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존 메이버리
때는 1940년 영국은 독일과 전쟁 중이다. 런던 지하 방공호에서 베라 필립스(키이라 나이틀리)가 돈을 벌기 위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윌리엄 킬릭(킬리언 머피), 그리고 다시 만난 어릴 적 친구인 딜런 토마스(매튜 리즈), 그의 아내 캐틀린 토마스(시에나 밀러)
베라가 자고 있는 걸 정신 나간 듯 바라보고 있는 딜런, 그런 딜런을 바라보는 캐틀린은 "그 몸 내게 돌려줘."라고 말한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위한 시를 써주지 않고 베라를 향해 있는 딜런에게 상처 받지만 쿨한 척 베라와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윌리엄은 사랑하는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절대 나쁜 일은 없을 거라고 그녀에게 구애를 한다. 절대 내 말에 상처 받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캐틀린은 그녀와 딜런의 첫 경험을 알고 있고, 베라는 딜런과의 첫 경험은 추억으로만 간직할 뿐 딜런을 돌려받으려는 것이 아니라고 캐틀린에게 말한다.
캐틀린은 섹스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난 이해하지만 윌리엄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윌리엄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다. 딜런과의 첫 경험을,
윌리엄은 악몽을 꾼다. 그건 그가 꿈을 꿀만큼 딜런과 베라의 사랑에 대한 의심과 질투로 쌓여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셋은 남고 윌리엄은 떠났다. 그가 떠난 후 임신인 걸 알게 된 베라는 더 이상 가수를 할 수 없었다. 아무 능력이 없는 딜런과 캐틀린에게 고향 웨일스로 가서 살자고 한다. 자신에게 빌붙어 살고 있는 그들을 그녀는 끌어안았다. 우정이었든 사랑이었든 웨일스로 이사를 가서 이웃으로 같이 산다.
딜런은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역겹기까지 했다. 최소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아내를 먹여 살려야 남편으로서 책임지고 살아야 정상인데 베라의 도움으로 생계도 책임지지 않고 시나 적으며 살았다.
딜런은 캐틀린의 존재가치를 자기 재능을 키우는 토양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요리하고, 애 낳고, 청소나 하는 존재로 갖다 놓은 것 같다. 그것뿐이라고 말한다.
캐틀린이 베라와 딜런 사이의 관계에서 왜 견디고 사는지 나중에는 좀 알 것 같았다. 외로움이었다. 그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챙겨주는 베라를 그녀는 의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다가도 한 편으로 너무 이해할 수 없는 세 사람이다.
정말 윌리엄을 사랑하고 또 캐틀린을 걱정하고 우정이었다면 딜런에게 확실히 선을 그어야 했다. 유혹의 눈길을 철저히 차단해야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계속 미묘한 관계들이 이어지고 시를 쓴다고 벌이조차 없는 딜런으로 인해 캐틀린은 돈벌이용으로 뭇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돈 한 푼 못 벌어 아내가 그 짓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은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고 다닌다.
시인이란 허울을 쓰고 삶을 먹어치우는 모습이 정말 이 두 여자에게 딜런은 기생충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부끄럼도 없이 캐틀린이 딴 남자랑 하니 나도 딴 여자랑 잔다고 베라에게 말하는 거 하고는?
웨일즈에서 베라와 캐틀린은 아이를 키우며 캐틀린은 베라에게 의지하고, 베라는 외롭고 능력 없는 그들에게 돈을 대주며 살아가고 있다. 남편 없이 애를 키우며 편지해도 답장도 없는 윌리암으로 인해 그녀 역시 삶이 외롭고 불안했다. 그래서 캐틀린의 존재가 힘이 되고 위안이 되어 주는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되지 않길 빌었지만 베라와 딜런은 관계를 하고 만다.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것이다. 어떤 변명을 갖다 대도 이해받기 힘들다. 난 딜런과 베라에게 좋은 감정을 내어 줄 수 없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것은 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베라 역시 후회하고 미안해서 문을 두드리는 캐틀린에게 떳떳하지 못해 뒷걸음질 치며 집에 없는 척 숨은 것이 아닌가.
"저들은 내 친구야, 돌봐 준 것뿐야. 굶길 순 없잖아."
캐틀린마저 베라가 딜런하고 잔 사실을 알고 베라에게 등을 돌린다. 이미 물은 엎질러 졌다. 딜런과 잔 사실도 총을 난사한 사건도 말이다. 수습해야 할 일만 남았다.
베라는 딜런에게 윌리엄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윌리엄을 사랑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법정에서 딜런은"날 죽이려고 했던 게 분명합니다. "라며 불리한 증언을 한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그동안 베라의 도움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나올 수 있지?
배신감에 베라는 "왜?"라고 묻자 딜런은 "넌 내 별이었어 예전처럼 살 수 있어. 방해물을 제거했잖아."
그러자 그녀는 "캐틀린과 헤어지라고 나랑 살아"라고 말하자 딜런은 아무 말도 없다.
"넌 그 해변의 15살 소녀를 원하는 거야. 지금 내가 아니고, 네가 가진 건 머릿속의 이야기뿐이야. 단어들 "
어쩌면 베라와 캐틀린에게는 남자 없는 세상이 더 낫았을 것이다.
사랑하는 그 감정은 순간이고, 외로움은 영원했다. 그 외로움의 공간을 베라와 캐틀린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사랑했던 것 같다. 캐틀린의 말처럼 "섹스는 아무 의미 없어. 그건 사랑이 아니야. 근질근질해서 긁어야만 했다."
딜런은 캐틀린 인생에 외로움을 지독하게도 짙은 안개처럼 만들어 냈다. 부부에게는 서로 함께 살아갈 사랑이 필요하다. 섹스로 긁어대는 것 말고 책임 있는 사랑말이다.
어쩌면 캐틀린을 더 돕고 의지하고 있었던 베라였지만 혼자 남편을 기다리던 근질근질함에 딜런의 품에 안긴 것이 잘못이었다. 그건 사랑과 다른 아무 의미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세상도 그렇게 봐줄 거라는 건 아니다.
캐틀린과 딜런이 떠나는 날, 베라는 딜런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캐들린에게 다가간다.
자신을 향해 웃어주던 항상 외로움에 응해주던 베라의 미소를 보고 캐틀린이 한 말이다.
"바로 그 미소였어."
"너도, 외로워 마."
세상에서 여자를 가장 외롭게 만드는 사람은 남편이자 남자이다. 그들은 아내를 자신의 토양으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는 아내의 내면의 외로움에 답해준 적이 없다. 자신들만 세상에서 인생에서 고통받는다는 착각 속에 잘난 척하며 살기 바쁘다.
어쩌면 그녀가 남편의 월급을 탕진해가며 도와준 것은 딜런이 아니라 캐틀린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 줄 존재가 캐틀린이었고, 캐틀린 역시 자신에게 쏟아지던 베라의 미소로 외로움을 채우며 서로 의지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 중간에 딜런이란 줄이 있었지만 어쩌면 딜런 없이 그들은 흔들림 없이 지냈을지도 모른다.
캐틀린의 말처럼 섹스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남자들에겐 섹스의 의미는 달랐다. 그래서 아내의 사랑에 답하지 않고 아이마저 부정했던 윌리엄이었고, 딜런 또한 시적인 망상에 잡혀 원하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남자는 과거가 중요할 지몰라도 여자는 현재의 사랑이 더 중요하다.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하지만 여자는 마지막 사랑만 간직한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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