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토에서 아침을
감독 닐 조던
사제 관저에서 일하는 여인의 가정에 입양되어 키워진다.
그는 어려서부터 여자 옷을 입고, 루즈를 바르고, 여자 구두를 신고 그러면서 노는 아이였다.
그는 패트릭보다는 키튼으로 불리기 좋아한다.
키튼은 그냥 여자로 살뿐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시선만큼 자신을 여자로 봐주지 않는다.
밴드 멤버들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불편해한다. 편견으로 인해 또 세상 밖으로 밀려나게 된다.
언덕 위 홀로 외딴곳이지만 집이 생겨 좋은 키튼.
하지만 그곳은 아일랜드 공화당 일원들의 총을 보관하는 비밀장소였던 것이다.
시내에서 폭탄이 터지고 로렌스 형제가 죽는 걸 본 키튼은 비밀창고에 있는 총을 전부 다 꺼내 던져 버린다.
빌리는 도를 넘었다고 키튼을 두고 멀리 행방을 감추어 버린다.
키튼은 떠나가는 빌리를 향해 "당신의 장미와 캔디는 다 거짓이었지만 행복했어요."라고 말한다.
어쩌면 그가 사랑해 봤냐는 물음에 한 번이라고 대답한 건 빌리 해칫을 두고 한 말 같다.
엄마가 너무 이뻐서 런던이 삼켜 버렸다는 말을 믿는 키튼은 순수하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담고, 순수하게 표현한다.
유령 숙녀 '아일리 버긴', 오직 이름만 알고 런던으로 떠난 여정은 참 험난했다. 상처 주는 악당들의 소굴 같았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엄마는 런던이 삼켜 버려서 찾을 수가 없다.
키튼의 생각에 앉아 있으면 영화는 동화 속 같다. 악당들에게 당해도 항상 긍정적으로 노래하는 새 같다.
마술사도 경찰도 다 거짓투성이뿐이다. 그를 이용하려고만 한다.
고향 친구 찰리가 키튼을 도시로부터 구해주러 온다.
찰리는 어윈의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어윈은 자꾸 멀어져 간다. 비밀이 많아지고 맘은 딴 곳에 가 있다.
그는 공화당 비밀요원이다. 너무 많이 변한 어윈으로 인해 낙태를 하러 가지만 맘이 변해 나오고 만다.
진실은 항상 맨 앞에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맨 앞에 있는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
정면 돌파만이 답인 것도 있다.
키튼은 소수성 애자나 게이나 그런 것들로 부르는 것보다 키튼으로 불리고 싶은 여자다.
사물의 이면을 볼 생각들이 없는 것 같다.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 봐 줄 생각들이 없다. 설사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남의 인생을 비난할 생각은 넘치나 보다.
키튼은 "거시기에 X를 하다니 정말 웃긴다."
'폭탄 심은 거 자기가 아니면 왜 아니다라고 말을 안하지'
키튼은 알고 있다. 말해도 안 믿을 것이라는 걸
비틀어진 선 위에 혼자 바로 선다고 그 선은 평행일까? 거시기에 X를 하고 무늬가 다르다고 속지까지 X로 자신을 이 세상에서 몰아 내려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진실이란 없다. 자신들의 그 시선만이 정답인 것이다.
소통하는 사람에게는 보이는 진실이, 보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진실은 그저 거짓 나부랭이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여정이야. 그 사람이 걸어가는 길 위에 놓이는 것들을 봐야 된다.
"사람들은 여길 춥다고 하지만 플루토에서 아침을 먹는 만큼 따뜻하다."
플루토는 명왕성이다. 키튼이 만난 국경의 기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수많은 별을 유람한 후 플루토에서 아침을 먹으리'란 말이 키튼에게는 굉장히 낭만적으로 들렸던 것 같다. 꿈꾸는 세상처럼 말이다.
키튼은 "전 자격미달인 걸요." 세상은 그에게 평범한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가 그 평범한 것까지 자격미달이라고 말할 만큼이나 세상이 정말 못되어 처먹었구나.
단지 거리에 있느냐 안에 있느냐지 뭐가 다른 건지.
거리로 거리로 떠돌던 삶보다 나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주소가 생긴 게 이름이 생긴 것만큼 그에게는 안전감을 준 것인지 이제야 주소가 생겼다는 말이 참 슬프게 내 가슴 언저리를 비빈다.
어딘가 소속된 존재로 있고 싶은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을 성노리개로 가지고 놀고, 엄마는 자신을 버렸고, 아빠는 누군지도 모르고 삶이 뭐 이래.
"손님 전 여자입니다."
"아일리 버긴" 자신의 엄마 이름이다. 그리고 바깥에 있는 사람은 아빠인 것이다. 그는 키튼에게 엄마가 가정이 있기 때문에 꺼려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주소를 알려주고 사라졌다.
그는 리암 신부였다.
그의 생부는 교구를 책임진 리암 신부(리암 니슨)로 사제 관저에서 일하던 아일리 버긴과의 사이에서 키튼을 낳게 된다.
신부로서 그는 키튼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과 해줬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했고,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한다는 것도, 너무 힘들어했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았다.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키튼 . 그가 입는 옷들은 스타일도 끝내준다. 어쩜 저렇게 착착 감길까.
걸음걸이며, 표정이며, 맵씨까지 킬리언 머피가 이런 모습이란 걸 상상도 못 했는데 엄마를 보러 갈 때 차려입은 그녀의 스타일은 아름다운 여성 그 자체였다.
지적이고 세련되고 아름다운 여자 키튼.... 엄마를 찾아간 키튼은 차마 자식이라고 말을 못 하고 전화국 설문조사원이라고 말한다. 엄마를 보자마자 쓰러지고 만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인데, 엄마는 알아봤을까? 못 알아본 것 같다. 여자인 키튼을 몰라본 것 같다. 키튼이 성당 앞에 버리고 간 아들이라고는 생각 못한 것이겠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 왔다. 본 것만으로 이제는 유령 숙녀가 아닌 엄마로 기억할 테니까 말이다.
리암 신부를 보고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하자 리암 신부는 "아버지"라고 말한다.
네가 돌아오기를 기도했다는 아버지를 만났다.
세상은 거짓투성이이지만 진주 같은 진심도 있다.
이 영화로 킬리언 머피를 정말 다시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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