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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23 나 없는 내인생 : 죽기전에 하고 싶은 10가지
posted by 해이든 2018. 9. 23. 18:53

                              

영화 나 없는 내인생

23살에 내려진 암선고,

여기서 멈추었다.
겨우 2달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조용히 죽음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나 있는 삶을 준비한다.

 

17살에 만난 남자와 첫사랑을 하고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빠로 관계를 맺었다. 
능력 없는 남편으로 경제적인 터전을 만들고 못하고 친정 엄마 마당에 트레일러안에 가정을 이루고 사는 앤(사라 폴리)은 23살에 자신에게 닥친 이 절망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야간 청소부로 일하고 6살, 4살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자신의 자리....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아이낳고 가정의 경제까지 짊어지고 산 삶에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 후회하고 아퍼할 시간도 원망하고 미워할 시간도, 흔들릴 시간도 그녀에게는 없다. 
 
가족들이 같이 흔들리고 좌절하는 걸 지켜보는 것 또한 그녀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 더 힘들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가족들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조용히 삶을 정리하려고 죽기전에 하고 싶은 10가지 리스트를 작성한다. 삶에 미련을 가지고 흔들릴 시간이 없었기에 운명처럼 받아 들인다,
나 없어도 이들은 살아갈 것이다.

 

나 없어도 이들은 금방 적응할 것이고, 나 없어도 이들은 계속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없는 내일이 이들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나만 지금 끄덕거리고 있고 나만 지금 휘청거리고 있고 나에게만 내일이 미래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나는 과거로 남겨질 것이다. 

그래서 내게 부여된 2달을  날 위해 적어보는 것이다.
 
가난했지만 나름 행복했다. 자신의 몸에 자란 암세포를 끌어안고 울지 않는다. 무심하게 두달이지만 자신을 향한 여행보따리를 싸듯 엄마의 죽음으로 아내의 죽음으로 이어진 그들의 삶과 자신을 삶을 연결하기 시작한다. 

 

 

10가지 리스트 내용을 보면 그녀가 죽음을 슬퍼한 것이 아니라 남아있는 자와 남겨놓고 가야 하는 자의 입장으로 연결고리를 이어놓은 것 같았다. 

 

비록 삶과 죽음으로 나뉘지만 그건 왠지 다른 건물에 들어가 있을뿐 서로 통하게 되어 있는 것처럼 만들어진 것 같이 말이다.

 

그녀의 리스트는 남편에게 착한 신부감 구해주기, 애들의 18살이 될 때까지  생일 축하 메세지 녹음하기, 담배와 술을 맘껏 즐겨보기, 딸들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해보기, 감옥에 계신 아빠 만나기, 머리 모양 바꾸기, 날 몸 바쳐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들기...등  
사는 모습이다. 누군가 사는 사람의 계획을 보는 것 같다.

죽어가는 사람의 리스트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를 통해서 또는 그들을 통해 살아간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들의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에서 그녀는 그들의 시작에 자신을 올려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