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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2. 27. 01:56

그것만이 내 세상


감독 최 성현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어릴때 아버지는 엄마 인숙(윤여정)에게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고 살림을 때려 부수는 가정폭력범이었다. 그 곳에 어린 조하(이병헌)가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몸을 웅크리고 엄마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그곳에서 엄마는 살기 위해 조하를 두고 도망친 것이 아니었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죽으려고 나갔다. 어린 조하와 눈이 마주친 엄마 인숙(윤여정)는 너무 절망적인 삶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삶으로부터 죽음으로 도망가는 것은 너무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생의 끝에 몰린 처절한 비명소리이다.
한강에 몸을 던지려는 순간 절규에 답해주듯 누군가 그녀를 삶속에 다시 집어 넣었다. 그리고 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서 돌아오지 않았다.
어린 조하는 그렇게 엄마에게 버려지고, 아버지는 감옥을 제 방이듯 들어가 앉았다.
자신을 그 구렁텅이 속에 남겨두고 딴 살림을 사는 여자를 어떻게 엄마라 부르냐고, 아줌마지 라고 말하는 조하의 가슴에 상처가 고이  고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심판을 폭행한 것으로 선수로서의 생명은 추락하고 지금은 먹고 잘 곳도 없는 전직 복서 '조하(이병헌)'
우연히 밥 먹기 위해 들린 식당에서 엄마를 만나고 외면하지만 갈 곳 없는 그는 어쩔 수 없이 잠시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의 집에 들어간다. 
조하는 엄마의 존재가 편하지 않다. 매일같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앞에서 고통스러워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엄마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까지 열리지 않는다. 자신을 데려가지 않았다는 원망, 아버지의 폭력속에서 혼자만 살아왔던 세월에 그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같이 엉켜서 미움으로 쏟아졌다가 관심 끄고 살자로 바뀌기도 하다 종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엄마와 살고 있는 동생 진태가 있다. 본 적도 없는 동생과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엄마만 믿고 살아갈 수 밖에 진태(박정민)은 서번트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으로 "네"라는 말만 연거푸 하고, 할 줄 아는 거라곤 컴퓨터 게임과 휴대폰을 보는 것 밖에 없다. 혼자서 어딜 가거나 돈벌이는 물론 평생 엄마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동생에게 특이한 재능이 한가지 있다. 피아니스트 한가율이 피아노 치는 영상을 보고 한번에 따라하는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는 것이다.
17년이란 세월동안 연락도 없이 지낸 엄마와 동생의 진태와 한 집에 살면서 서로 경계하듯 무심한 듯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서로에게 조금씩 열어가는 걸 알게 된다.
어느 날 엄마가 조하에게 한달동안 식당에 일봐주러 부산에  내려간다고 동생을 부탁한다. 
조하가 동생이랑 전단지를 나눠주다 진태를 잃어버려 찾으려 다니다 그가 피아노앞에서 연주하는 걸 보고 그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리고 동생이 보고 있는 영상이 피아니스트 한가율인 것을 알게 되고 한가율을 찾아가 자신의 동생의 피아노 실력을 테스트 받게 한다.
진태의 피아노 재능을 알게 된 한 가율(한지민)은 진태를 도와준다. 진태가 콩쿨대회에 나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자란 행동으로 콩쿨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한다.
시간이 갈수록 조하와 진태는 가까워진다. 그러다 진태를 잃어버리고 한참을 찾다 헤매다 진태를 발견한 조하는 진태를 때리고 엄마는  "니가 뭐를 잘했는데, 아를 때리노 니가 형아 아이가 아를 와 때리노!" 라고 조하를 향해 말리는 엄마의 모자 안으로 엄마의 민머리가 보이게 된다. 그리고 알게된다. 엄마가 부산에 간 것이 아니고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혼자 자식 버리고 나갔으면 잘 살았어야 하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야 마음 놓고 미워하든 원망할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그래서 분노했을까? 병원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엄마의 모습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집에 있는 피아노를 때려 부숴 버린다.
억세게 고달프게 산 게 자신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게 모자란 동생으로 더 고되게 산 거 같아서일까
그리고 아버지 면회를 간다. 엄마 만났다는 말에 아버지는 "병신 새끼 하나 키우고 있더냐?"라고 말한다. 
"후회 안하세요. 엄마 때리고 나 때린 거 후회 안하냐구?"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 아직고 거칠고 폭력적인 자신에 대한 반성이 있을 리 없었다.
"이제 아버지 안할게요.이제 나도 자식 안하고,여기서 나오지 마세요. ..엄마 맞은 만큼 나 맞은 만큼 다 때려 주겠다고 그말 해주려고 왔다."고 말하는 조하는 엄마를 불행하게 만든 아빠에게 쏟아냈고, 
자신이 엄마를 미워하게 만든 것도 아버지라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에게 캐나다로 떠난다고 말한다. "아버지, 엄마 둘 다 용서가 안돼"
용서하지 마라고 한다. 설사 조하가 용서하더라도 엄마는 스스로 조하에게 평생 죄인 같을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니만 챙길게 내 못해준 거 다 해줄게 미안하다 ." 더 모자란 자식이 더 신경 쓰이는 게 부모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 생에서는 자신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진태가 더 걱정이 되는 걸 어찌 하겠는가?
그렇게 캐나다로 가려고 공항에 간 조하는 공항 대기실에서 TV에 나오는 진태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가율의 부탁으로 갈라콘서트에서 연주하기로 된 것이다.
자신이 형이 들려준 말이라고 하면서 조하가 좌우명처럼 붙여놓고 보는 무하마드 알리의 말이다.
"불가능,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결국 표현할 줄 모른다고 생각했던 진태가 모자르다고 생각했던 동생이 조하를 변화시킨다.
 
그렇게 발길을 돌려 엄마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엄마를 모시고 진태의 갈라콘서트에 간다.  
진태는 너무 멋지게 소름끼치게 연주를 했다.엄마와 조하는 진태의 그 무한한 가능성 앞에 벅차 오른다. 감동적이었다. 휴대폰으로 한가율이 치는 영상으로 모든 음을  짚어내는 천재였고, 엄마에게 형에게 모자란 동생이 아닌  그동안 떨어져 지냈던 세월을 매워주는 좋은 동생이었다. 
 
가족은 그렇게 채워주지 않아도 채워지는 존재이다. 
비우려고 해도 비워지지 않는 존재이다. 
그리고 엄마가 떠나고 진태는 엄마가 자주 듣는 <그것만이 내세상>을 연주한다. 
엄마에게는 진태나 조하가 자신의 세상의 전부일 것이다. 자식은 엄마를 움직이게 한다. 자식으로 인해 엄마의 세상은 돌아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