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감독 제인 캠피온
이 영화를 받아들임에 있어서 참어려웠다. 영화를 통해서 머리는 이해되는데 가슴에서는 쳐내는 경우가 있고, 가슴으로 이해되지만 머리속에서 부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대로 무엇인가를 줄 수도 내놓을 수도 없이 혼란스럽다.
스토리적인 것이 아니라 바닷가에 놓인 피아노, 바닷가에서 퍼지는 피아노 선율, 뉴질랜드의 풍경, 그리고 그녀가 피아노 앞에서 하얀 건반을 홀린 듯이 치는 모습과 그녀의 잘룩한 허리와 목선, 말 못 하는 여주인공과 그의 딸 등 그렇게 장면 장면 박힌 기억들이 생생하다.
그녀는 벙어리가 아니다. 말을 안하는 것이다. 무슨 연유에서인지 여섯 살 때부터 말하기를 그만두고 침묵을 선택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어만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녀가 말을 안 한다고 해서 답답하지 않았다.
피아노로, 글로, 손가락으로, 그리고 딸 플로라로 자신의 생각과 언어들을 세상에 다 내보내고 있었다.20대의 미혼모였던 에이다에게는 아홉살 난 사생아 딸 '플로라'가 있다.
19세기 말, 여성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은 억압된 것이었다. 남자들의 지배속에 권위적인 아버지와 남편들의 종속적인 존재였다.
그녀가 입은 검은색옷과 검은 모자는 왠지 자기 색을 낼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서 여성으로서 삶의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자가 소리 낸들 전해지기나 하겠냐 말이지, 그래서 에이다를 침묵시키는 것으로 설정해서 감독은 억압된 여성의 삶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내 말만 알아들음 되지'남성위주의 소통방식이라는 것으로 들린다.
모녀를 데려가기 위해 해변가에 도착한 남편 스튜어트(샘 닐)는 짐을 나를 원주민을 데리고 왔지만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아노를 해변에 두고 간다.
원주민 땅을 지나쳐 가는 길은 미개척지로 가는 길로 험난했다.
그녀에게 피아노가 어떤 의미인지 남편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 남편이 피아노를 가지고 가 주었더라면,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했더라면 달라졌을 것이다.
안된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딸과 무작정 집 앞에서 기다린다.
플로라는 피아노 주위를 돌며 춤을 춘다.
에이다에게 피아노는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주는 유일한 소통의 도구였다.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소리인 셈이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의 그녀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미소짓게 한다.
남편 스튜어트는 베인스가 피아노와 땅을 교환하자는 말에 피아노 주인인 에이다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넘겨 버린다.
그리고 베인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라고 한다. 분노하며 펄쩍 뛰는 에이다를 향해 버럭 화를 낸다.
희생을 강요한다. 어짜피 에이다도 피아노도 그에게는 재산목록이었는지도 모른다. 거저 얻은 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게 그의 실수였다. 한 번쯤은 피아노가 아내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알아야 했다. 일방적인 언어말고 쌍방향적인 소통이 가져올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베인스는 어떨까?
그녀로 인해 잠도 못자고, 못 먹는 열병 같은 사랑으로 그녀가 마음 안에서 끓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점 자신을 추체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걸 알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에이다 역시 베인스가 그녀에게 느끼는 갈증만큼이나 피아노에 대한 갈증이 그러했다. 치맛단을 걷어올리면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넘기겠다는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다.
피아노에 대한 갈망을 베인스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걸 스튜어트가 모르는 걸 베인스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주겠다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간다. 그리고 그 수위는 더 높아지고 피아노를 빨리 소유하겠다는 그녀의 열망도 더 높아져 그가 원하는 것에 동참한다.
자신의 의지가 무엇인가에 강하게 끌리고 베인스를 찾아간다.
하지만 자신을 원하지 않는 여자를 안는 건 아니라며 자신에게 맘이 있는 게 아니라면 가라고 매몰차게 내몰려한다.
에이다는 그런 그를 사정없이 때리며 주저 앉고, 그녀 역시 이 알 수 없는 감정이 베인스를 향한 사랑임을 알게 되고, 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된다.
피아노로 내적 자아를 표출하던 그녀가 베인스로 인해 욕망과 사랑에 눈을 뜨게 되고, 감금되어 있는 상태에서 남편의 몸을 무의식적으로 만지며 자신 안에 있는 베인스에 대한 사랑과 갈망을 밖으로 표출하고 있는 장면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신의 몸은 이미 스튜어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소중히 여기던 피아노 건반하나를 뜯어내 베인스에게 '내 마음은 당신 꺼'이라는 글을 적어 딸 플로라를 시켜 베인스에게 전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플로라는 그 건반을 베인스가 아닌 스튜어트에게 갖다주고,스튜어트는 믿음을 무참히 깨버린 에이다에게 분노한 나머지 날개를 꺾어버리겠다고 에이다의 손가락을 도끼로 잘라 버리고 만다.
없다고 말하자, 베인스에게 자신은 에이다가 말하는 것을 머리로 들었다고 말한다.
처음으로 그가 에이다의 소리를 들은 것이다. 진정 마음으로, 그리고 에이다가 원하는 베인스에게 에이다를 데리고 떠나라고 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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