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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17. 20:16

 

오베라는 남자

감독 하네스 홀름

 

 
오베는 자살을 준비하고 자살을 시도할 때마다 실패한다. 매달아 놓은 밧줄 끈이 떨어지거나, 자동차 배기가스를 실내로 유입하여 자살시도하려는 찰나 이웃의 방문으로 실패하고, 기차역에서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자살하려고 하나 플랫폼에 서 있던 사람이 쓰러지는 바람에 그를 구하느라 실패한다. 죽는 것도 사는 것만큼 어렵다.

6개월 전에 먼저 떠난 아내에게 가려한다.  오베(롤프 라스 가드)는 59살의 나이에 굉장히 까칠하고, 불만투성이에 고집불통이다. 그리고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이다. 

고집과 편견이 단단하게 눌러붙어 이웃과 제대로 소통하지도 못한다. 자기고집에 갇혀 있다보니 친구라고 해봐야 치매를 앓고 있는 그가 다지만 그와도 사이가 멀어진지 오래다. 

그가 남의 집 문앞에 서서 문을 두들기지 않는 이상 그는 세상과 소통할 수 없는 사람처럼 군다. 아내 소냐(이다 엥볼)가 그나마 이웃과 세상과 소통해주는 중간 역할을 해 주었지만 그녀마저 6개월 전에 그의 곁을 떠났다. 아내의 곁으로 가기 위해 꾸준히 자살을 시도한다.

 
아내 소냐를 만나기전까지 그의 삶은 온통 흑백이었다. 기차에서 만난 소냐는 자신의 가진 색과는 다른 색의 삶을 선사했고, 그녀로 인해 세상과 소통하며 살았다. 자신의 따뜻함을 알아주는 유일한 여자였고, 자신이 사랑하는 전부였다. 삶의 순간들을 같이 해 온 전부가 사라졌다.
 
소냐와 결혼하여 인생의 행복한 순간들을 가진다. 임신중인 그녀와 스폐인 여행을 간다. 그러나 여행중 버스가 추락하는 사고가 생긴다. 그 사고로 소냐는 아이를 유산하고 하반신마비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삶을 살게 된다. 최악의 순간을 맞이한 셈이다.
 
소냐는 긍정적이고 강한 여자였다.  아내는 1년후교사가 되기 위해  교사 자격증을 딴다. 그러나 그녀는 교사로 채용될 수 없었다.
당시 학교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어느 날 신문에 특별학급에 교사가 필요하다는 광고를 보고 면접을 보러 가지만 그 학교 역시 학교 구조가 휠체어가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젊은 오베(필립 버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세상을 증오했다. 사고낸 버스를 증오했고, 음주운전한 기사를 증오했다. 기관을 고소하고 별짓을 다하지만 점점 지쳐갔다.
그러나 소냐는 끝까지 버티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죽지 않으려면 죽지 않을만큼 버텨야해. "라며 웃어준다. 
그는 그 날밤 학교 계단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게 경사로를 만든다. 그렇게 그녀는 학교로 갈 수 있었고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아내와 행복했던 최고의 순간에 사고로 최악의 순간을 마주했지만 소냐는 자신에게 있어 사는 이유였다. 
 그 유일한 삶의 색이 떠나고, 또 온통 흑백세상뿐이다.
"어떻게든 당신을 만나러 갈거야."

난 이 남자가 좋다. 세상에 대해 까칠해도 자신의 여자에게 부드러운 남자를 말이다. 그에게 아내가 사들이는 것은 다 사랑스러운 물건이라 할만큼 아내를 사랑한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쓸데없이 직장을 옮기고 책임지려 하지 않고 아내를 갈아치우는 세상을 향해 상당히 불쾌해 한다. 

 
오베는 세기의 3분의 1을 한 직장에서 보낸 사람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떠나고 직장에서까지 별안간 쓸모없는 빌어먹을 세대가 된 것이었다. 
오베는 자기 몫의 짐을 짊어지며 살았다. 책임감도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조금 느긋하게 사는 것도 좋을 겁니다."라고 말하지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마을 여기저기를 시찰하며  꼼꼼히 챙겼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마을을 신경쓰고 다니겠는가. 자기 집안 쓸기도 힘든 세상에 말이다.
오베는 그가 하는 시찰 중 하나라도 그냥 건너뛰는 법이 없다. 요즘 사람들이 책임지기를 원치 않지만 좀 까칠하고 융통성이 없고 책임감이 넘치는 그를 이웃들은 괴팍하다고 하지만 오베가 있어 어쩜 이웃들이 깨끗하고 편한 삶을 누린 것은 아닐까?
 
소냐와 결혼해 주택회사에서 일했고, 집까지 장만하며 삶을 누리며 살았다. 아내가 떠나고,직장에서까지 정리됨으로서 그는 이제 세상과 완전히 닫혔다고,더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같이 자살을 준비하는 최악의 순간에 최고의 이웃들을 만난다.
옆집에 새로 이사온 파르바네(바하르 파르스)가 오베를 계속 귀찮게 만든다.
그는 귀찮아하면서도 도움의 손길을 외면하지 못한다. 그는 사실 따뜻한 사람이다. 남에게 기대지 않으려는 까칠하고 괴팍한 성격이 그의 따뜻함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오베를 구해준 사람은 이사온 젊은 부부이다. 셋쩨를 임심한 젊은 아내가 오베를 귀찮게 한다. 
그녀는 수시로 찾아와 중요한 순간마다 방해를 한다. 사다리를 빌리려 오고, 라디에에터 수리를 부탁하고,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사정하고 계속 성가시게 귀찮게 한다. 
그는 투덜대고 귀찮아 하면서 그녀를 도와준다.

팽팽한 감정을 좀 느슨하게 풀다보면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가 보인다.

그는 서서히 이웃들의 귀찮은 부탁에 도움을 주면서 자신이 아직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이고, 쓸모있는 삶으로서의  이웃들과 소통을 배운다.  손재주가 있는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있기때문이다.
 
오베의 오랜 친구가 정부요양원에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써주고,운전면허 시험을 돕기 위해 자기차를 내주고 동승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수리도 해준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하나씩 돕다보니 어느새 이웃들과의 관계가 만들어져 있었다. 
 
까칠하게만 대했던 이웃들과의 일상속에  자신의 삶이 스며들고,그들과 따뜻한 관계가 만들어지고, 삶의 변화가 만들어져 간다.
소냐가 없는 삶이 흑백같았는데 이제 마을사람들의 정으로 오베의 삶도 유채색이 되어간다.
 
사람은 관계속에서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오베는 재주 있고 이웃을 잘 도와주는 친절한 사람이 되어 옆집 아이들과의 관계를 갖을 만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사는게 이거구나' 의미를 알아간다.
 
오랫동안 길게 산다고 인생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생의 줄을 너무 팽팽히 당기고 살았다. 좀 느슨해질 필요가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말이다. 59살의 자신도 이웃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과 자신 역시 작고 사소하더라도 인간관계를 통해 쏟아붓고 담아내야 한다. 남에게 도움도 받고 도움도 주는 삶이 작은 일상의 행복으로 자리잡는다.
열심히 두들겨야 한다. 세상은 혼자서 못산다고 계속 두들겼던 이웃처럼 말이다.
 
사회성  없고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는 오베가  자신에게 손내미는 이웃의 손을 잡으면서 사회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