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3. 25. 14:36

파이트 클럽


감독 데이비드 핀처

 

영화 파이트 클럽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허구를 만들어낸다. 
자동차 리콜 심사관 잭은 비싼 가구로 집안을 가득 채워도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무기력하고 공허한 삶으로 인해  잭은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병원에을 찾아가지만 "불면증으로 안 죽어요"라고 의사가 말한다.
세상에는 더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불면증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사의 권유로 잭은 아픈 환자 행세를 하며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모임에 나가 위로를 받고 잠도 자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과 똑같이 환자행세하며 모임에 나오는  여자 말라를 만나면서 다시 공허함과 불면증과  대면하고 만다.
 
어느 날, 출장가던 비행기 안에서 남자답고 자유분방한 테일러 더든을 만난다. 자신이 가진 못한 매력이 있는 테일러를 내심 부러워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신의 집이 화재로 다 타 들어가는 광경 앞에 망연자실한다. 그동안 사들인 비싼 가구들마저 다 내려앉았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 

 

그는 비행기에서 만난 테일러 더든에게 연락하고 그와 맥주를 한잔한다.
그런데 갑자기 한대만 때려보라는 타일러  

 "싸워봐야 너 자신을 알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주먹질로 묘한 카타르시스와 해방감을 느낀 잭은 무기력한 일상속에서 벗어난다.  
테일러 더든과의 만남으로 본능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살기고 결심하고 창고에 '파이트 클럽'을 만들어 스포츠처럼 폭력을 통해  억눌린 감정들을 해소해 나간다. 
어느 새 파이트 클럽은 모여드는 회원들로 점점 커져간다.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파이트 클럽이 변질되어가고, 잭과 테일러와의 갈등도 고조된다.
 
잭은 테일러의 집에서 환자모임에서 만난  말라를 마주한다. 그리고 말라와 테일러가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고 질투가 난다.
다음날 아침, 타일러와 관계를 가진 그녈 역겨워한다.
 
 
주먹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만나게 되는 남자들의 폭력에는 관심이 없다. 
스포를 하기 싫어 일단 여기까지 하고,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의  매혹적인 연기때문이다.
잭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같다. 현대인의 슬픈 자화상이다.
살기 위해 자신안의 본능에 충실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과 같다. 
그런 반면 테일러는 자유분방하고 자기안의 본능에 충실하며 감정을 절제하지도 억압하지도 않고 표출하고 싶어하는 우리안의 자아다. 
잭에게 타일러는 자신안에 감추어두고 잠자고 있는 본능을 일깨워주는 존재인 것이다.
잭에게 있어 타일러는 삶의  동경인 것이다. 
 
테일러는 편의점 직원에게 총을 겨누며  "넌 뭐가 되고 싶었어?" 라고 묻는다.
"수의사요."
"6주안에 공부 시작해. 안하면 넌 죽어."

그리고 그는 말한다. "내일은 그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 될 거야."

자신이 꿈꾸는 걸 하고 산다는 것만큼 아름다운 게 없다는 것이다. 

 

가장 밑바닥에 네가 하고 싶은, 너를 갈증나게 하는 것을 끄집어내는 장면이다. 현실적인 삶에 밀려 저 가슴속 서랍안에 가두어버린 꿈을 끄집어내는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현실에 적응한다는 합리화로 꿈을 참아내는 삶을 선택하며 간다.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아.'  '그게 말처럼 쉽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깔려있다. 꿈은 수의사인데 편의점에서 생존을 위해 다 접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어짜피 다 죽는다. 분명한 것은 다 죽는다는 사실이다.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처럼 살고 있다.테일러는  한번 뿐인 삶을 살라고 편의점 직원에게 말하는 것이다. 본능에 맡기라고
죽음의 순간에 자신이 얼마나 아둥바둥 살았는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얼마나 많이 뒤로 제껴 버렸는지를 깨우쳐준것이다. 
 
"지금 죽는다 치고 네 삶을 한번 평가해 봐"
"돈이 다가 아냐, 직업도 다가 아냐, 무슨 차를 타는지 지갑이 얼마나 두둑한지 그딴건 상관없어. 우린 움직이는 쓰레기야."
우린 필요도 없는 고급차나 비싼 옷을 사겠다고 개처럼 일하고 있는 것이다.  목적을 상실하고 고아처럼 여기저기 현실을 떠돌고 있다. 
 
TV를 통해 우린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고 스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환상임을 깨달았을 때 우린 분노하거나 좌절할 수밖에 없다. 

잭 역시 그런 것이다. 비싼 가구로 집안을 가득 채워도 공허하고 무기력해지는 삶뿐이다. 
물질적 가치로 정신적 가치를 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제된 갈증이 폭력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표출되자 묘하고 강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이다.
 
"진정한 자유를 느끼려면 모든 걸 다 잃어봐야 해"
테일러의 이 대사는 곧 잭의 행동을 움직이게 한 것임을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안다.
 
"우린 목적을 상실한 고아다. 2차대전도 공황도 안 격었지만 대신 정신적 공황에 고통받고 있다."
몇년전부터 우리는 잭이 의사를 찾아가지만 그 멍청한 의사는 "불면증으로 안죽어요"라고 말한다. 
불면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르고 하는 말이다. 
공황장애라는 말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모르고 그저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고통만을 강조하고 그를 환자들모임에 가 '네가 얼마나 배부른 소리하는지 확인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누군가 내 겉모습만 보고 날 평가하려 할 때 '보이는 게 다가 아냐. 내안에 뭐가 있을 줄 알고 아는 척이야'라고 소리지르고 싶다.
우린 안은 항상 끓어 오른다. 하지만 현실은 자꾸 차겁게 식히라고 한다. 
 
테일러는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망가진다. 완벽을 찾지 마라. 그건 다 유치한 허영심이야"
세상에 내어놓지 못했던 본능과  세상에 내어 놓은 자아가 서로 만났다. 
현대인의 현실속에서 공허함으로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잭과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는 자유분방한 테일러의 만남으로  진정한 자유와 진정한 삶을 평가해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잭은 '난 눈을 떴다.'자신 안의 본능과 만난다.

<파이트 클럽>은 폭력 뒤에 숨은 철학을 읽어내야 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지 말라는 경고를 날리기 위해  폭력은 그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