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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17. 18:02
내 마음속의 지우개

 

 
<내 마음속의 지우개>가 2004년 작품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어제 본 것처럼 생생한데 벌써 15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참 세월이 빠르게 흐르는구나 싶었다.
내 삶도 사랑도 흐르고 있었다.

 

<내 마음속의 지우개>는 철수와 수진의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막노동꾼으로 외롭고 거칠게 살아가고 있는 철수(정우성) 앞에 부잣집 딸 수진(손예진)이 나타난다. 
세상 어려운 줄 모르고, 힘든 것도 모르고 사랑에 자신을 내 맡기는 수진과 어릴 적 엄마에게 버림받고 누굴 책임지는 관계에 서툰 남자가 수진의 건망증을 계기로 인연이 시작된다.

 

거칠게 살아온 철수역을 맡은 정우성,
그저 포장마차에 아무렇게나 걸친 작업복마저 멋스러운 남자다.
소주 한 잔을 돌려 입안에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여자 손예진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안마시면?''
''그럼 평생 다시 볼 일 없는 거지. 뭐''
수진이 단번에 마셔버린 소주 한 잔으로 시작됐다.

 

그녀를 웃고 웃게 만드는 힘은 역시 사랑이다.
그러나 그 사랑은 그들을 또 끊임없이 울게 만든다.
자신을 버린 엄마로 인해 가슴 속 상처가 큰 철수에게 수진은 
"용서는 미움에게 방 한칸만 내 주면 되는 거래"

 그의 상처를 안으며  분노로 높게 쌓인 인간관계의 벽을 허물어 준다.

그녀의 말처럼 미워하고 증오하던 엄마에게 방 한칸을 내주고. 그녀와 꿈 같은 신혼생활을 해나간다.

 
그들의 사랑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무렵 그녀의 건망증이  불길하게 다가온다.
도시락은 밥만 두 개 싸주고, 매일가는 집조차 찾지못해 헤맨다.

 건망증은 점점 심각해지고 병원에 간 수진은 자신의 뇌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27살에 알츠하이머라는 진단을 받는다.
''내머리속에 지우개가 있다고ᆢ 우리 헤어지자.''
시간이 지나면 가족,남편은 물론 자신이 누구인지까지 잊어버리게 된다.

말하는 것, 전화받는 것까지

최근의 기억부터 사라져 갈 것이다.
곧 모든걸 잊어버리게 된다.

머릿속에 자신도 사랑하는 철수도 없어진다고 헤어지자는 그녀다.

하지만 철수는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내가 니 기억이고 니 마음이야.''
 
수진은 점점 자신을 몰라본다. 최근의 기억들이 사라지고 지워져간다.
잠시 돌아온 기억의 그녀는 철수에게 상처주고 아프게 하는 것이 슬프다.

 그래도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철수라는 걸 알려주려고 한다.

비록 기억은 지워져 가지만 사랑은 기억하는 게 아니라 자신 안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을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하던 철수 또한  더 늦기전에 그녀에게 ''사랑해'' 라고 전한다. 
사랑하기에 뜨거울 나이,

 젊고 아름다운 사랑을 지우개가 지우는 그들의 인생이 슬퍼서 많이 울었던 영화다.

이제 진정한 사랑을 찾았는데, 이제 서로에게 채워줄 기억만 만들면 되는데

 그걸 허용하지 않는 운명이 슬프고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