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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3.03 72.당신이 말해줄 수 있다면 :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3. 3. 20:08
당신이 말해줄 수 있다면

 감독 니콜라스 그레이 

영화 당신이 말해줄 수 있다면
한 사람이 내게 감동했다고 해서 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한 사람이 내 능력을 인정했다해서 나의 삶이 갑자기 달라지지 않는다. 
한 사람이 날 이해해 준다고 해서 내 세상이 쉽게 변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여배우가 꿈이었던 새디(마린 아일랜드)는 지금 자신의 꿈과는 멀게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자신의 배를 때려 누군가에게 당할 위험에 대비하여 강해지고 싶었고, 화려한 방을 갖고 싶어했다. 그러나 현실은 자신의 꿈을 받아줄 의사가 없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 줄 마음들이 없었다. 이 나이에 친한 친구도 아닌 사람과 룸메이트를 하면서 이런 집에 살고 있는 것도 부끄러웠다. 
유부남인 병원장하고 불륜인 자신이 또 한없이 초라하다. 아내와 이혼할 생각도 없는, 자신의 앞에서 서 있는 부부가 또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 자신을 더 비참하고 고독하게 만든다. 
의사 아내가 병원에서 파티를 한다. 병원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의 친구가 화가이다. 그 화가의 그림을 병원에 걸어놓고 그림에 대해서 서로 논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그림에 대해 사람들이 혹평을 내어놓는다.
그때 새디는 그들과 다른 생각을 내 놓는다. 그 그림은 마치 자신처럼 외로움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의지할 곳 없고, 자신을 봐 주는 시선 하나 없는 외로움이 자신의 모습과 닮은 것 같다고 말이다.  
그 그림을 그린 화가 넬슨(앨빈 키스)도 이 파티에 늦게 도착했다. 그는 흑인이다.  화가에게 새디는 그의 그림이 좋다고 말한다.
 
아침에 깨어보니 낯선 곳에 누워 있다. 어제 술에 많이 취해있던 그녀는 화가와 함께 했던 것이다. 그런데 혼자라? 커피를 사들고 들어온 넬슨, 집에 커피가 있는데 굳이 돈을 지출하며 사왔냐고 묻자 그 냄새에 깰까봐 그랬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에 먹을 빵을 사왔다고 그녀에게 내민다. 그녀는 왠지 눈물이 난다. 이제까지 자신에게 아침을 챙겨준 사람이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이다. 넬슨의 자상함에 새디는 어색함이 스르르 다 녹아내린다. 
그리고 둘은 연인이 되어간다.
 
넬슨은 화가이다. 작은 일에도 상처받는 예술가이다.매일같이 자신의 작품이 팔리길 기도하고,  친구라고는 고양이밖에 안보인다. 그의 그림에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외로움으로 묻어나는 색채뿐이다.
그런데 그가 좀 괴짜같아 보인다. 그는유독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원과 잘못된 단어를 지적하고 이를테면 '눕다'와 '눕히다'라는 혼동되는 잘못된 표현을 지적하기 시작한다. 병적으로 말이다. 목소리를 높이면서까지 흥분상태가 된다. 
그런 그에게 룸메이트가 사과하라고 두번이나 반복하며 몰아부치자 그는 사과하고 싶은 맘이 싹 달아나게 한다며 화를 내며 나가버리기까지 한다. 단어도 모르면서 함부러 말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인데도 말이다. 
그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하는 것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 국어선생님이었던 할아버지로 인해 좀 강박적으로 공부를 강요받은 것 같고 자신도 모르게 몸안에 내재되어버린 것 같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사회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으며, 관심이 있는 분야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가 관심있는 것은 어원이나 문장 그런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타인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이 좀 어렵고, 단어에 특별나게 자신의 감정을 강하게 표현한다. 
그 외에는 표정이 별로 없다. 좀 제한적이다. 관심있는 것에만 강박적으로 빠져든다고 봐야한다. 
그런 넬슨과 어릴 때부터 알아왔던 사이인 새디의 병원동료이며 간호사는 새디가 의사와도 불륜관계인 것을 알기에 새디가 넬슨을 마음아프게 할까봐 걱정이 된다. 
 
새디는 양키스 팬으로 그녀가 환호를 지르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넬슨은 행복을 화폭에 그리려고 한다. 꿈을 이루어 뉴욕의 양키스 야구에 입단한 한 선수가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양키스 팬이 된 그녀이다. 
꿈을 이루려면 뉴욕에 가야 된다고 믿는 그녀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제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꿈을 꾸기 위해 뉴욕에 갔지만 상처만 받고 돌아왔다. 지금은 현실에 자신을 던지고 살지만 자신이 삶에서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은 입만 열면 소음뿐이었다.진실한 마음이 없는 게 참을 수 없다. 눈 딱 감고 부자와 결혼하고 싶지만 사랑이 없는 행복할지 자신의 마음이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불륜관계인 의사는 자신을 장난감처럼 생각한다고 본다. 부자랑 결혼해서 애인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농담처럼 내어놓지만 어쩜 그 내면에 진심과 현실에서 타협하는 자신을 부인하고 있는 지 모른다.
 
넬슨은 안다고 해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 세상에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도 쉽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 찾아가야 하는 것이겠지. 새디 눈에는 넬슨은 자신에게 진심이고 그가 아름답게 보인다. 
 
새디는 내세울 건 없어도 자기 자신을 그대로 적는 게 바로 자신을 보이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 믿음에 현실은 상처를 주었고, 꿈도. 인생도 방향을 잃었다. 
 
의사는 새디가 별 볼 일없는 화가 넬슨과 사귀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걸까, 아님 질투일까, 새디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멋진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하자고 둘을 초대한다. 가난한 그에게 돈 가진자로 과시하고 싶어 비싼 위스키를 사고, 거지에게 돈을 주는 넬슨을 보고 유치하게 나도 줄수 있어 하고 60달러를 주는 모습을 보인다. 새디앞에서 넬슨보다 나은 걸 과시하고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넬슨의 그림을 1,000달러에 사주고, 비산 위스키를 그의 집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무얼까? 나보다 보잘것 없는 화가에게 애인을 뺏긴게 자신을 두고 고작 저런 남자에게 간 게 자존심이 상했던 걸까, 아니면 진짜 새디를 사랑했던 걸까?
 
의사부부와 헤어지고 넬슨집에 온 새디는 어휘를 뽑내려는 넬슨에게 화내며 대화를 하자고 한다. 그가 이란성 쌍둥이이고 형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오늘에야 듣는다.
넬슨은  정작  쓸데없는 짓만 하고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다 놓쳤다는 생각을 가지고 된다. 넬슨에게 그의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물어봐 달라고 한다. 
말해달래는 넬슨의 말에 그녀는 열심히 가족에 대해 얘기를 한다. 들뜬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는 베개로 얼굴을 덮고 잠들어 버린다. 사랑을 하는데, 같이 있는데 점점 더 외롭게 느끼는 만드는 남자들은 뭘까?
무언가 부족하고 결핍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다. 같이 있지만 혼자 떠드는 느낌, 외로워서 만나는데 더 외로워지는 느낌같은 것이 그 둘 사이에 흐른다.
아침에 잠이 깬 넬슨은 그녀가 없는 걸 알고 그녀에게 연락을 취하지만 그녀는 연락을 받지않고 그녀의 집에 가니 룸메이트가 그의 집을 챙겨주며 가라고 한다.
 
항상 한 걸음이 늦다.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는 것은 
정말 행복과 외로움은 한 끗 차이다. 여자의 외로움은 남자의 무심함에서 더 깊어진다.
 
 
그의 아내가 집에서 파티를 하고 새디와 넬슨을 초대하지만 새디는 넬슨을 데려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넬슨은 그녀를 만나기 위해 파티를 하는 의사의 집으로 가고,끝내  의사를 주먹으로 친다.
"이건 절규가 아니라 절규를 멈추는 것이다. 고통받는 이에게는 절규는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절규를 멈춘다면 아무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넬슨은  새디를 당신처럼 소유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사랑했다고 말한다. 
의사는 "자네가 아니라 날 선택한거야." 라고 말한다. 
어떤 색이 내 맘에 드는지 알 수 없다. 새디로 인해 넬슨의 화실은 밝아졌다. 우울한 새디의 화폭에 그려진 그림은 그녀가 환호하던 모습과 행복했던 순간으로 뿜어져 오는 색채로 채워졌다. 그런데 비밀이 많은 것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새디를 외롭게 했고 떠나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모두가 알아버리고 아내마저 새디와 남편의 일을 알게 된다.  그리고 새디앞에 앉아있는 아내는 남편에게 수년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랑한다는 말을 당신에게 하고, 넬슨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하더라고 전해준다. 
각자의 삶과 사랑은 자신의 방식대로 절규하고 또 상처를 만들어 낸다. 
멈추는 것도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치면 아무도 안아줄 수 없다. 
 
우리가 무엇을 새디에게 대신 말해줄 수 있을까?
둘다 새디를 사랑한다고 한다.  또 둘다 평범하지 않은 관계다. 마음이 가는 대로 가라고 말해 줄 수 없다. 현실은 마음가는 대로 계속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상태가 변하는 것처럼 감정도 변한다. 처음이라는 것은 기억에만 남아있을 것이다.
 
상처받으면서 삶을 살고, 상처받으면서 사랑을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 에드워드 호퍼의 말처럼 세상에는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또 현실도 사랑도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는 건, 사랑을 표현하는 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다.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도 다 주관적이다. 모든 삶이 다 주관에 의해 나의 중심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러니 나는 새디에게 말해 줄 수 없다. 
그래서 넬슨은 힘들다고 말한다. 혼자 고독하게 내버려두지 않고 절규한다고 말이다. 누군가는 자신을 도와주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또 사랑하게 해 줄것이기에 이제는 표현하겠다고 한다. 그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양이의 행동으로 느낌으로 좋아하는 걸 아는데 정작 그녀가 주는 표정을 못 읽은 자신을 깨닫아 간 것이라고 본다.
세상은 나를 못 바꾸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