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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6. 20:36

여인의 향기


감독 마틴 브레스트 

1974년에 개봉한 디노 리시의 이탈리아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아주 괴팍하고 말도 못되게 하는 퇴임장교 프랭크 역을 맡았던 알파치노가 굉장히 독보적인 캐릭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영화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될 만큼 뛰어난 연기력으로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또는 아련함까지 가지게 한다.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 그는 여인에게서 나는 향기로 여성의 특징을 기가 막히게 알아 맞춘다. 어둠뿐인 세상에서 그를 지탱해 준 것이 여자의 팔에 안겨 있는 자신을 꿈꾸면서 버티었다고 할 정도니 말이다.
모든 것에, 모든 사람에게 맞서면서 사는 것이 자신을 대단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라 여기며 어리석게 살았고, 항상 인생의 갈림길에서 바른 길을 알았지만 그 바른 길을 뿌리치며 살았다. 그길이 너무 어려워서 갈림길에서 선택도 하지 않으면 산 길이 고등학생인 아르바이트생 찰리 심스(크리스 오도널)을  만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찰리 심스(크리스 오도널)는 가난한 집안에 양부인 아버지와는 사이도 안 좋지만 명문 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다닐 만큼 그는 자신의 주어진 환경에 불만을 토로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학생이다.
추수감사절 연휴동안 시력을 잃은 퇴역장교 프랭크 슬레이드(알 파치노)를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처음 대면에 그는 너무 괴팍하고 감당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 거절하려고 하나 조카의 간절한 부탁에 받아들인다. 
 
그리고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밤 친구인 조지 윌리스(필립 호프만)와 함께  학교 교장이 몰고 다니는 재규어 자동차에 페인트 풍선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목격자로 지목된 찰리와 조지는 교장실에 불려가고 범인이 누구인지 불라고 한다. 그러나 밝히지 않고 침묵하자 교장은 찰리에게 범인을 밝히면 하버드대 입학을 보장해 준다고 한다. 월요일에 상벌위원회를 열테니 심사숙고하라고 말이다.
조카가 집을 비우자마자 슬레이드는  미리 계획한 뉴욕여행을 준비하고 떠나려 한다. 집에서 돌보기만 할 줄 알았던 찰리는 당황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뉴욕행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그의 이번 여정은 일급 호텔에서 묵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고급 술을 마시고, 형을 만나고, 멋진 여자랑 즐기고, 그 다음 멋진 침대에 누워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이 괴짜 퇴임장교를 종잡을 수 없었다.
그와 리무진을 타고 뉴욕시내를 이동하여 고급 식당에 자리잡고 앉는다.  슬레이드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여인 도나(가브리엘 앤워)와 탱고를 추게 된다. 
그녀는 탱고를 잘 못 추니 두렵다고 하는데, 그는 "탱고를 추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 없소. 탱고는 인생보다는 단순하다.설사 실수를 한다해도  발이 엉켜도 그게 탱고다."라고 그녀를 식당 무대로 인도한다. 그리고 앞을 못 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만큼 그녀를 이끌며 아주 멋진 탱고를 선사한다. 
멋진 장면이었다. 
그는 형을 찾아간다. 하지만 썩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형이 아들, 즉 형과 가족들이 식사하는 자리가 터지기 일보직전으로 살벌하다. 그리고 끝내 조카는 삼촌 슬레이드를  향해 비수들을 쏟아낸다. 
"삼촌은 남들을 모욕하는 걸 즐겼어." 라며 쌓인 감정들을 내놓기 시작한다. 
그가 진급에서 두번이나 누락되고 열 받아 수류탄 핀이 실수로 빠지는 바람에 수류탄이 터지고, 그 바람에 시력을 잃었다고 했다. 
 "삼촌은 예전도 쓰레기였고, 지금은 눈먼 쓰레기이고,하느님이 보시기엔 어떤 사람은 볼 자격도 없으셨나봐."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결국 폭발한 슬레이드는 조카 목을 조르며 분위기는 와장창 깨진다. 삼촌도 말을 못 되게 하는데, 조카 역시 말을 참 못되게 한다. 
 
그가 어찌 살았을지, 그리고 왜 그의 곁에 사람들이 없는 지 알 수 있었다. 
그에게 이번 여행은 삶의 마지막 여정으로 계획한 것이었다. 
찰리의 도움으로 페라리를 운전하며 도로에서 속도감도 맛보는 등 어둠 전의 삶을  만끽하기도 한다. 
호텔로 돌아 온 슬레이드는 찰리에게 시가를 사오라 심부름을 보내고 그는 교복을 입고 권총으로 자살을 하려고 준비한다. 
그러나 뭔가 낌새가 이상하게 느낀 찰리가 방으로 돌아왔고 그를 제지하려고 노력한다.
 
자신은 어둠속에 있고, 세상에 관심도, 세상으로서의 관심도 없다면 죽은 거와 진배없다고  자신이 살아야 될 이유를 하나만 대보라고 한다. 
그러자 찰리는 "두가지를 대죠. 당신처럼 탱고를 잘 추는 사람도, 페라리를 잘 모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총을 내려 놓으라고 말한다. 
세상에 맞서고 산 사람이 어둠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길잡이를 할 수도 없어서 절망적이었을 것이고,불투명한 미래가 더 어둡게 느꼈을 것이다. 
군인으로서 명예도, 찰리처럼 인간으로서의 성실도 자신에게는 없다. 
그게 자신이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한 후회지만 찰리가 자신을 더 아프게 한다. 
이 어린 고등학생이 어른인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슬레이드는 총을 내려놓는다. 
어쩌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죽음으로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더 머무르고 싶은 것인 줄도 모른다. 
 
뉴욕을 돌아다니는 동안 타게 된 리무진 안에서 찰리는 슬레이드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았었다. 교장에게 말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이다.
슬레이드와 찰리는 리무진을 타고 뉴잉글랜드로 돌아와 학교에 도착한다.
 
학교에 돌아오게 된 찰리는 전교생이 모인 교장선생의 모욕사건에 대한 징계위원회에 참석한다. 슬레이드는 찰리 부모님을 대신하여 위원회에 참석한다. 
이사회에서 교장에게 증정한 재규어 자동차에 장난 친 사건을 두고 이걸 야만적인 사건이니, 학교가 병들었다고, 학교의 설립이념을 파괴하는 아주 악독한 행위로 규정지으며 찰리에게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라고 한다.
이게 과연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 일이었을까? 
자신의 차에 학생들이 장난친 것으로  학교의 피해라고 부조리한 논리를 내세워 학생을 퇴학시키겠다는 교장이 정상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그저 목격만 한 찰리가 침묵한다는 이유로 퇴학이라니,
가난한 약자들에게 뒤집어 씌우고 있는 것이다. 저런 자가 학생들과 학교를 책임지는 일에 종사한다는 자체가 썩었다.
하지만 찰리는 끝내 밝히지 않는다. 교장은 징계 위원회에 찰리의 퇴학을 권고하겠다고 한다. 
이런 교장의 부당함에 슬레이드는 찰리를 변호하며 변론에 나선다.
"난 판사가 아니기 때문에 찰리의 침묵이 옳은지 그른지는 모른다. 하지만 찰리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남을 팔지 않았다.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을 땐 누군 달아나고 누군 남는다. 이 아이의 영혼은 순수하고 타협을 모른다. 이 곳에서 교훈이 되는 거라곤 내 옆에 있는 이 아이뿐"이라고 말한다. 
슬레이드의 말처럼 "당신은 왜 그에게 영혼을 팔라고 하는가, 이게 이 학교의 신념인가?"
너무 멋진 말이다. 학교의 명예를 들먹이는 교장에게 일침을 가한다.
자신의 밀고로 3명의 학생이 퇴학처분받는 것을 찰리는 선택하지 않았다. 찰리의 선택에 감명받은 프랭크가 두려워 올바른 길을 걷지 못했던 자신을 일어서게 하고, 살아 나서게 믿음을 준 것이라 본다. 
이익을 위해 양심을 팔고 두려움을 멀리 하며 살았던 프랭크가 순수한 영혼 찰리로 인해 변모해간다.
비신사적인 어른들이 순수하고 순결하고 용기있는 아이들의 기를 꺾는다. 
슬레이드는 사고를 치고도 입다물고 있는 세명의 아이들에게도 욕을 날려 준다. 그가 찰리를 위해 한 말은 아주 대단하다. 최고의 명장면으로 곱씹어 볼만하다.
그리고 찰리와 슬레이드는 전교성의 환호속에 강당을 내려온다.
 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