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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21. 20:45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감독 이누도 잇신

 

영화 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할머니는 쓸모 없는 불구의 몸을 가진 녀석이라고 사람들로부터 숨기고 어둠으로 가려 밤에 조제를 데리고 산책한다. 

솔직히 늙은 몸으로 힘에 부쳐 그것도 못마땅하지만 조제(이케와키 치즈루)가 조르니, 밤이 되면 유모차에 태워 덮개를 덮고 타인의 시선을 피해 나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수상한 유모차에 대해 소문이 나돌게 된다. 

세상과 동떨어진 외톨이!

우리는  할머니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하는 장애가 아니라 조금은 특별하고 다른  존재로 조제를 바라봐야 한다.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와 조제의 강렬했던 첫 만남, 

유모차 안의 조제는

장애로 마음이 갇힌 여자애가 아니었다.  책으로 읽은 그녀의 세상은 어쩌면 대학생인 츠네오보다 더 넓어 보였다. 

호기심, 그러면서 특별한 감정들이 들어오고 , 동정이나 연민이라는 생각이 개입될 수 없을 만큼 순수하고 당당한 조제에게 츠네오는 사랑을 느낀다. 

 
부끄럼으로 손녀의 장애를 가리고만 싶었던 할머니와는 다르게 츠네오는 그녀를  낮에 유모차에 태우고 거리를 신나게 활주하며 다닌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는 츠네오와 처음 맞이하는 환한 세상은 그녀에게도 다른 사람들은 정지된 모습된 체, 오직 풍경과 자연만이 그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 역시 타인의 시선은 들어오지 않는다. 
 
신나게 달리다 넘어진 잔디위에서 그녀에게 보이는 구름은 집에 데려가고 싶을만큼 아름다웠다. 
츠네오의 만남으로 조제는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다.
사랑으로 안아주는 츠네오의 감정들이 그녀의 희망을 내어 놓게 만든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걸 보고 싶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을 때 안길 수 있으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평생 진짜 호랑이를 볼 수 없다고 생각했어."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보고 싶었던 호랑이, 그리고 안기고 싶었던 품, 

츠네오는 조제에게 무서운 호랑이를 같이 보고 무서워서 안기고 싶은 남자였다. 
그저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여자이기를 꿈꾸었던 조제, 그런 조제가 사랑스러운 츠네오. 
다리가 불편하다고 해서 그녀의 마음까지 불편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편견이 불편한 것이다. 할머니처럼.

 

조제, 조개침대안에서
 
츠네오를 좋아하는 카나에는 사회복지사가 되려고 꿈을 꾸는 대학생이다. 근데 츠네오가 조제에게 빠져있다.

카나에는 조제를 만났다.

"너를 혼자 둘 수 없다고 지켜줄 사람은 자기뿐이라고 츠네오가 말하는데 웃기더라. 솔직히 네 무기가 부럽다."

"그게 정말로 부러우면, 너도 니 다리를 자르면 되잖아."

카나에는 조제를 때렸다. 츠네오를 자기보다 못한 장애를 가진 여자에게 뺏긴게 자존심이 상했다.

이게 우리가 장애인을 대하는 시선일 것이다. 

츠네오는 조제를 장애인이라서 사랑한 게 아니다. 

하지만 카나에는 장애 때문에 불쌍해서 츠네오가 조제를 동정한다고 착각한 것이다. 

어쩌면 이게 싸움이라면 카나에의 패배인 것이다.

 

"내가 그 여자를 때렸어, 참을수가 없었어 장애인 주제에 내 애인을 빼앗다니"

조제가 카나에에게 당당했던 것은 사랑에 대한 당당함도 있지만 카나에의 지질한 생각들이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멀쩡한 육체로 병든 사고방식을 가진 카나에보다 조제가 더 나은 인간 같았다.
장애는 조제가 아니고, 카나에가 가진 편견이 장애이다. 
 
 
눈을 감으면 아주 깜깜하다. 그 곳이 조제가 살던 곳이다. 아주 아주 깊은 바닷속이다. 
물고기는 늘 방 안에 갇혀  다리도 없이 몸을 이리저리 휘저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자신의 처지와 같은 모습이다. 
"네가 떠나고 나면 난 길잃은 바닷속 조개처럼 파도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돌겠지. 그렇게 된다해도 나쁘진 않아. 별로 외롭지도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천천히 천천히 시간이 흐를뿐이지"

언젠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을 날이 올 것이다. 아니 사랑하기에 보내주어야 할 날이 올 줄도 모른다.  그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왔다. 

이별후,츠네오의 눈물

 

츠네오는 누굴 책임질만큼의 위치가 아니었다. 사랑은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책임을 요구한다. 책임을 요구받는 순간 무거워진다.  사회초년생으로 츠네오의 삶 자체가 결코 가볍지 않다.

조제를 늘 업고 다녀야 하는 현실, 동생의 "지쳤냐?"는 질문에 츠네오는 부정할 수 없었다. 

츠네오 또한  사회가 주는 기준치를 향해 몸을 휘젓든 다리를 휘젓든 열심히 휘젖어 그 기준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사회초년생으로 취업하기까지 조제에 별반 다르지 않는 인생의 심해에 있는 것이다. 

 

조제가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게 츠네오가 통로가 되어 주었듯이, 조제 역시 츠네오가 사회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현실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무게를 안다. 그래서 조제는 츠네오를 자신을 떠나 현실 밖으로 보내주는 것으로 이별을 한다.
사랑했다. 하지만 미래까지 감당하기에는 츠네오는 무거웠다. 

 결국 조제를 떠나고 길을 걷다 츠네오는 밀려오는 감정에 서럽게 운다.

담백한 이별이었다.이별의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아니 사실은 하나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 헤어진 여자와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조제를 보지 못할 것이다.'

츠네오가 조제를 배려나 연민으로 사귄 것이라면  장애를 가진 친구를 계속 도와주며 만날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없다.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했던 여자를 친구로 만나 동정할 수 없었다.
진정 사랑했기에 상처로 남지 않기위해 이별을 선택했다. 현실의 무게에서 도망쳐 나온 것이다.

그래서 츠네오가 흘리는 눈물이 아프게 다가온다. 

조제에게 당당하게 밖으로 나가는 법을 알려주고 사랑의 특별함을 가르 쳐준 츠네오로 인해 조제는 밝은 세상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