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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2. 02:43

 밀  정


 

감독 김지운

 

 

밀정은 스파이나 첩자를 일컫는 말로, 일제 감정기때 일본경찰은 의열단 내부에 밀정을 심었고, 독립운동가 사이에서도 변절자가 생겼고, 일본 경찰내에도 스파이를 심었다.
적과 동지라는 그 경계에서 이념적 갈등과 생사의 갈등으로 흔들렸을 암울한 시대였다.

보이지 않는 내적 갈등으로 같은 내부에서조차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 끝없이 서로를 의심해야 한다.

일본 경찰은 의열단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지게 끝없이 교란시키며 갈등을 조장했다.

1919년 3.1운동 뒤 일제의 무력에 대항하여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암살과 파괴, 폭파라는  좀 더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독립운동의 필요성을 느껴 의열단을 결성했다. 
의열단은 신흥무관학교 출신 중심으로 13명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단체이다. 

의열단은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해외로 옮겨 의열단 단장인 김원봉을 중심으로 사회주의와 민족주의 등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고, 남녀노소,외국인까지 국적을 초월하여 결성된 단체였다. 

그들은 부산경찰서 폭파사건, 밀양경찰서 폭탄투척, 조선총독부 폭탄 투척, 종로 경찰서 폭탄 투척 등의 활동으로 일본인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든다.
그 중심에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인 이정출(송강호)이 있고, 항일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원 김우진을 축으로 1920년대를 배경으로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이다.
처음 영화에 등장한 배우 박희순이 연기한 김장옥은 실제 독립운동가이며 의열단원이었던  김상옥으로 1923년에 1월 12일에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여 많은 일본경찰을 죽였다.

피신해 다니던 중 천여 명이 넘는 일본 경찰대와 접전하다 몸에 난 총구멍이 열한 개나 된다고 할 정도였고, 얼어버린 발가락을 잘라버리고 마지막 한 방 남은 총알로 자결한 인물이다.

국내에서 폭탄을 제조할 수 없었던 그들은 일본의 감시망을 피해  상해 임시정부가 있는 프랑스 조계 안에 비밀아지트를 설치하고, 헝가리인을 기술자로 초치하여 의열단에 연계순(한지민)과 부부를 가장한 영국인으로 행세하여 상하이에서 폭탄을 제조한다. 
여기서 한지민이 연기한 연계순은 의열단원이었던 현계옥을 모델로 하고 있다.
그리고 공유가 연기한 김우진은 1923년 의열단의 밀령으로 국내에 들어와  전국적인 폭파과 암살을 계획하다 붙잡힌 실제 의열단원인 김시현이다.
송강호가 연기한 이정철이 바로 황옥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독립군을 많이 체포한 공을 인정받아 일제의  경기도 경찰부 경부까지 올라간 인물로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의열단을 검거하기 위해 상해에 잠입한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로 일본의 밀정이었다.

이 영화는 김지운 감독이  1923년 일제 경찰관이었던 황옥이 의열단 단원과 함께 중국에서 국내로 폭탄을 반입했다가 발각된 황옥 폭탄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이다. 

일본의 밀정으로 김우진에게 접근한 이정철은 상해에서 뜻 밖의 인물, 의열단장인 정채산을 만난다. 자신이 검거하려던 사람이 먼저 자신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병헌이 연기한 정채산은 실제 의열단 단장인 김원봉이라는 인물이다. 
잡아야 하는 일본경찰과 잡히지 말아야 하는 의열단 단장이 술을 밤새 마시게 된다.
정채산은 그가 조선인이라는 그 내면의 정체성을 흔들어 자신들의 밀정으로 만들려고 한다. 

변절자에게도, 친일파에게도 조국은 하나다.
일본경찰로서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나라를 잃은 조선인이라는 정체성마저 버릴 수 없는 부끄러움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나라를 잃은 암울의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친일의 길을 가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한 핏줄임을 부정할 수 없고, 덮고 덮으려는 양심 그 가장 약한 곳을 흔들어 보려고 한다. 
그도 인간적인 면이 있을 것이고, 자책이나 가책같은 것이 존재할 것이기에 우진과 정채산은 위험한 선택을  감행한다. 
그리고 정채산의 한마디

"어느 역사위에 이름을 올리겠습니까?"

정채산을 만난 후 이정출은  마음이 변하고 김우진과 함께 상해에서 제조된 폭탄을 기차에 실어 국내로 가지고 들어올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정출과 김우진이 함께 경성까지 폭탄을 운반하여 들여 오기는 하나, 의열단 내부 밀정이 일본에게 밀고함으로서 거사계획은 실패로 끝나고 동지들과 함께 붙잡힌다.
이정출은 재판장에서 일본 경찰의 지시로 밀정으로서 의열단에 잠입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고 징역을 선고받는다.
아직도 황옥에 대한 의견은 충돌한다. 그를 일제를 위한 밀정이라는 사람들의 의견과 의열단을 도와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가라는 의견과 이중간접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제를 위한 밀정인지, 이중 간첩인지, 의열단으로서의 독립운동가인지 말이다.
아니면 그냥 조력자로 봐야 하는 지 말이다. 
 
100주년 3.1절을 기념하여 영화<밀정>을 선택해서 봤다.  잘 만들어진 영화이고, 일제 강점기를 견뎌 온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애환과 목숨을 걸고 상해와 경성을 넘나들며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숨가빴고, 내부의 적으로 인해 서로 의지하고 믿고 따라야 했던 동지마저 의심하고 죽여야 하는 그 고통이 어찌 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의열단원과 일제 경찰들의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연출되어 좋았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내면연기로 인해  그 암울함에 가슴 한켠이 저리도록 아펐다. 
"대한독립만세" 하며 자신을 향한 총구로 자결하며 나라의 독립을 원한 김상옥투사도, 같은 동지가 밀정임을 알고 그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겨야 하는 김시현도, 여자인 몸으로 그 모진 고문으로 고통받다 죽은 연계옥도, 황옥에게 시계를 건네며 "내 시간을 동지에게 맡기겠소." 하던 김원봉도 모두 애국의 역사에 오른 위대한 독립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