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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15. 21:53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감독 존 포드 

리처드 루엘린의 소설  How Geem Was My Valley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하여 감독상, 남우조연상(도널드 크리스프), 미술상, 촬영상을 수상하였다.

영국 웨일스 지방에 있는 탄광마을을 배경으로 아버지 모건, 그리고 그의 아내, 그리고 6명의 아들과 한명이 딸이 있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늦둥이 휴를 통해  50년이 지난 과거의 생생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속으로 들어간다.
지나온 것은 추억으로 담겨 언제든 가져다 꺼내 올 만큼 마치 어제의 기억처럼  생생한다. 
교회의 종소리, 광부들의 퇴근길에 쏟아져 나오며 부르는 노랫소리,동네 사람들이 모여 흥에 겨워 즐기는 모습들.
탄광 마을 광부들의 얼굴은 웃음으로 빛이 났다.
 
아름다운 풍경에 탄광촌이 있고 탄광촌 먼지가 들어서기는 했지만 풍경이 무너질만큼은 아니었다.  휴를 통해 보는 광부인 아버지와 형들은 손톱밑에 석탄때가 끼어도  다들 광부로서 일하는 것에 만족해했다.

까만 석탄 얼룩은 물에 씻으면 되는 것이고, 지워지지 않는 건 광부로서의 자긍심이었다. 

은행이 없던 곳이라 그들은 그날 석탄을 캐고 벌어온 돈을 벽난로 뒤에 모아둔다. 
아버지는 돈을 제대로 쓰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었고, 휴는 그때 사먹던 사탕의 달콤함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계곡처럼 높은 곳에 탄광이 있고 ,그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마을이 쭉 나열되어 있다. 
광부들이 탄광촌에서 퇴근하며 줄지어 내려오는 길가를 따라 줄지어진 마을에는 아내와 딸,며느리들이 광부들의 노래소리를 들으며 그들을 마중나와 서 있는다. 
작고 소박하고 정감있는 마을이다. 늦둥이 휴를 제외하고는 아버와 형은 모두 탄광에서 일한다. 일이 끝나면  다같이 몸을 씻고 기도를 하고 음식을 먹는다. 
먹을 때는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음식 자체로 이미 이야기가 준비된 식탁이다.
 
탄광촌이 주는 위화감이 아닌 탄광촌으로 인해 마을은 공동체적인 삶이 만들어지고, 결속력이 다져진 하나의 큰 가족같았다.
모건의 가정은 아버지가 머리, 어머니가 심장이 되어 너무 평화롭고 화목했다. 
휴의 기억으로 탄광마을이라고 할 때만 해도 뭔가 어둡고 칙칙한 환경을 생각했지만 너무 평화로운 마을과 평범하지만 너무 행복한 가정을 보면서 가슴이 조금씩 미소가 지어지고 따뜻해졌다. 술과 음악으로 모건의 집에서 잔치가 열리고 모두 흥에 취해 있다.
 
탄광촌에 공고가 하나 붙는다. 
그것은 탄광회사가 임금을 삭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갈등의 시작임을 알린다.  
아버지는 삭감에도 불구하고 석탄값이 떨어져서 그런 것이라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쪽에 서고 아들들은 탄광회사의 횡포라고 파업을 해야된다고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견해로 평화롭던 식탁이 썰렁해진다. 이 평화로운 마을이 조금씩 불협화음이 일고 화목한 가정에 균열이 생긴다. 아들들은 아버지의 의지에 반대하고 집을 나간다. 
그리고 노조가 만들어져 탄광은 장기파업에 들어간다. 처음보다 점점 마을은 어두워져 간다. 
사람들의 표정도 전만큼 밝지 않다.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파업에 반대했던 아버지를 적으로 간주하고 비난하기까지 한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굶주림에 인심은 사라져 가고, 마을에는 노랫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들 둘은 미국으로 직장을 찾아 떠나고,그리고 휴의 집안으로 돌을 던지는 마을사람들의 행동에 휴의 어머니는
휴의 도움으로 탄광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한다. 자신의 남편은 회사의 편도 아니고 마을사람들을 배신한 적도 없다. 내 남편을 괴롭히는 자는 끝까지 쫓아가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하고 그 얼음계곡을 내려오다 휴와 함께 얼음물에 빠지고 만다. 겨우 사람들의 의해 구해졌지만 휴는 동상이 심해 걸을 수 없을 줄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을 듣게 된다.  
어머니는 몇 주만에 일어나고 휴는 겨울 내내 누워 지내야 했다. 

 

목사는 그런 휴에게 의지가 있으면 걸을 수 있다고 희망을 던져주고 '보물섬'책을 선물해 준다.

파업이 끝나고 다시 복귀하지만 인원적 제한으로 복귀하지 못한 광부들이 일터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봄이 되고 들판이 꽃이 피자 목사는 휴를 업고 꽃밭에 간다. 목사의 도움으로 다시 걷게 된다. 
그리고 집을 나가던 아들들도 돌아오고 모건과 아내는 마을사람들을 불러 음식을 먹으며 다시 평화로움을 찾고 웃음을 찾는다.
 
광산에 사고가 나면 마을전체에 사이렌이  소리가 크게 울리게 되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탄광촌이 사고가 나 그만 결혼한 큰 아들이 사고로 죽게 된다. 
휴가 처음 결혼하려고 온 형수를 보고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보니 형수가 될 사람이었다. 형의 죽음과 함께 형수는 아기를 낳는다. 
형의 결혼식날 주례를 한 목사를 보고 자신의 누나가 목사에게 한눈에 반하고, 목사도 누나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 후 목사는 모건의 가족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고, 휴에게도 목사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다. 
목사는 허울뿐인 사람이 아니고 광부들을 위해 같이 노조활동에 동참해주고 탄광에서 사고가 나면 젤 먼저 달려가주는 아주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사람이었다. 
누나를 좋아하면서도 자신의 험난한 인생에 누나를 동행할 수 없었다. 그런 누나에게 탄광주 아들이 청혼을 해온다. 

 

 

딸이 돈 걱정없이 살 거라고 어머니는 좋아하고, 누나는 목사를 찾아가 내가 원하는 건 당신이라고 하지만 목사는 그녀를 험난한 자기 인생에 담지 못한다. 희생과 헌신으로 목사가 된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에 누나를  고생시키는 걸 원하지 않았다. 사랑하지만 그녀를 잡지 못했다. 끝내 누나는 탄광주 아들과 결혼식을 올리고 떠난다. 

 
휴는 유일하게 모건의 집에서 학교를 다른 마을까지 걸어서 다니게 된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은 광부의 아들을 비하하고 더럽다는 등 모욕을 주고, 자신의 물건을 부수는 것으로 싸움이 붙고 엄청 맞고 들어온다. 
아버지는 그길로 휴를 동네 아저씨를 불러 싸움을 가르쳐 주게 한다. 
그는 그 이후 싸움을 잘하게 되고, 학교규칙을 어기고 싸우다 선생한테 걸려 죽을만큼 맞고 들어온다. 
형들은 학교에 찾아가겠다고 하지만 휴는 그러지 말라고 한다. 규칙을 어긴 것이라고, 형은 그런 동생이 기특하다. "니 인생이니까 니 결정에 따른다"고 휴를 안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에게 권투를 가르쳐 준 눈이 안보이는 마을 아저씨는 선생을 찾아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싸움을 가르쳐 주는 시늉을 하며 두들겨 패준다.  

 졸업을 하고 아버지는 휴에게 의사나 변호사를 하라고 하지만 휴는 광부가 되겠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휴의 의사를 존중해준다. 

그리고 휴는 광부가 탄광촌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탄광회사는 더 싼 광부를 쓰기 위해 두 형을 해고한다.  두 형은 일자리를 찾아 마을을 떠난다. 
그리고 결혼하여 마을을 떠난 누나는 아프다고 마을 내 탄광주 저택으로 돌아와 기거한다. 
목사를 사랑했던 그녀는 행복하지 못했고, 이를 안 시댁에서는 그녀를 아들과 이혼을 시킬 생각이라고 그녀의 시중드는 사람들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마을은 온통 목사와 누나의 일로 수군거렸고, 교회에서 누나와 목사의 일로 집회까지 연다고 한다. 남을 헐뜯고 비난하는 사람들로 모건 가정은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목사는 오늘 마지막 기도라고 하며 자신을 비난할 수 있는 자 나서라고 하지만 다들 비겁하여 나서지도 못하면서 당신들의 가벼운 입과 마음의 빈약함은 자신이 하느님의 말씀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라고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왜 교회에 나오냐고 몰아 부친다. 
자신들이 천벌받은 것 같은 두려움에 정장을 걸치고 교회에 나와 있는 아주 비겁하고 나약한 자들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목사는 교회를  나가버리고, 휴는 자신의 누나를 위해 그가 보여준 진실에 고마워한다. 
그리고 갑자기 탄광에서 사고가 났다는 사이렌이 울린다. 
탄광이 무너진 것이다. 이 사고로 아버지 모건을 잃는다. 
 
휴는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버지가 이끌었던 자신의 화목했던 가정, 아버지에게서 배운 철학과 가치는 항상 옳았고 지금도 옳으셨다고 믿는다. 
그게 자신들의 밑거름이 되어주었고 뿌리로 지탱해 주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시던 그 계곡은 항상 푸르렀다. 
가족이 주는 믿음과 소중함은 시간이 흘러도 가슴속에 뿌리처럼 남아 자신을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형제들은 따스했고, 아버지가 만든 가치속에 엄마가 보살피는 가정은 항상 사랑으로 넘쳐났다.
 
작은 가정안에 인생이 다 있고, 마을 안에 사회가 다 들어 있다. 탄광촌을 배경으로 고용자와 노동자의 마찰과 갈등을 너무 깊게 다루지 않고, 영국사회가 갖는 계급의 문제를 너무 적나라하게 보이지 않고, 모건 가족이 갖는 가족애, 사랑, 웃음, 끈끈한 감정들을 따뜻하게 그려내어 좋았다.
마을이라는 공동체속에서 갈등하고,균열을 보이고, 또는 적대시하다가도 진정한 따뜻함을 내놓으면 다시 화합되어 다시 노래 부르고 내 일처럼 나서줄때 삶이 그러하다.
가장 작은 것을 지켜야 큰 것을 지킬 수 있고, 세상의 작은 가치란 없다. 
 
모든 뿌리는 가정에 있다. 그 뿌리가 단단해야 사회가 탄탄해진다. 
그래서 그 뿌리가 단단해야 갈등이 있어도 또 쉽게 서로를 다치게 하더라도 다시 봉합할 조건이 만들어진다. 
왜 가정은 조건없는 사랑이고 조건없는 믿음이고 조건없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만들어 진 모든 것이 사회로 가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아가 추억하여도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것이 된다. 가족은 언제 끄집어 내도 끈끈하게 나를 안아준다. 
나의 어린시절의 아버지, 어머니로 인해 아름다울 수 있는 인생이었다고 말이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