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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04 대한민국 3대 읍성중의 하나 <낙안읍성>,실제로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민속마을
posted by 해이든 2018. 11. 4. 12:00

낙안읍성

대중교통만을 이용해 떠난 여행이었다.

전철을 타고,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순천을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싣고 그렇게 달려간 곳이었다.

낭만을 잡은 채 건져올린 추억이었다.

가끔 내게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고, 불편하지만 엘리베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으로 오르는 여정끝에 나를 맡길 때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고된 노동 속에 맛보게 되는 새참 같은 거랄까, 고추 하나 된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물면 그 얼마나 맛나고 풍요하던지,

그런 맛을 느낀 여행이었다.

낙안읍성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과거로의 여행을 산책하듯 걸어 걸어 들어갔다.

낙안읍성은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동내리, 서내리, 남내리 일대의 낙안분지에 위치하는 조선시대 평지성의 하나로 조선시대에는 행정상 읍소재지였기 때문에 '읍성'이라고 불렀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계획도시로 대한민국 3대 읍성 중의 하나로 사적 302호 지정되었다 한다.

기록에 의하면 백제시대부터 이곳에 성곽을 쌓아 파지성(波知城)이라 불렀다고 한다.

고려시대 후기와 조선초기에 왜구가 자주 이곳을 침입했기 때문에 태조 6년 이곳 출신의 절제사 김빈길이 흙으로 다시 성곽을 쌓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인조때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있으면서 개축하였고, 평지에 직사각형으로 세워졌다 한다.

낙안 민속마을 성곽

낙안읍성의 민속마을은 다른 전시용 민속마을과 다르게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성내에는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는 국내 유일한 곳이다.

물론 생활방식마저 옛 전통 그대로를 보존하면서 말이다.

밥짓는 냄새도 나고, 농사도 지어 수확하고, 감도 열려 있고, 빨래도 널어져 있다.

간혹 마당에 건조빨래대가 있는 것을 보고 웃었다. 생활의 불편함이 많겠다 생각은 했다.

왜?난 현대문명이 만들어놓은 편리성에 길들여진 사람이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마치 조선시대가 현재와 공존하는 듯 느껴졌다. 타임머신을 타고 난 조선시대로 넘어온 것이다.

초가지붕 민속마을 , 성내 민박 집도 있고, 식당도 있다.

옥사체험도 할 수 있고 사당패들이 민속놀이 공연도 하고 있었다.

옥사체험

대장금 촬영지로 이미 유명세를 탄 듯하다. 여기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문 쌍청루의 넓은 마루에서 신발 벗고 잠시 앉아 쉬기도 했다.

마치 조선시대 낭인으로 온 느낌이랄까.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어떤 신분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았으려나?

풍경도 좋고, 자연도 좋고, 바람마저 좋았던 지라 힐링의 맛을 제대로 느껴본 가을이다.

계단에 올라가니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여기를 다 둘러본 것이다.

초가지붕이 낯선 나는 아니다.

어릴 때부터 많이 보아와서 마치 엄마 품으로 돌아온 것 같은 정겨움이 날 이끌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옛모습 그대로를 유지한 가옥들이 모여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정겨운 풍경이 따스하게 안기고 아이들이 뛰어나올 것 같은  골목 어귀마다 노랫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러면서 드는 의문? 그럼 여기서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자격조건이 있을 것이다. 아무나 받아들이지는 않겠지?

혹시 이사 가고 오는 사람들은 또 어떤 절차가 있겠지?

아는 이는 없는 듯 하다. 주위엔 관광객들이 더 많다.

다들 경치를 즐기고, 힐링하는 사람들의 표정이다. 그런 이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기 싫다.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는 이상, 지자체에서 주민들에 대한 관리도 이루어지겠지' 하고 생각을 더는 담지 않았다. 

 담에는 여기서 민박을 하면서 주인장에게 물어봐야겠다.

오늘은 풍경과 내 감정에만 충실해보자. 힐링을 하러 온 것이 아닌가

순천 민속마을

성곽벽을 따라 걸으며 현대 삶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어릴 적 가진 게 별로 없어도 우리는 참 행복했다.

집집마다 웃음소리가 밖으로 나오고, 뒷 집에서 뭐 했으니 먹으라 오라고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담을 넘어오고,

'전설의 고향'을 하는 날이면 한 집에 모여 보면서 이웃사촌들의 정을 담는다.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같이 데려다 달라는 동무의 부탁으로 서로의 집을 여러 번 오갔던 추억마저 우리는 무엇에 빼앗기고 있는 걸까?

해가 넘어가면서 우리는 이런 풍경을 이렇게 관광지로 찾아 다녀야 하는 것에 많이 씁쓸했다.

오늘 저녁에 짓는 밥에는 정서를 듬뿍 담아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