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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23. 16:45

어톤먼트


감독 조 라이트

 

 

Atonement가 주는 의미는 속죄다. 
13살때 자신이 한 거짓말로 두 사람의 사랑과 인생이 무너졌다. 철없는 짓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 여파가 너무 컸고, 되돌리기에는 불가능해졌다. 
용서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그럴 수 없음에 평생 죄책감의 무게로 눌려져 왔다. 그리고 속죄의 방편으로 'Atonement'이라는 자전적 소설로 세상에 내 놓게 된다.
소설로 자신이 한 거짓말로 인해 그들이 삶에서 잃어버린 것을 가상으로나마 주려고 했다고 인터뷰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 인터뷰가 맘에 들지 않았다. 
13살이었던 문학소녀인 브라이오니(시얼샤 로넌)가 이제 77살의 노작가로 벌써 21번째의 소설을 내놓았고,  이 작품이 마지막소설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녀에게 참 많은 시간이 있었다. 

죽음이 코앞에 닥쳐서야 소설로 선물이라고 내놓고 가기에는 그녀는 끝까지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서는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벼워지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18살에도 소설을 준비했다. 20번의 소설을 발간하면서 그 많은 세월동안 자신이 용기없다고만 변명하고 싶은 것인가?
인생을 통틀어 기만하고 변명하고 끝까지 소설가로서의 결말을 미화하고 포장하는 것으로만 보였다면 내가 이 영화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인가?

 

제목은 속죄인데, 실명을 거론해서 자신의 잘못을 끌어내는 것으로  그녀는 그들의 잃은 삶을 소설속에 담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희망과 만족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서 가상의 만남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13살의 그녀도, 77살의 그녀도 변한 건 하나도 없다.

 

1935년 영국 탤리스 가문, 오빠 리안과 세실리아, 그리고 막내 브라이오니가 있다. 
13살이던 브라이오니는 첫 희곡을 쓸 만큼 상상력이 풍부한 문학소녀이다.
그녀의 대저택에는 사촌 쌍둥이 형제와 사촌언니 롤라가 집에 묵고 있었고, 리안이 친구 마샬을 데리고 놀러 왔다. 
그리고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가 있다. 
로비(제임스 맥어보이)는 브라이오니의 아버지의 후원으로 캠브리지 대학까지 나온 재원이다. 
여름동안 정원 일을 하며 의사가 되려고 계획중이다. 
분숫가의 로비와 세실리아
어톤먼트 분수가에 앉아있는 세실리아와 로비
브라이오니는 침실 창가에서 분수가에서의 두사람, 언니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와 로비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 것은 분수 안에 떨어진 물건을 찾기 위해 세실리아가 속옷차림으로 수영해 꺼내오는 장면이다. 
로비는 브라이오니의 언니 세실리아를 사랑한다. 그래서 세실리아에게 편지를 쓰게 되고, 음흉한 생각으로 쓴 편지를 잘못 넣어 브라이오니를 통해 언니에게 전해주라고 부탁받게 된다. 

 

로비를 짝사랑하고 있던 브라이오니는 언니에게 전달하기 전 편지를 읽고 너무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에 충격을 받는다. 
로비가 편지지를 잘못 보낸 걸 알고 세실리아를 찾아가지만 이미 브라이오니가 다 읽고 언니에게 전달된 후였다.
로비와 세실리아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고 서재에서 사랑을 나누게 된다.  그 장면을 또 브라이오니가 목격하게 된다.

 

몰래 편지를 읽는 브라이오니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전해주라는 편지를 몰래 읽는 브라이오니
 
그날 밤 저택에 머물던 쌍둥이 사촌형제가 쪽지를 써 놓고 가출하게 된다. 
사람들은 그들을 찾아 나서고 브라이오니는 어둠 속에서 사촌언니 롤라가 성관계하는 걸 목격하게 되고 브라이오니에게 들킨 남자는 황급히 사라지고 롤라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브라이오니는 롤라에게 다 봤다며 성폭행 당한 것이고, 범인은 로비로 못박는다. 
로비의 음탕한 편지내용을 공유했던 롤라 역시 입장이 곤란해질게 뻔하니 브라이오니의 말에 그저 묵인한다. 

 

브라이오니는  롤라(주노 템플)가 성폭행당했고, 로비가 범인이라고 부모와 경찰에게 말한다. 로비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브라이오니는 알 수 없는 배신감에 로비를 성폭행범으로 낙인찍어 버린다.
13살의 질투심에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로 로비를 감옥에 보내고 만다.
언니와의 사랑을 나누는 장면과 노골적인 편지는 어린 브라이오니의 비툴어진 질투로 인해  이성을 마비시켰다.  
제임스 맥어보이와 키이라 나이틀리
세실리아와 로비
로비가 감옥생활을 하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 감옥을 가느냐, 군대를 가느냐 선택권이 주어졌고,로비는 전쟁에 참여하게 된다.
동생의 거짓말로 로비와 헤어진 세실리아는 집에서 나와 간호사로 일하며 로비와 만날 날만을 기다린다.
세실리아는 간호사가 되어 가족과 연락도 끊고 지내고, 로비에게 돌아와 달라고 말한다. 

드디어 세실리아와 로비는 만나게 되고, 바닷가에 있는 하얀 별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전쟁이 끝나면 같이 지내자는 약속과 함께  하루하루를 버티어 낸다.
 
 18살이 된 브라이오니(로몰라 가레이)는 13살에 했던 거짓말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철이 없다고 하기에는 너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 죄책감에 괴로워했고, 자신도 언니처럼 전쟁 중에 간호사로 일하게 된다.
그리고 언니 세실리아를 찾아 갔다가 로비를 만나게 된다. 
"그때 난 13살이었어."
"사리분별하려면 몇 살을 먹어야 하니? 18살이 되어서야 거짓말을 고백하게 된거야. 길가에 버려져 죽음을 기다리는 18살 먹은 군인들도 있어. 5년전엔 진실 따윈 중요하지 않았잖아.내가 받은 교육에도 불구하고 너와 네 가족 모두에게 ,난 하인이나 마찬가지였어. 널 필두로 모두 합심해서 나를 늑대 소굴에 던져 넣었어"
로비는 그녀의 철없음보다 자신이 그저 하인에 불과한 존재로 모두가 힘 합쳐 늑대소굴로 밀어낸 가족 모두에게 협오스러움을 가졌다.

 

범인은 리온의 친구 마샬이 그런 것이고 롤라랑 결혼까지 했다고 말한다. 롤라는 마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 없고 면죄된 것이다. 
"진실만을 적어줘 변명도 미화도 설명도 필요없어.그리고 우리를 내버려둬" 로비는 그녀를 용서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진실만을 모두에게 말하고 자신의 삶이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랬다.
 
21번째 소설 어톤먼트 브라이오니 탤리스 
77살이 되어  혈관성 치매라 곧 죽을 것이고, 마지막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진실만을 쓰기로 오래전부터 맘먹었다.변명도 미화도 없이"
그리고 그녀는 1935년 그날 경찰에 잡혀간 그 날이 로비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 
브라이오니가 간호사가 되어 세실리아를 찾아간 것도, 로비를 만나 사과한 것도, 모두  허구라고 말한다. 

 

1940년 이후의 모든 이야기는 그녀의 소설속의 허구라는 것이다. 
"사실 전 용기가 없어서 1940년에 언니를 찾아가지 못했어요.발햄에는 간 적이 없죠.제가 그들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허구에요.사실 일어날 수 없던 일이었어요."
로비는 후송 작전의 마지막 날 1940년 6월 1일에 브레이 듄스에서 패혈증으로 죽었고,언니인 세실리아도 못 만났다.

1940년 10월 15일에 발햄 지하철역 위의 가스와 수도관에 투하된 폭탄 때문에 죽었기 때문이다.

용기가 없어서 찾아가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용기가 있더라도 용서를 구할 수 없었다.

세실리아 역시 로비를 만나지 못했다. 1935년 여름 그 거짓말로 로비가 경찰에 잡혀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13살의 브라이오니와 로비
13살 마지막 로비와 브라이오니
그래서 언니와 로비는 그토록 원했고 누릴 권리가 있었던 둘만의 시간을 보낸 적이 없다.

브라이오니로 인해 막혔기 때문이다

브라이오니는 책속에서나마 로비와 세실리아가 잃어버린 삶과 사랑을 주고 싶었다 말한다. 그것이 나약함이나 회피가 아니라고 한다.

 

"제 마지막 친절입니다.저는 그들에게 행복을 선사한 거에요."
그리고 언니와 로비에게 바닷가 별장에서 행복하게 있는 모습으로 영상은 마무리된다.
두 사람에게 소설속에서 그들을 만나게 하고 사랑하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하는 게 선물이라 여겼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이언 맥큐언의 소설 <속죄>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1935년과 1940년 그리고 1999년 세 부분으로 나누어 브라이오니의 거짓말로 시작해 속죄에 대한 고백으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하지만 브라이오니는 그동안 아무 것도 안했다.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소설로 그 긴 시간을 아무 것도 안했다. 
물론 로비로서는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브라이오니 역시 용서받을 생각으로 소설을 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녀로 인해 로비의 이야기는 계속 될 수 없었다. 
인생의 약속 위에 당당하게 서서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부끄럼 없이 살고 싶었던 로비의 삶을 막아 버렸다.
그리고 본인은 그동안 20번의 소설을 쓸 때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기회를 앗아버린 사람이 자신의 기회는 다 누리고 가지고 살았다. 

로비가 전쟁에 끌러간 후라도, 언니에게 편지로라도 아니면 18살때 소설을 준비하던 때라도 어떤 형태로든 미화없이 변명없이 사실만 알리면 되는 것이다. 부모에게 아니면 로비의 엄마에게 사실만 말해 주어도 되었다.
자신의 잘못을 말하면 되는 것이다. 롤라의 결혼식으로 부모에게 알려도 되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다 살아놓고 생의 끝에서 반성문 쓰고 가는 것으로 밖에.
'어톤먼트'라는 소설을 쓰면서도 독자들을 원하는 결론을 위해 그 두사람을 만나게 한 작가로서의 이기적인 마음만 느껴졌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