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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27 13. 아비정전 :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출연
posted by 해이든 2018. 12. 27. 01:03
감독 왕가위
영화 아비정전
아비의 일대기라는 뜻의 이 영화는 장국영이 세상을 떠나자 가장 많이 거론된 영화이다.
개봉당시 액션을 기대했던 팬들의  기대치를 채워주지 못했고,왕가위 감독에 대해 실망이 너무 컸던 탓에 환불소동과 함께 철저히 외면 당한 영화 <아비정전>은 한마디로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색이 바래질수록 깊어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인생의 공허함을 어느 정도 겪고 보니, 이 영화에서 뿜어져 나오는 색을 이해하고 아비의 외로움과 상실에서 오는 슬픔에 동화되게 된 것이다. 
 
1990년도에 개봉된 이 영화는 솔직히 재미나 감동을 주지 못했다. 왕가위풍의 영화는 항상 엇갈린 사랑으로 이별, 상실, 그리움으로 쓸쓸한 인생을 담아낸다. 
일치된 사랑으로 서로를 향해 뜨겁게 발산하지 못한다. 공허한 뒷모습만을 바라보게 한다. 
 
인생에서 솔직히 사랑으로 채워지는 것은 짧다. 하지만 강렬했던 사랑의 여운은 길게 남겨진다. 
이별도 그렇다. 
아비 역의 장국영
바람둥이 '아비(장국영)'에게 사랑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을 찾아가 유혹한다. 
능청스럽게 "오늘 밤 꿈에 날 보게 될거에요."라고 작업멘트를 날린다.
다음날 수리진은 "어제 밤 꿈에 당신 본 적 없어요."하고 말하자 아비는 더 뻔뻔하게 "물론이지. 한 숨도 못 잤을테니."
 
장국영이기에 저런 멘트해도 하나도 오글거리지 않는 것이다.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않을거야. 지울수도 없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그렇게 아비와 수리진의 1분은 서로에게 다른 시간이었다. 
아비에게는 그저 1분은 순간이고 지나버린 과거이지만 수리진은 그 1분이 2분이 되고 나중엔 긴 시간이 되어버린다. 
수리진은 아비를  영원히 잊지 못한다.
여자에게 오래 머물진 않는 아비는 순간 유혹하고 스쳐가면 그만이다. 
버리받기 전에 버리게 되는 나쁜 남자인 것이다.
수리진 역의 장만옥
여러 여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곁을 주지도 머무르지 않고 떠나버린다.
생모에게 버려진 상처로 인해 그의 내면에 나쁜 습성이 생긴 것이다.
자신를 버린 생모나 젊은 남자들을 수시로 바꾸어가며 사는 양모처럼 아비 역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자신 스스로를 부정하고 여자들의 사랑을 불신하며 거절한다.
뿌리 깊지 않은 아비는 그렇게 수리진에서 루루로 관계를 옮겨간다. 
깊고 길게 사랑을 못하는 아비는  결국 루루에게도 머물지 못하고 자신을 버린 생모를 만나러 필리핀으로 간다. 
어쩌면 뿌리 내리고 싶은 줄도 모른다. 사랑받고 있다는 걸 그 공허한 가슴에 채우고 싶은 줄도 모른다.
하지만 친모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
 
가정부는 어머니가 집에 없다고 했지만 내가 집을 나설 무렵 뒤에서 누군가 날 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다시 돌아오진 않겠지만 단 한번이라도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그것도 싫으시다면 나도 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친모의 집을 나서며 카메라가 아비의 뒷모습을 담는데 왜 그렇게 아픈지.
그가 쥔 주먹에도 그의 빠른 걸음걸이에도, 절대 보여주지 않겠다는 설움이 뭉쳐있는 뒷모습이 다 상처였다.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진 것은 사소한 인연이 아닐진데, 운명일진데 그 모성애를 부정당한 것 같은 분노가 저 걸음안에 주먹안에 다 있다 생각하니 그의 얼굴을 비추어주는 것보다 더 강렬하게 아픔에 기울어졌다.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속에서 쉰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 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그가 2003년 4월 1일에 홍콩의 만다린 오리엔텔 호텔 24층에서 투신하자 사람들은 다 아비정전에 나오는
'발 없는 새'에 빗대어 그의 죽음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맘보춤 추는 아비
 
'감정이 피곤해  세상을 사랑할 수 없다.'는 장국영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아비정전>하면 아비가 런닝만 입고 맘보춤을 추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많은 패러디를 낳았고
그때 흘러나온 음악 'Maria Elena' 또한 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