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묵 결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2.26 영화 <침묵> 자식이 무엇이길래, 부모로 산다는 건
posted by 해이든 2019. 2. 26. 22:16

TV로 한 사건을 접했다. 아들이 무면허 상태로 아버지의 차를 몰고나가 과속운전을 하다 승용차와 화물차를 잇따라 들이받고 도주해 버린 사건이다.

이로 인해 운전자는 상해를 입고 화물차는 파손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아들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엄마가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한다.

어머니는 경찰,검찰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거듭 엇갈린 진술로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아들은 지인에게 사고 사실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모는 피해자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아들만을 위한다는 태도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결국 아들의 잘못된 행동과 부모의 그릇된 판단에 반성도 없는 그들에게 법원은 이번 사건으로 사회에 적색경고등을 켠다. 
아들은 징역 1년 6개월, 엄마에게는 징역 8개월, 아버지는 징역 6개월을 선고한다.
이 사건으로 현실에서의 부모의 잘못된 방식이 자식을 위한다는 명분아래  사회에 방치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 모두에게  법원은 자식과 부모 모두를 법정구속시킴으로서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고 본다. 

죄를 짓는 것보다 죄의식이 없는 것이 더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보고 문득 떠 오른 영화가 '침묵'이었다. 재력과 권력을 가진  중년의 남자 '임태산(최민식)

그에게는 '문제아'이면서 골치 아픈 딸이 한 명 있다. 그저 할 줄 아는 거라곤 아비의 돈을 쓰고 다니는 것 밖에 없다. 
임태산에게는 또 사랑하는 약혼녀이자 유명가수인 유나(이하늬)가 있다. 그런데 딸은 자신의 약혼녀를 싫어한다. 그러나 유나는 그녀의 딸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딸이 술이 취해 유나에게 전화를 걸어오고 유나는 딸 임미라(이수경)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임태산의 약혼녀가 죽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 미라가 지목된다.

약혼녀를 잃고 딸은 자신이 사랑하는 약혼을 죽인 용의자로 잡혀 있다.

그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딸 미라를 위해 미라의 무죄를 믿어 줄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을 선임한다.

그의 재력에 최고의 변호인단을 선임할 줄 알았는데 초짜이고 젊은 변호사 희정을 선임한 것이 이상했다. '딸을 버린 것인가'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그리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시작되고, 임태산은 자신의 방식대로 딸의 무죄를 만들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한데, 또 뭔가 너무 간단해 보인다. 딸이 범인이 아니라 임태산인 것처럼 보이는 게 함정인가?

그의 약혼녀에게 다른 남자가 있었다? 그래서 임태산이 알고 그녀를 죽였다?
자신의 아버지의 돈을 보고 접근한 유나를 딸이 역겨워 죽였다?
무엇이 진실인지 갈수록 미묘해진다.
그런데 핵폭탄이 터졌다. 유나의 팬인 김동명(류준열)이 그날 CCTV영상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그걸 갈취하려는 임태산과 그걸 증거로 범인을 잡으려는 검사와 변호사의 알수 없는 신경전으로 결국 범인이 잡히고 만다. 
그 영상으로 그날의 기억이 없는 딸은 풀려나고 아버지 임태산은 그녀를 죽인 범인으로 갇히게 된다.

이게 끝이면 너무 시시하다 말이지. 이상하게도 범인이 너무 임태산을 향하게 검사나 변호사를 이용하여 쥐몰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끝이 아니었다. 충격적인 반전이 있었다. 그 반전에는 딸을 위한 아버지의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변호사에게 의뢰인의 비밀 유지 동의서를 내밀며 그가 그토록 침묵해 온 것이 밝혀진다.
부모다움이 뭘까?
재력으로 자신의 딸을 채워주기만 했던 임태산, 자신의 잘못된 삶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죽게 만들었고, 자식마저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마지막 선택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딸을 감옥에서 꺼내와야 했다.
아버지로서의 울분도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남자의 울분도 침묵 속에 가두어야 했다.
자식을 올바른 길로 안내하지 못한 벌, 자신의 진심을 딸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반성..
이제와 주워담아 보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길에서 그가 선택한 무게는 자신이 쌓아온 성을 다 무너뜨려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딱하나, 딸 미라
그는 아버지로서의 마지막을 감당하려고 했던 것이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었다. 처음엔 탐욕이라고 욕했는데 탐욕을 위장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이 선택이 옳은 것인가? 사회적으로는 옳을 순 없다. 그렇지만 아버지로서의 사랑이 그게 최선이라고 말하는데 왠지 반박할 수가 없다.

참 묵직하게 가슴을 친다. 부모다움이 무언지, 자식이 주는 의미가 또 무엇인지를 되돌려 보게 만든다.

최민식이 보여준 아버지의 역할은 참 대단했다. 자신이 범인이 되기 위해 자신의 딸과 변호사, 법정과 언론을 속이는 장면들과  자신의 연인과 닮은 연인을 바라보면서 갖는 수많은 감정을 침묵 속에 가두는 모습에서 애잔한 사랑이 다 묻어나왔다.

또, 딸에게도 열 마디 말보다 묵직하게 전달됐을 것이다. 사랑은..... 이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