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 오버 미(Reign Over Me)
감독 마이크 바인더
남의 슬픔에 섣불리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영화였다. 심장이 끊어지는 고통이 어떤 건지, 아내와 딸 셋을 잃고 혼자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솔직히 어떤 건지 그 아픔의 크기가 얼마만큼인지, 그 고통의 기억이 얼마나 깊고 어두운지....
살아 있는 것이 더 지옥인 삶을 이해한다고 해도 우린 그 사람이 아니기에 그저 타인일 수밖에 없다. 그 남자가 겪는 고통에 있어서 말이다.
그래서 위로의 손길을 쉽게 내밀지 못한다.
그는 일도 안하고 아내의 부모가 찾아와도 만나주지 않는다.
그가 하는 건 부엌을 고치는 것과 게임을 하는 것이다.
중독이 강한 무언가에 자신을 맡기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고통이 자신을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그런 그를 위해 그가 원치 않는 사람들의 방문을 막고, 청소나 기본적인 것만을 해결할 몇 명의 출입 말고는 그를 혼자 이겨내게 놔두는 것이다.
어느 날 대학동창인 앨런 존슨(돈 치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앨런 존슨은 치과의사로 그의 사고소식을 신문으로 보고 알고 있었지만 자신을 기억못 하는 찰리 파인맨의 달라진 모습에 당황스럽다. 기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밀어내 버린 것 같았다.
그가 다시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정신과 의사 안젤라에게 데리고 간다. 존슨의 도움을 더는 거절하지 않고 찰리는 첫 발을 내딛으려 한다.
"얘기하기 싫은 걸 얘기하게 하니깐 화가 난다."고 말한다.
경찰이 가게에 있는 걸 알았던 찰리는 경찰과 같이 총을 겨누며 경찰이 자신을 쏘아 죽여주기를 바랬다. 그래서 더 난동을 부려 그들을 자극시키려 했지만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만다.
그는 외상후 장애와 환각증세도 있다. 그가 정상적인 삶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주장과 그의 담당의사였던 안젤라는 찰리가 본인 스스로 헤쳐가야 한다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틀안에서가 아니라 자기만의 틀에 맞춰야 한다고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을 반대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그의 후견인인 장인 장모에게 결정권이 주어진다. 장인 장모는 사위가 자신들과의 왕래를 끊고 전화도 안 받는다고 찰리의 행동이 자신들을 두 번 죽이는 거라며 흥분한다.
지금 사위는 매우 힘든 과정을 겪고 있고, 가족이라곤 후견인 장모 장인밖에 없으니 두사람이 결정하되 따님이었다면 정신병원에 넣길 바라는지 잘 생각하라고 한다.
찰리는 그저 상처 받은 사람이다. 정신병원에 보내야 할 사람이 아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그 기억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다. 그걸 버티는 것이다. 기억하지 않으려 하지만 항상 죽은 가족들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다.
집안에 죽은 사람들이 생생히 살아 움직이고, 길을 걷다가도 다른 사람들 얼굴 속에서도 계속 선명하게 보여 고통스러워한다.
장인 장모가 가지고 다니는 사진보다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했다. 자나 깨나 눈에 밟히는 아내와 딸로 인해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결국 'Reign Over Me' 뜻은 나를 통제하는 그 어떤 것을 말하는 것으로, 그게 9.11 사건으로 잃은 가족에 대한 상처로 찰리 파인맨의 삶이 지배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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