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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3. 9. 20:04

디센던트(descendant)


감독 알렉산더 페인  

영화 디센던트

 

사람들은 가족으로 인해 행복하다. 하지만 가족이 행복만 주는 존재들일까? 가족은 어쩌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남이라면 그저 남이라면 무시하고 상처받을 가슴도 내 주지 않겠지만 가족이라면 다르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그들만의 방식과 그들만의 언어가 숨쉬기 때문이다. 
사는 건 비슷비슷하다.  부자건 가난하건, 남자거나 여자거나, 부모이거나 자식이거나, 그런 관계로 엮여 서로 다른 생각을 같은 삶으로 풀어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타협하고, 배제하고, 갈등하며, 증오하고, 사랑하고 수많은 문장들이 휘어져 파도처럼 일렁이다 폭풍처럼 휘몰아치고,또  햇살아래 놓인 평화로운 오후이기도 되어주기도 한다.
어려움이 닥칠수록, 슬픔이 클수록 놓았던 손을 더 움켜잡는 게 가족이기도 하다.
남들이  덤벼들수록 가족이란 손은 더 서로를 위해 안아주고 잡아주기도 한다.
외부공격이 더 거세질수록 분해된 힘을 합쳐 더 강하게 만드는 게  가족이기때문이다. 
내 가족의 허물이기에 용서하려고 한다. 더 강하게 잡아주지 못한 자신의 허물이기도 하니깐.
미안함이 커지니까. 혼자 외롭게 내 버려둔 자신의 무관심이 더 큰 죄라고 여기니깐.
그런 마음으로 이 영화를 느꼈다.
남이 주는 상처는 어느 정도 외면할 수 있는데 가족이 주는 상처는 참 오래 간다.
 하지만 더 큰 맘으로 안아주면 눈녹듯 녹는 것이다.
상처주는 그 이면에 더 큰 사랑이 있다는 걸 보았기때문에 그래서 상처는  봄날의 소나기처럼 지나갔다
맷과 두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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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인 맷(조지 클루니)의 아내가 보트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게 된다.

일만 하다가 아내와 두 딸에게 제대로 신경도 못 써 주는 사이에 아내는 병원에 누워 의식이 없고, 부쩍 커버린 두 딸은 어색하고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는 나름 검소하고 성실한 남자다. 하지만 가정에는 소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족은 각자 외로운 섬처럼  다 분리되어 살고 있다. 서로로부터 점차 멀어진 거리만큼 소통도 힘이 든다. 보이는 거라고 부자라는 것뿐이다.

뭐, 이정도야 어느 가정이나 뻔하고 뻔한 현실적인 가정을 보여준다. 애들을 보살피는 건 언제나 아내의 몫이었다. 그런데 그 아내의 빈자리를  채워 딸들을 챙겨야 하는 아빠는 너무 서툴고 버겁다.
그저 나중에 유산으로 내려오는 땅을 팔아 아내가 바라는 대로 보트를 사서 멋진 삶을 살려고 준비하기만 했지...현재 아내와 아이들의 삶에 동참하지 못했다. 그저 돈만 벌어다 주는 가장의 자리에만 있었지, 아내와 딸이 바라보는 시선에 머물러 주지 못한 것이다.

아내의 사고로 사회의 일원이 아닌 가족의 생활로 들어온 맷은 엄마와 사이가 안 좋아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큰딸을 집으로 데려온다. 그리고 엄마의 사고소식과 함께 가망이 없는 엄마의 호흡기를 떼고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큰 딸 알렉산드라(쉐일린 우들리)는 아내가 외도를 했다는 말을 맷에게 전한다.  맷과 이혼까지 생각하고 브라이언이라는 남자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알고 맷은 배신감에 어찌 할 줄을 모른다.
맷과 두딸, 그리고 큰딸의 남자친구
딸의 남자친구가 딸을 만지는 걸 못 만지게 하자 "아저씨가 아줌마를 안만져주니까 외도하잖아요." 라는 식으로 말하는 부분도 유쾌하게 말하지만 어쩌면 그에게 네 잘못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아내가 많이 외로워했다고 들었고, 그 외로움에 브라이언에 채우고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맷은 큰딸과 함께 브라이언을 만나보자고 한다. 어쩌면 아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아내가 가는 길에 작별인사 정도는 원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맷은 질투나 나고 여러 가지 감정으로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후회하면서도 아내에 대한 배신감을 떨쳐 버릴 수 없음은 물론이고 아내가 사랑한 남자에 대한 호기심과 그도 아내를 사랑한 것인지 무언가 확인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용서를 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 

아내를 용서해야 보내줄 수 있을 것이고, 자신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 맷의 마음에 큰 딸도 기꺼이 동행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가 사랑했던 브라이언이 유부남이고, 자신이 팔려고 했던 땅때문에 의도적으로 접근한 부동산 관련업자였다. 
자신의 아내는 그를 사랑해 자신과 이혼하려고까지 했지만 그는 그런 맘이 없었다. 화가 났지만 맷은 아내의 상태를 말해주고 마지막 인사를 해 주러 오라고 말하고 나온다.
 
결국 그는 병원에 오지 않았고, 그녀의 아내가 와서 맷의 아내를 용서한다고 말한다. 어짜피 용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삶은 수시로 힘겹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만든다. 죽음은  어떤 형태로든 찾아오는 것이다. 

흐르는 시간속에 계속 침체되어 어둡고 비극적으로 살 수 없다.

때로는 받아들이고, 때로는 용서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비워내야 한다. 

아마 맷이 아내의 배신을 용서하지 않고 죽음을 무겁게 끌어 안았다면 그 무게에 자신은 물론이고, 두 딸도 같이 가라앉았을 것이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지금 현재 가족들 곁에서 외로워할 아내와 아이들과의 시간을 더 소중히 가져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내의 곁에 있어주지 못한 맷 자신과 엄마를 미워했을 딸의 상처도, 외로웠을 아내도, 서로가 힘겨웠을 순간을 같이 나누어주지 못한 미안함을 담았고, 아버지로서 딸들의 성장과정에 동행해 주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안함도 다 담겼다. 

아내를 마지막으로 보내주기 위한 여정속에서 모두 상처 받았을 자기들만의 위로와 용서를 건네고 일련의 과정 속에서 치유되고, 조금 더 성숙한 열매를 맺는다.

가족은 그렇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따뜻하고 행복함을 주는 존재들이다. 너무 오래 떨어져 사는 만큼 벌어진 그들 사이도 이번 여정으로 메워져 서로의 슬픔도 아픔도 감싸 안는다. 

같이 있는 모습만으로 이제 제법 아버지와 자식의 평온함이 느껴진다. 제대로 된 아빠노릇을 하게 된것이다.
맷이 마지막 인사로 아내를 떠나 보낸다. 

 " Good bye my love, my friend, my pain, my joy... Good bye, Good bye, Good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