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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04 42. 우먼 인 골드 : 오스트리아의 모나리자
posted by 해이든 2019. 2. 4. 23:28
우먼 인 골드 (Woman in Gold)
                              
감독 사이먼 커티스
 
우먼 인 골드 영화포스터

 

이 영화는 인간문제가 아닌 예술품에 대한 보상과 법적투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나치에게 빼앗긴 예술품 약 10만점 이상이 아직도 실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영화 마지막 자막을 보며 뭔가 우리가 놓친 것들이 인간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개인의 정체성 문제뿐만 아니라 문화적 예술적 가치 또한 역사의 일환으로 다루고 있지 않았구나 하는 자각을 불러 일으켰다.  나치에 의해 약탈당한 예술 작품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수감자이고, '아델레는 그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대사에서도 그렇듯 이 영화는 예술도 우리가 되찾아야 할 수감자라고 말할 때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으로 약탈당한 문화재와 예술품들을 단 한번도 제대로 들여다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예술품에 대해 어떤 가치를 환원받고 찾아야 할 역사라는 인식이 부족했고,  재산의 가치가 아닌 역사의 가치이고, 존재의 가치로 반환되어야 하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영화로서의 흥미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보태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1998년 LA에 사는  마리안 알트만(헬렌 미렌)은 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1948년 비엔나에 있는 블로흐 바우어 가문의 변호사 요한이 보낸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금 예술품 환수법을 개정하고 있어서 옛날 사건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벨베데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를 되찾아 오기 위해  친구의 아들인  랜드 쇤베르크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게 된다.    
사건의뢰하는 장면
랜드 쇤베르크(라이언 레이놀즈)는사무실에서 <우먼 인 골드>의 예상가치를 검색해보니 1억달러 이상이었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오스트리아 모나리자'와 다름없는 그림을 순순히 내 줄 리가 없다. 고로 이 싸움은 굉장히 어려운 싸움임을 암시한다.
오스트리아가 고향이었던 마리아 알트만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합병되고 나치의 유대인 박해가 시작되면서 유대인이었던 바우어 가문의 모든 예술품과 재산까지 나치에 의해 몰수 당하게 된다.  독일이 점령한 오스트리아에서 자행된 유대인 박해로 병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나치에 손에 남겨두고 남편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탈출하여 로즈앤젤리스로 온 것이다.  

 

하지만 노년이 다 되어서야 어릴 적 숙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림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그 그림이 오스트리아 최고 화가의 명화로 보이겠지만 제 눈에는 제 숙모가 보입니다"
부호였던  페르디난트 블로흐는 화가 클림트의 후원자로 자신의 아내이자 마리아 앙트만의 숙모였던 아델로를 모델로 작품을 부탁해서 나온 그림이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이다. 아델레는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조카인 마리아와 언니 루이즈에게 애정을 쏟았다. 
아델로 숙모와 가족사진

오스트리아가 행하는 예술품 환수 법률 개정은 이미지 향상을 위한 국가 홍보용일 뿐 정부는 최대한 많은 장애물을 만들어 예술품을 돌려주지 않으려는 저의가 숨어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합법적인 절차에 의거한 정당한 조치라며 반론을 제기하려면  재판을 걸라고 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재판을 하려면 어마어마한 소송비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고, 결국 포기하게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 마리아 알트만은 정부를 상대로 그 많은 돈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포기하기로 한다.


미국으로 돌아온 랜드는 미국내에서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고소하게 된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정부는 유명 변호인을 투입하여 시간을 끌면서 소송인 마리아 알프만이 늙어서 죽기만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걸 눈치채게 된다.  

 

랜드변호사가 법정에서 한 최후 변론이 인상적이라 옮겨 볼까 한다. 어쩜 우리도 일본에게 매일 외치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 오스트리아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더군요. 나치 피해자의 아픔을 감추려는 사람들과 오스트리아 유대인들에게 가해진 불의를 인정하고 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들입니다. ...수십 년전 인간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고, 인간이 인간을 박해하며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았지요. ...오스트리아를 위해서 잘못된 과거를 인정하세요."
돈때문에 시작한 랜드변호사가 홀로코스트 박물관에 다녀온 이후 정체성을 찾으며 변화를 꾀하고, 오히려 힘든 싸움이라고 포기하고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 했던 마리아를 설득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8년간의 긴 법적투쟁이었다. 
나치에게 약탈 당했던 클림트의 그림은 68년만에 마리아 앙트만에게 들어 왔다. 마리아의 요청으로 지금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화는 뉴욕 노이에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마리아 알트만은 승리하고도 젊은 날 병중에 계신 부모를 버리고 도망쳐 온 죄책감으로 슬퍼하고 아퍼했다. 

 

법정에서

그리고 내가 주목하고 싶은 또 한 사람은 마리아를 돕겠다고 했던 첼린 기자이다. 그는  자신이 마리아 알트만을 돕는 이유를 밝힌다. 

15살대 아버지가 나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평생 아버지의 죄를 갚는 일념으로 살고 있으며, 아버지와 반대의 길을 걸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이든, 자신의 부모가 저지른 죄이든 사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 참담한 수많은 죽음 앞에서 정부가 되었든, 기자가 되었든 단체가 되었든 제대로 그들의 아픔에 고개 숙여 사죄하지 않는 것일까? 

첼린 기자역
이 영화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을 반환을 둘러싼  8년간에 걸쳐 한 개인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적투쟁을 다룬 작품이지만 절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마리아 알트만의 과거와  랜드의 심경적 변화와 맞물려 랜드의 따뜻한 아내와 그리고 랜드의 회사, 비엔나의 풍경을 절묘하게 믹스하여 맛깔난 짜임새와 스토리, 그리고 멋진 배우의 연기까지 너무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아냈다.실제 사건, 실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법적투쟁이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리아 정부가 나치에 협력하며 저질렸던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정당한 소유물임을 주장하지 않고 사죄 하였더라면 마리아 알트만은 그 그림을 미국이 아닌 고향이고 조국인 오스트리아 박물관에 전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끝내 제대로 사죄하지 않고 모욕만을 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