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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2. 4. 15:35
빌리엘리어트
(Billy Elliot) 

감 독   스티븐 달드리
 
빌리 엘리어트 포스터
1984년영국 동북부 더럼 주의 탄광마을, 그 안에 11살의 소년  빌리 엘리어트(제이미 벨)가 특별한 꿈을 꾼다. 이 영화는 꿈을 향한 빌리의 질주와 그 질주를 향한 가족들의 갈등과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로 좋아서 하는 즐거움보다  미쳐서 하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빌리는 보수적인 아버지의 프레임속에 갇혀 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두려워하기보다 아버지에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이다.  무뚝뚝하고 보수적이기는 하나 그는 두 아들과 노모를 돌보아야 하는 가장이었으며 신념이 두터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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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형, 돌봐주어야 하는 할머니와 그리고 빌리 네 명의 가족이 살고 있다. 권투를 배우라는 아버지와의 뜻과는 다르게 빌리는 권투가 적성에 맞지 않다. 한대도 때리지를 못하고 피해다니기만 한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잘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어떤 계기나 기회로 인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 기회를 잡는 선택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자신의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기도 한다.  
빌리에겐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첫번째 계기가 생긴다. 권투 도장옆에서 하게된 발레수업이 그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제공해 준다.
윌킨슨 선생님이 가르치는 발레수업을 구경하다 어느새 동참하게 된다.  빌리는 권투 글러브보다 발레슈즈가 자신을 끌어 당긴다는 것을 알고 여자애들만 있는 발레수업을 계속 하게 된다. 
발레수업중
아버지 재키와 형 토니는 몇 달동안  파업중이다. 이 영화는 영국 역사상 가장 긴 파업으로 기록된 광부 대파업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아침마다 노조 규정을 어기고 탄광으로 복귀하여 출근하는 버스를 향해 계란을 던지며  "배신자"라고 외치며 시위 농성을 한다. 탄광노조원들과 경찰들이 버스를 겹겹히 에워쌓으며 대치하는 풍경을 자주 보여준다.
 
어느 날 빌리가 권투도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빌리를 찾아 간 아버지는 발레 수업중인 여자아이들 사이에 서 있는 빌리를 발견하고 당장 나오라며 끌고 나간다.
 
"발레는 남자가 하는 게 아니야."라고 보수적인 마인드로 강경하게 말한다. 발레는 여자가 하면 정상이지만 남자가 하면 왠지 게이라는 느낌을 지워낼 수 없었던 아버지 재키의 표정을 간파한 빌리는 "게이가 아니라 발레무용수!"라고 말해 준다. 그러나 남자는 축구나 권투,레슬링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보수적인 프레임에 부딪히고 만다.
 
아들이 꿈꾸는 꿈과 아버지가 자식에게 바라는 희망이 충돌하여 갈등의 시작이 된다. 결국 아버지의 벽에 막힌 빌리는 윌킨스 부인을 찾아간다.
빌리와 윌킨슨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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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을 보기 위해 윌리슨 선생님과 함께 빌리는 열심히 훈련한다. 그리고 빌리와 윌킬슨 부인이 티렉스의 <I Love Boogie>에 춤추는 장면은 몇번이나 돌려볼 만큼 좋았다. 
 
그리고 오디션 당일이 되었다. 아버지 몰래 준비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파업중인 탄광노조원들을 폭력사태로 규정하여 경찰은 주도자인 형을 잡아가게 된다.
 
빌리가 나타나지 않자 빌리의 집을 찾아간 윌킨스 부인은 오디션을 망쳤다고 가족과 충돌한다.
가족과 윌킨스부인 사이에서 빌리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고, 자신의 꿈이 가족과 충돌하고 윌킨스 부인과 자신의 가족이 충돌하는 것을 보면서 빌리는 폭주하는 불꽃처럼 탄광마을을 질주하며 분노의 춤사위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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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밤, 친구와 권투도장에서 친구에게 발레를 가르쳐 주고 있는 빌리 앞에 아버지가 나타난다. 잠시 당황한 빌리는 아버지 앞에서 느닷없이 스텝을 밟으며 미친 듯이 춤을 선보인다.

그 춤사위가 얼마나 멋지던지 입을 벌리고 보았다.

아들의 춤을 지켜보던 아버지의 정지된 표정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 빌리가 춤을 끝내고 아버지 앞에 딱 서자 아버지는 돌아서 나가버린다.

빌리에게 집에 가 있으라고 하고는 윌킨슨 선생집으로 찾아간다. 따지러 가는 줄 알았는데, 오디션 비용이 얼마드냐고 묻는다. 그리고 빌리에게  해 준 모든 것들 고맙다고 말한다. 아버지도 빌리의 실력을 인정한 것 같다.

파업중단하고 버스로 오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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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꿈을 지원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신념을 버리고 탄광촌으로 출근하는 버스에 올라 탄다. 아들을 위해 파업을 포기한 것이다.
버스에 탄 아버지는 어느때와 다름없이 버스에 계란을 던지며 시위하고 있는 큰 아들을 보고 고개를 돌리고, 그 버스에 아버지가 타고 있는 걸 발견한 형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빌리를 위해 돈이 필요했다.
장기간 파업으로 인해 아들의 오디션을 보러 갈 돈이 없었던 아버지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

우린 끝났어.  우리는 선택이 남았니? 하지만 빌리는 남았어." 
11살인 빌리에게는 자신과 토니와는 다르게 선택이 주어졌고, 그 선택을 자신의 가난함으로 막아버릴 수 없는 아버지는 자신의 신념보다 자식의 인생이 먼저인 것이었다. 우는 아버지를 안고 토니의 가슴에도 흥건한 물기를 남았다.
투박하고 ,거칠고,무뚝뚝하고, 단단한 보수적인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신념이 무너지는 것이 참 힘들게 다가왔다. 마치 내 아버지의 오열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의 꿈을 위해 누군가의 신념을 버려야 하고, 또 가난한 현실이 누군가의 꿈을 지켜줄 수 없는 관계, 그게 가족이라면 더 아프다. 

 

빌리의 오디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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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 아버지,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런던으로 오디션을 보러 간 빌리는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으로부터 마지막 질문을 받는다
"빌리! 춤 출 때 어떤 기분이니?"
빌리는 "일단 추게 되면 모든 걸 잊어버려요.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어서  한마리의 새가 되어 나는 것 같아요. 마치 감전된 것 처럼요."
그랬다. 빌리가 춤을 출때는 몸에 붙은 사람처럼, 또는 새가 날개짓하는 것처럼 춤을 추었다. 천상 빌리는 춤을 위해 태어난 아이처럼 춤속에서 희열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오디션을 치르고 결과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초조한 시간이 지나고 합격통지서가 날라온다.
빌리는 이제 탄광촌을 떠나 발레학교에 가기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동생에게 다정다감한 표현을 하지 않는 형이 버스에 탄 동생에게 "보고 싶을거야"라고 말하는 장면과 아버지가 아들을 하늘높이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그들이 빌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는 뭉클한 장면이었다.
표현해 주지 않으면 모를 것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족의 사랑은 가끔 말보다 마음이 먼저 가 마중하는 것 같다. 꿈을 향해 떠나는 빌리와 형과 아버지는석탄을 캐러 지하로 내려가는 장면을 보여준다. 
그 장면이 왜 그렇게 아린지 음악은 왜 그리 슬픈지......<빌리 엘리어트> 영화의 장면은 항상 꿈과 현실의 간극을 보여준다. 춤을 추는 아이의 꿈과 충돌되는 현실을 준다.
발레는 여자들만 한다는 아버지의 편견과 충돌하고 ,꿈을 향해 오디션 보러가는 날 형이 잡혀가는 현실로 첫 걸음을 막아서고, 아들의 재능을 알고 지원하려 하지만 오디션 보러 갈 돈이 없는 현실에 부딪히고, 아들의 합격소식과 함께 파업중단이라는 비보가 날아들게 한다.
그런 현실과 충돌하며 꿈이 이루어졌을 때 우리에게 선사하는 희망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감독의 의도일 것이다. 현실에 부딪쳐도 꿋꿋하게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면 이루어진다는 성공의 메시지와 함께  가족의 희생과 사랑이 결실로 우리의 인생에 커다란 격려를 주려고 말이다. 위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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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년이 지나 정장을 갖추어 입은 형과 아버지는 빌리의 공연을 보기 위해 국립극장으로 향한다.  무대를 향한 아버지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힌다.
무대를 준비하는 빌리는  백조가 되어 높이 도약하여 날아 오른다.  무대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가슴 찡하면서도 너무 아름다웠다.  그 무대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뜨겁고 벅찬 눈물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그의 등장과 울려퍼지는 음악소리와 그의 뒷모습을 보는데 전율이 쫘악~  다 전달되었다.
빌리의 <백조의 호수>공연은  그동안 충돌하며 희생한 아버지의 선택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 놓았다. 빌리 혼자만의 꿈이 아니었다. 빌리 혼자만의 선택지가 아니었다. 사랑없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고, 열정없이 만들어 질 수 없는 꿈이었다. 모두의 응원이 있었고 희생이 있었다. 그래서 더 뜨겁고 감동스러웠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