 

클럽에서 폭탄이 터지고 11명이 죽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키튼이 여장을 했다는 선입견으로 범인으로 확신하고 심문한다. 경찰서에 잡혀 와 책상에 놓인 신문을 보고 키튼은 웃는다.
 '여장을 한 킬러의 미소'라고  적힌 신문 헤드라인에 거시기에  X를 한 자신의 사진을 보고,

키튼은 "거시기에 X를 하다니 정말 웃긴다." 

X라,  여자나 남자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부정일까? 사회의 인식은 그들을 어떤 부류에도 넣고 있지 않는 걸까?
무늬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게 뭘까? 그 사람의 내면도 마음도 여정도 알수 있는 건 없다.
X라고 하는 세상에 키튼이 진술할 게  있을까? 정말 소통 x 다. 

 

'폭탄 심은 거 자기가 아니면 왜  아니다라고 말을 안하지' 

키튼은 알고 있다. 말해도 안 믿을 것이라는 걸

이미 거짓으로 도배된 상자에 진실 한 방울 말로 떨어뜨린다고  해서 거짓이 진실이 될까? 아니라는 걸 아는 것 같다. 

비틀어진 선 위에 혼자 바로 선다고 그 선은 평행일까? 거시기에 X를 하고 무늬가 다르다고 속지까지 X로 자신을 이 세상에서 몰아 내려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진실이란 없다. 자신들의 그 시선만이 정답인 것이다.

 

키튼은 항상 진실했다. 거시기는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소통하는 사람에게는 보이는 진실이, 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진실은 그저 거짓 나부랭이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여정이야. 그 사람이 걸어가는 길 위에 놓이는 것들을 봐야 된다.

그는 유치장이 거리의 시선보다 따뜻한 곳이라 느낀다.

"사람들은 여길 춥다고 하지만 플루토에서 아침을 먹는 만큼 따뜻하다."

 

플루토는 명왕성이다. 키튼이 만난 국경의 기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수많은 별을 유람한 후 플루토에서 아침을 먹으리'란 말이 키튼에게는 굉장히 낭만적으로 들렸던 것 같다. 꿈꾸는 세상처럼 말이다.

 

 

유치장에서 나가라고 할 때 키튼은 여기 있고 싶다고 사정한다.
"여긴 맘이 편해요. 밖으로 나가는 순간 온 우주를 혼자 떠돌게 되는 것 같아요. 난 소속되고 싶어요."

 

그녀는 여자로도 남자로도 보지 않는 세상속에 그냥 같은 인간으로, 동료로서 소속되고 싶은데 그들은 키튼을 자신들과는 다른 종인 것처럼 소외하고 비난하고 불편해 했다. 자신들은 깨끗하고 키튼은 더럽다는 시선을 깔고 본다.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키튼에게 경찰은 평범한 일을 해보라고 한다. 길거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고 말이다.

키튼은 "전 자격미달인 걸요." 세상은 그에게 평범한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그 평범한 것까지 자격미달이라고 말할 만큼이나 세상이 정말 못되어 처먹었구나. 

그렇게 평범한 일을 해보라는 경찰이 안전하고 합법적이라고 데리고 간 곳이 또 코인 유흥업소(이런데를 뭐라고 하지 코인 성놀이방이라 해야 하나)라는 것이 정말 화가 났다. 

단지 거리에 있느냐 안에 있느냐지 뭐가 다른 건지.

 

키튼은 찰리에게 '이제야 주소가 생겼어'라고 편지를 보낸다.

거리로 거리로 떠돌던 삶보다 나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주소가 생긴 게 이름이 생긴 것만큼 그에게는 안전감을 준 것인지 이제야 주소가 생겼다는 말이 참 슬프게 내 가슴 언저리를 비빈다.

 

주소가 생기고, 자기 집이 있고, 엄마가 있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기를 그가 얼마나 갈망했는지 알 수 있다. 

어딘가 소속된 존재로 있고 싶은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을  성노리개로 가지고 놀고, 엄마는 자신을 버렸고, 아빠는 누군지도 모르고 삶이 뭐 이래.

 
잘 웃던 키튼은 이제 꼭두각시 인형처럼 표정도 없이 거울 안에 담겨 코인을 넣고 자신을 가지고 놀 남자 손님들을 맞이한다. 
"너 같은 남자 앨 알아"

"손님 전 여자입니다."

"옛날에 부모를 모르는 한 소년이 있었어.  항상 웃고 있었어"
" 눈물을 감추려고 웃은 건 아닐까요."
"웃지 않으면 힘들었겠지 자기 처지를 감당하기가 ."
"그를 꽤 잘 이해하시는 것 같네요."키튼은 점점 이야기에 끌려 거울 앞으로 다가가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없다.
" 난 그 애 아빠를 알아. 그 아빠는 아일 몹시 사랑했지만 얼마나 사랑하는 지 표현할 수 없었어. 그 방법을 몰랐어."
" 세상에 그렇게 쉬운 말을"
" 때론 쉬운 말이지만 어떤 사람에겐 불가능한 말이야 그 아이 엄마도 사랑했지만 그 또한 불가능했어."
키튼은 지금 손님이 키튼의 이야기를 한다고 확신했다. 거울을 얼굴을 갖다대지만  바깥 손님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영국으로 떠났지. 혹시 엄마 찾으려고 간 걸 아닐까 ?"
"엄마 이름이"

"아일리 버긴" 자신의 엄마 이름이다. 그리고 바깥에 있는 사람은 아빠인 것이다. 그는 키튼에게 엄마가 가정이 있기 때문에 꺼려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주소를 알려주고 사라졌다.

그는 리암 신부였다.

그의 생부는 교구를 책임진 리암 신부(리암 니슨)로 사제 관저에서 일하던 아일리 버긴과의 사이에서 키튼을 낳게 된다.

신부로서 그는 키튼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과 해줬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했고,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한다는 것도, 너무 힘들어했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았다. 

어쩌면 그또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그래서 아버지로서 살아주지 못했고, 한 여인을 사랑한 남자로 살지 못했던 것이다.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키튼 . 그가 입는 옷들은 스타일도 끝내준다. 어쩜 저렇게 착착 감길까.

걸음걸이며, 표정이며, 맵씨까지 킬리언 머피가 이런 모습이란 걸 상상도 못 했는데 엄마를 보러 갈 때 차려입은 그녀의 스타일은 아름다운 여성 그 자체였다.

 

 

지적이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자 키튼.... 엄마를 찾아간 키튼은 차마 자식이라고 말을 못 하고 전화국 설문조사원이라고 말한다. 엄마를 보자마자 쓰러지고 만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인데, 엄마는 알아봤을까? 못 알아본 것 같다. 여자인 키튼을 몰라본 것 같다. 키튼이 성당 앞에 버리고 간 아들이라고는 생각 못한 것이겠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 왔다. 본 것만으로 이제는 유령 숙녀가 아닌 엄마로 기억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찰리에게서 자신이 주소를 신부님에게 가르쳐 줬다는 소식을 듣고 키튼은 아일랜드로 돌아간다.

리암 신부를 보고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하자 리암 신부는 "아버지"라고 말한다.

네가 돌아오기를 기도했다는 아버지를 만났다. 

"인생은 묘해요. 엄마를 찾아 나섰는데 아빠를 발견했어요."
인생은 예기치 않는 것들과 마주치기도 하고, 내가 아는 만큼 아름답지도 내가 당한만큼 추한 것도 아니다.

 세상은 거짓투성이이지만 진주 같은 진심도 있다. 

 
킬리언 머피가 이렇게 여성스러울 수가,

이 영화로 킬리언 머피를 정말 다시 보게 되었다.

<플루토에서 아침을>이란 영화는 패트릭 맥케이브가 쓴 동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닐 조단에 의해 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