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4. 6. 18:02

 

영화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제77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BBC 선정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선에 포함된 영화로 6위에 있는 영화이다.

짐 캐리가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진지한 연기로 케이트 윈슬렛과 호흡을 맞추었고, 커스틴 던스트와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 로맨스 SF물이다.

"누군가를 오래 사귀어서 생기는 손실이 있다면 결국 남남이 된단 것이다"

조엘(짐 캐리)은 파란 머리의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는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이다.

이 해변에서 오늘 처음 만난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끌린 것이 처음이 아니다는 것이다.  실은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애인이었고,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애인이었다.

클레멘타인은 활발하고 적극적인 반면 조엘은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정반대의 성격의 두 사람은 사소하게 다투는 일이 많았고 그러다 헤어졌다.

그 이별로 인해 괴로웠던 클레멘타인은 Lacuna라는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에 가서 조엘과의 기억을 모두 지운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른 조엘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조엘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Lacuna라는 회사에서 보낸 편지로 옛 여자 친구 클레멘타인이 당신에 대한 기억을 전부 지웠으니 예전 관계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내용이었다.

클레멘타인은 조엘에 대한 기억만을 선택하여 그 부분만 지운 것이다. 그래서 조엘을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조엘은 화가 났고, 자신도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최근 기억부터 지우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 있었던 그 모든 과정들과 두 사람사이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지워진다.

기억을 하나씩 지워 갈수록 클레멘타인과 행복했던 순간들, 행복했던 기억들, 그 모든 것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우고 싶었던 것과는 다르게 지우고 싶지 않은 것과도 마주하게 된다.

둘만의 아름다웠던 추억의 장소, 찰스강에서의 데이트가 떠오르자 조엘은 기억을 지우고 싶지 않다고 취소하겠다고 소리친다.

하지만 가상현실이라 현실속의 Lacuna 직원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조엘은 어떻게든 지우지 않으려고 음미하려고 안간힘 쓰게 된다.

그렇게 기억은 지워지고 서로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또 조엘은 파란 머리 클레멘타인에게 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인 사이 이별의 상처가 아무리 아파도 시간과 함께 아물면서 흘러간다.

사랑하다 싸우고, 미워지고, 겹겹이 쌓이는 감정으로 지쳐 가기도 하지만 시작이 뜨거웠던 순간들이 없었다면 오지 않을 감정이다.

그녀와 보낸 시간들이 지워진다고 그리웠던 감정마저 지워지지 않는다.

서로에게 반해 끌렸던 그 설레임도 추억이 되고, 그리움으로 숙성되어 인생의 반짝반짝 빛날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수시로 영화처럼 삶에 펼쳐질 것이다.

 

메리(커스틴 던스트)와 Lacuna원장 하워드도 사랑했던 사이였다. 하지만 아내에게 들키고 하워드와의 기억을 지워야 했다.

하워드(톰 윌킨슨)는 기억을 지운 매리와 함께 일하고 있었던 것이고, 메리와 사귀는 스탠(마크 러팔로)도 이 사실을 알고 모른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워드와 사랑했던 기억은 지울 수 있어도 그를 향한 사랑이라는 감정 그 자체는 지우지 못했던 것이다.

화가 난 메리는 녹음된 환자들의 테이프를 환자들에게 모두 발송해 버린다.

조엘과 클레멘타인도 테이블을 받는다.

어제의 자신을 뜨겁게 했던 아름다움을  인생에서 도려내는 것이다. 어제 없이 오늘이 오지 않는다.

그녀만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도 도려내는 것이다. 어떤 관계이든 과정 없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거센 폭우같겠지만 시간이 흐른 후 잔잔한 여우비처럼 가슴을 적실 순간이고 기억의 한 페이지일 것이다.

아프면 아픈대로 사랑했던 기억도, 미워했던 기억도, 자신의 삶과 같이 흐르게 되어있다

헤어지는 게 두려워 시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뜨거움을 안아 볼 기회가 없다. 어느 누구도 장점만 갖고 있지 아니한다.

사랑은 달콤하게 뭉쳐있는 솜사탕 같지만 언젠가는 녹는다. 눈에 보이는 건 녹아 사라져도 달콤한 맛은 기억된다.

"잊힌 세상에 의해 세상은 잊힌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햇살. 여기엔 성취된 기도와 체념된 소망 모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