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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13 47. 블랙 : 감동적인 인도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13. 17:15
블랙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영화리뷰 블랙

 

이 영화 참 좋은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된다. 광고의 메시지처럼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딱 부러지게 표현할 길이 없는 영화! 표현이 서툰 내 탓인지, 영상을 언어로 주워담기에 부족한 건지..... 이걸 기록하려고 하니 첫 글자부터 막힌다. 그래서 몇 번 포기했다.

막상 몇 번을 보아도 머리속과 가슴속에서만 머무르고 글씨로 형체를 만들어 낼 수가 없는거다. 
왠지 글씨라는 것이 기록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인지 감정이 반토막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가보다.
 
어느 날  말 못하는 어린 아이들과 안되는 몸짓 발짓 다 사용하면서 소통을 하면서 이 영화가 계속 뇌리에 떠올랐다. 
그나마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상이지만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너희들 세상과 소리와 소음으로 가득한 내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보이는 세상과 보이지 않는 세상, 들을 수 있는 세상과 들을 수 없는 세상이 만나면 어떤 충돌이 일어날까?

솔직히 우리는 어릴때부터 홍콩, 할리우드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영화를 보다보면 눈에 선해지는 결말과 스토리에 맥이 빠지곤 한다. 이 영화는 인도 영화이다.

인도식 영화에 익숙하진 않지만 스토리만으로 충분했다. 각 나라마다 문화나 정서가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본능적인 부분이 있다.

생존은 인간의 1차적인 본능이다. 그리고 관계없이 홀로 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꿈과 욕망을 담당하는 심리적인 욕구 또한 모든 인간에게 같은 물줄기를 가지고 있다.

어떤 결과를 만들기 위해 거쳐 온 과정이 투박하고 거칠지만 지나고 보면 쉽게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가슴 뜨거워지는 순간이 온다. 이 영화에서 사하이 선생(아미타브 밧찬)이 그랬다.

거칠고 투박해서 자꾸 팅겨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저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리고 불쌍한 아이일 뿐인데, 그렇게 안쓰러움으로 아이의 인간적인 삶을 계속 어둠 속에 방치하는 줄도 모르고 연민으로 묶어 둔다.

어린시절의 미셸을 만나다

어둠은 갑갑하고 답답하고 두렵게 한다.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침묵 또한 갑갑하고 답답하고 두려움이다.

그러나 어둠에 갇혀 있는 사람보다 그 주위의 사람들의 삶이 더 답답하고 갑갑했다.

왜 버릴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식이고 부모이기 때문에 쉽게 놔버릴 수 없는 무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무너질 수 없는 노릇이다. 미셸(라니 무케르지)은 태어나 보니 블랙이었다. 부모는 절망했다.  

소리는 미셸에게 침묵이었고, 빛은 미셸에게 어둠이었다. 8살이 된 미셸은 두려움에 엄마만을 찾는 손길만 살아있고 모든 것이 들짐승과 다르지 않았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 전혀 정형화되지 않았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모습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다. 어린 동생을 다치게 하거나 집에 불이 나는 등 사방이 지뢰밭이다.

아버지는 미셸도 안쓰럽기는 하지만 집안 전체의 삶이 미셸로 인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게 힘이 든다. 결국 그녀를 지체 장애 수용소로 보내기로 맘을 먹고, 엄마는 마지막으로 가정교사를 구하자고 한다. 자식을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이겨 사하이 선생이 가정교사로 오게 된다.

처음 미셸을 대면한 사하이 선생은 참담했다. 미셸에게는 방울이 채워져 있었고, 인간으로서의 면모보다 통제불 야생마 같았다. 엉망진창이었다. "부모가 아이를 짐승 취급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그게 그가 뱉은 말이었다.

그는 미셸에게 강압적이고 거칠게 다루는 문제로 부모와 마찰을 빚지만 자신의 방식을 꺽지 않는다.

사하이선생은 미셸을 어떻게 세상과 소통시켜 줄 것인가?

손가락을 사용하여 세상이 가진 정보를 입력하고 그 진동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수업을 시작한다. 동물 같은 습성을 버리고 인간으로서 성장시키려는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대학에 입학한 미셸

20살의 미셸은 가수의 입에 자신의 손을 갖다 대고 진동을 느끼며 리듬을 타면서 춤을 춘다.

사하이가 바라던 대로 미셸은 손으로 소통을 한다. 데브라이 사하이 스승을 만나 빛을 찾고, 소리를 찾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함은 물론, 남들과 같이 춤을 추고 , 지식을 위해 대학 입학을 꿈꾸고 있다.

 "어둠이 필사적으로 널 집어 삼키려 해도 넌 항상 빛을 향해 가야 해'' 사하이 선생은 그녀를 어둠에서 빛으로 인도한 가이드였다. 사하이 선생님은 그녀의 곁에  항상 같이 한다. 그녀가 우리들 세상보다 더 밝게 더 나아간다.

인간은 잘났건 못났건 부자건 가난하건 누구에게나 생존은 제1의 목표다. 살아 있어야 하니까. 배고프면 생존을 위해 허기를 달래야 하고, 잠이 오면 자야 살 수 있는 동물이다.

먹고 자고 그 생존의 허기가 채워지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 세상의 두려움이나 무서움으로부터, 그래서 집이란 보호장치로 외부로부터의 위험요소를 차단한다.

보호장치가 채워지고 나면 그다음 인간의 심적인 요소를 채우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까, 어떻게 하면 외로워지지 않을까? 그래서 관계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나면 그 관계로 인해 자신이 행복해지는 걸 추구하게 되고, 자신의 내면의 존재가치를 부각시키려 한다. 자기만족, 욕망,희열 등 자기만의 욕구가 생긴다.

그녀의 욕구나 행복은 세상의 지식을 갖고 싶은 것이다. 만져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는 형체의 그걸 갈구하게 된다. 그게 자신을 지탱하게 해 주거나, 마음을 채워주거나 존재가치를 높여주거나 삶의 휘발유를 붓어 주기도 한다.

1차적인 욕구 말고 2차적인 삶을 소유하고 싶어 지는 것과 같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고, 성공하고 싶고, 높은 곳에 오르고 성취감도 가지고 싶다.  지식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녀의 답이 그렇다. "지식은 전부입니다. 지식은 정신이고, 지혜,용기,빛 소리예요. 성경이자 하느님이고, 나의 선생님입니다."

라니 무케르지(미셀 맥날리)

꿈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실현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의 조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걸음을 뗄 수 있다. 

우리 몸의 도구는 1차적인 걸 충족시켜 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각과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작동 되어야 한다. 정상적인 작동으로 그 꿈에 다가가기 수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도구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쉽게 갈 수 없는 장애물들이 넘쳐난다. 그녀에게는 지금 눈도 소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손가락만을 작동하여 남들보다 더 피나는 노력으로 지식과 접촉해야 한다.

더딘 발걸음에 포기하지 않고 빛을 향해 꿈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 남들보다 훨씬 긴 싸움이다.

사하이 선생님이 그녀의 눈과 소리가 되어주어 그녀는 대학에 들어가 수업을 받고 공부한다.

사하이 선생은 미셸에게 "불가능은 제가 유일하게 가르치지 않은 단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성공을 축하하지만 우리는 실패를 축하한다." 실패로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더 노력할 테니까. 불가능은 없으니까. 자신의 어둠속에 빛이 선생님이고 이제 더 이상어둠도 갑갑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셸은 동생의 결혼식으로 인해 경험해보지 못한 또, 앞으로도 경험해 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랑이란 단어 앞에가슴에 영문모를 감정이 파고든다. 머리에 담는 것 만큼이나 가슴에 채워져야 하는 감정들이 수시로 그녀의 삶을 흔들어 댈 수도 있다.

드디어 졸업하는 미셸

사하이 선생도 늙어가고 있다. 선생님이 언제까지나 그녀의 곁에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사하이 선생은 미셸이 제자로서만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셸의 인생의 가이드로 빛나고 싶을 뿐이다. 이별이 온다.홀로 빛을 향해 달려야 한다.

"제게 여자의 품격을 주시려고 당신은 선생님으로서의 모든 품위를 잃으셨습니다." 그녀는 오랜 세월, 불가능을 끌어안지 않은 덕에 졸업을 하고, 사하이 선생 앞에 서 있는 장면은 너무 감동적이었다.

소리와 빛을 다 가지고도 꿈을 향해 그녀처럼 열정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에, 주어진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것에 나 스스로 정말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느껴졌던 영화였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