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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03 리플리, 거짓말을 멈출 수 없는 남자
posted by 해이든 2019. 4. 3. 00:17

감독 앤서니 밍겔라

 

리플리 역 맷 데이먼과 딕키 역 주 드로

 

나는 영영 창고에 갇힐 거야.

이 어둡고 무섭고 외로운 창고, 난 거짓말을 했어. 내가 누군지 내가 어디 있는지 나는 늘 생각했지.

초라한 현실보다 멋진 거짓이 낫다.

 

세상은 공평하다고 말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무위도식하며 호화로운 상류사회를 누리는 딕키(주드로)와는 다르게 고아로 태어난 리플리(맷 데이먼)는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도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 보이로 볼 잘 것 없는 삶을 산다.

톰 리플리는 어느 날 대타로 파티장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기 위해 빌려입은 프린스턴 대학 재킷으로 인해 기회가 주어진다.

어쩌면 빌려 입은 이 재킷이 그를 초라한 현실에서 탈피시켜 주고, 거짓으로 위장 인생을 살게 한다.

재벌인 하버트 그린리프는 톰이 입고 있던 옷만 보고 자신의 아들 딕키와 같은 프린스턴 대학 출신으로 오해하고, 유럽에서 방탕하게 지내는 자신의 아들을 설득해 데려와 주면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얼떨결에 한 거짓말로 인해 그는 재벌의 제안을 받아들여 이탈리아로 간다.

리플리는 딕키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그가 재즈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재즈 음악을 듣게 된다.

그린리프로 인해 호화 유람선 일등석에 타게 된 리플리는 상류사회에 발 담근 것 같은 기분에 배 안에서 만난 섬유재벌의 딸 메르디스에게 자신을 딕키라고 소개하며 거짓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딕키와 그의 연인 마지

 

이탈리아에 도착한 톰은 딕키와 그의 연인 마지(기네스 펠트로)를 만나게 된다. 딕키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말을 전달하나 딕키는 무시한다.

톰은 딕키의 관심을 끌려고 재즈음반을 일부러 떨어뜨리고 딕키는 톰에게 관심을 보이며 같이 지낼 것을 제안한다.

톰은 딕키와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딕키에게 빌붙어 상류사회의 맛을 즐기는 동안 딕키 아버지로부터 편지가 온다. 계약은 끝났으니 포기하고 돌아오라는 것이었고, 딕키 역시 톰을 떼어 내려는 눈치였다.

딕키와 더 있을 명분이 사라지고 딕키는 마지막으로 로마로 보트여행을 하고 각자 헤어지자고 한다.

그렇게 둘은 보트로 여행을 떠나고 말다툼 끝에 몸싸움이 나고 톰은 딕키를 살해하게 된다.

바다 한가운데라 증인이 없었던 톰은 로마에 잡은 호텔로 돌아와 딕키 행세를 하며 알리바이를 만들기 시작한다.

리플리는 그 이후로도 딕키 행세를 하며 딕키의 신용카드를 마음대로 쓰고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간다.

멋진 집을 사서 상류층의 삶을 누리기 시작한다. 그런 그가 다시 톰의 생활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예전 미국에서 관객이 다 돌아간 무대에서 몰래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을 쳤던 초라한 현실 속의 리플리였으나 지금은 부잣집 아들 딕키로 살고 있다. 화려한 무대를 꿈꾸었는데 지금 그는 딕키인 것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사들인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화려하게 연주하고 있다. 무대 뒤에서 몰래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딕키로 완전히 몰입한 화려한 삶이 펼쳐지고 있다.

딕키로 사는 삶에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모든 것이 아슬아슬 잘도 넘어가는데 딕키의 친구 프레디는 톰을 수상히 여겼고 결국 가짜 행세를 들키고 만다.

그러자 가짜행세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그는 딕키의 친구 프레디(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마저 살해하고 만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톰은 경찰에게도 딕키 인양 행세하며 프레디의 행방을 둘러댄다.

그리고 딕키의 얼굴을 알고 있는 그의 연인인 마지가 자꾸 아파트로 찾아오는 바람에 톰은 들통날 것을 염려해 죽은 딕키에게 프레디를 살해한 누명을 씌우고 톰의 신분으로 베니스로 떠난다.

 

영화 리플리

 

딕키 아버지는 아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사립탐정을 고용하고 아버지와 사립탐정은 톰이 꾸며내는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고 그에게 수고비까지 내준다.

톰은 미국으로 돌아가기위해 피터와 배에 오르고 그곳에서 메르디스를 만나고 질투심에 피터까지 살해하고 만다.

이 영화는 어느 날 우연히 다가온 사람의 제안으로 인해 거짓과 거짓 행세를 하고 살인을 하고 살인을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다.

계속되는 거짓이 먹히면서 자기 자신마저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이야기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된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그저 처음에는 초라한 자신을 가리기 위해 시작한 거짓말이 산불처럼 번져버려 살해 하지 않고는 가려지지 않게 된 것이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만들어내고, 거짓을 덮고, 또 덮다 보니 어느새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어려워졌다. 계속되는 거짓말이 먹히고 또 먹히다 보니 본인 스스로도 이미 그 맛에 길들여져 버렸다.

계속 가상을 만들어 현실로 끄집어 와 펼치게 되고, 본인마저 자신이 펼친 가상이 현실인 줄 알고 눌러붙게 했다.

 

메르디스 역 케이트 블란쳇

 

리플리 증후군은 하나의 인격장애로 사회적으로 꿈을 실현할 수 없는 사람이 신분상승에 대한 강한 욕구로 현실에 없는 가공의 인물이나 세계를 만들어 그곳에서 살게 된다는 현상을 의미한다.

리플리는 미국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발표한 <재능있는 리플리 씨>라는 연작소설 주인공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태양은 가득히>로 먼저 영화화되었고, 앤서니 밍겔라 감독에 의해 다시 <리플리>로 두 번째 만들어졌다.

출신 배경이 화려한 자들에 비해 초라하고 보잘것 없던 리플리의 삶이 멋진 거짓으로 화려한 삶을 누리고 있으나 그건 자신의 진짜 삶이 아니다.

부잣집 아들인 딕키 행세를 하며 부잣집 딸 메르디스(케이트 블란쳇)와 함께 객석에 앉아 오페라 공연을 보는 그는 커튼 뒤에서 몰래 듣던 초라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서도 살인을 했다는 죄의식은 남아있어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재킷을 빌렸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고도 한다. 너무 멀리 와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창고 열쇠를 주고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라고, 하지만 안돼, 그 안은 어둡고 더러우니까.

그 추잡함을 들키면 우울한 기분이 더 우울해져. 난 늘 그러고 싶어.

문을 활짝 열고 모든 걸 드러내고 싶다고. 큰 지우개가 있다면 모든 걸 지우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