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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11. 17:16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감독 팀 블레이크 넬슨  

영화 월터 교수의 마지막 강의
이 영화는 한마디로 진정한 멘토를 만난 느낌이다. 그리고 내게 수많은 질문을 던진 영화이다. 그런데 그 질문에 하나도 답을 못했다. 
 
어느새 철학이 학문으로서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다. 어느 새 철학이 구시대적인 고물인 된 세상을 살고있다.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어떤 것의 의미를 발견한다거나 진리를 탐구한다는 건 그저 가장 맛없는 음식을 먹는것과 같고, 가장 재미없는 책을 펼쳐 놓고 딴 상상으로 뇌를 달군다.
 
철학교수 월터(샘 워터스톤)는 30년 넘게 유명한 사상가들의 철학을 가르쳐 왔다. 이제 은퇴하여 존경의 대상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의믜를 찾고자 한다.
월터의 마지막 강의는 뼈있는 질문이었고, 우리가 완전히 빼먹은 삶에 대한 자각을 불러 일으켜 세웠다.
산업화로 인해,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우리는 너무나 병들어 있다.
소외와 방황과 두려움, 불안,혼란 속에서 눈을 감고 살고 있다.
"우리는 결국 멋지게, 그러나 가슴 아프게, 혼자입니다."
월터 교수 마지막 강의
마약중독으로 세상에 고립된 조, 그를 치료받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친구인 변호사, 세상은 누구에게나 기대고 싶은 심리가 있고, 이해받으려는 심리가 있다.
자신의 마약으로 망가져버린 삶이지만 그래도 내가 믿고 의지할 곳은 '너 밖에 없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조에게는 변호사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변호사는 조가 그토록 연락을 기다릴 때 섹스로 친구에게 전화한다는 약속을 못 지켰고, 또 재판중이라 연락을 못받는다.
그 사이 조는 감금되어있던 병원에서 나와 마약의 유혹을 못 견디고 버스안에서 남의 가방을 훔치고 마약에 손댄다. 그리고 자신에게 먹을 것을 사준 교수를 구해주다 죽는다.
칼에 찔리는 순간 그는  자신의 절제와 의지의 손을 넘어버렸다. 삶이 썩어가고 있는 걸 알면서도 자신을 파괴하며 도시에 갇혀있었다. 혼자 병원에 소외되어 있었고, 간절히 기다리던 손길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초면에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어준 교수를 구하는 길에 그가 망설임없이 달려준 건 타인이지만 자신의 삶에 들어온 친절함때문일 것이다.

 

철학을 공부 중인 소피(크리스틴 스튜어트),
이 영화에서 가장 강하게 다가왔던 인물이다. 너무 아퍼서 한동안 고대기만 봐도 떠오르는 인물이었다.
철학이 삶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월터에게 말하는 그녀는 타인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왕따다.
자신이 속한 부류에게 거부당하고 소외당하며 외면당하는 소피는 적대적이고 악의적인 인간들과 맞선다.
자신의 속한 부류에서 투명인간처럼 존재감이 없는 자신을 못 견뎌한다.  그녀는 고대기로 자신의 살을 지진다. 자해를 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한다. 
그녀역시 마약처럼 고대기로 자해하는 순간만큼은 온갖 잡념으로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조가 마약으로 현실의 고통을 벗어나듯이, 자해로 자신의 외로움을 벗어나려고 한다.
그녀는 온 몸으로 이야기한다.
"정말 외로워 죽겠어요. 세상은 왜 그렇게 비열하죠, 왜 그렇게 무심할까요, 왜 그렇게 이기적일까요, 나는 왜 이럴까요."
형편없는 세상에, 너무나 악의적인 사람들이지만 그녀는 몸서리치며 얘기한다.
그들과 섞이고 싶다고 ...그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그런 그녀를 위해 월터는 한 발에 한 걸음씩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자해를 멈출 수 있게 고대기를 달라고 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아내에게 중국 출장 간다고 나간 샘(코리 스톨)은 외도 중이다. 

그는 아내 사라(그레첸 몰)가 임신했을 때  얼어붙었다고 한다. "이제 다 끝났구나.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당연한 수순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서로의 인생에 대해서 상의도 안 해보고 그렇게 결정 난 것이다.

함께 본 영화가 어떻고 저쩌구는 말하면서 함께 할 미래는 서로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아내가 아닌 외도하는 여자의 얼굴을 가까이 맞대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점점 클수록 말수가 적어지고 적대적이 되어가고, 아내는 알콜중독이다. 
샘을 보면서 화가 났다. 왜 이런 얘기를 아내와 하지 않는 걸까? 왜 이런 얘기를 외도녀와 하고 있는 걸까?
외도녀가 말한다.
"당신이 그러니까 아내가 술을 마시지."
아내도 똑같다. 당연한 수순처럼 삶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 수순에서 아내와 소통하고 그 안에서 서로 헤쳐나가야 할 문제이다.  아내와 대화하고 소통하지 않음으로 이런 불행이 초래된 것이다. 
변화를 주고 싶어 뉴저지로 이사왔다는 엄마에게 큰 딸은 말한다.
"아빠는 늘 집을 비우고 엄마는 밤마다 취하는거야. 엄마가 행복해 하는 것 같지 않아."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로 현재의 삶을 망가뜨리고 두 딸의 삶마저 어둡게 만드는 샘과 사라
너무 쉽게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그들은 너무 편한 것만을 찾는다. 현실을 부정하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마약과 대마초로 환상과 환각에 빠지고, 소통하지 않고, 상대의 아픔이나 외로움에 무관심하다. 
삶은 점점 공허해지고 소통하지 않는 가족은 서로에게 짐처럼 무겁고 어두워져 간다.
 
"마음의 빗장을 여세요. 서로에게 타인이 되지 맙시다.서로에게 배운 것들을 모른 척 하지도 맙시다."
이게 월터교수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철학이다.
과학이나 의학 같은 것에 영혼을 맡기지 말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라고 말이다.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우리를 덮쳐온다. 그는 매일같이 단호하게 신중을 기하며 살았다.
무언가 자신만의 의미를 위해 살려고 은퇴를 준비했는데 죽음이 삼켰다.
하지만 그는 죽어갈 때 이렇게 아내에게 전하라 한다. 그가 전하려고 했던 말은 몽테뉴의 말로
'양배추를 심고 있을때 죽음이 날 찾아오길 바란다. 죽음에 무심한 채, 아직 할일이 남아 있을때'
그가 원하는 삶이었고 죽음이었다.
 
삶이란 무엇인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살아갈 이유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