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3. 14. 18:20
바그다드 카페 : 디렉터스컷
감독 퍼시 애들론
두 여성을 통해 삶의 결을 바꾸어 놓은 영화이다.
중년이 되면 삶이 사막 같을 때가 있다. 가족을 위해 살아온 삶에 자신의 삶은 빛이 차단되어 암흑같을 때가 있다.
속이 텅 빈 것 같은 공허함, 채워지지 않는 적막함, 마음을 가늠할 수 없는 소외감, 양적. 질적으로 텅 빈 막막함은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불어온다.
힘에 부칠 정도로 삶이 지치고 늘어진다. 의욕도, 희망도 바닥이다.
황량한 사막에 물기조차 없는 브렌다(CCH 파운더)는 이런 모든 것이 짜증으로 들어차 있다.
중년의 여자의 황폐한 삶을 사막 한가운데 갖다놓고 표현하고 있다.
먼지 가득 앉은 카페, 고장난 커피머신, 기대고 싶은 남편은 무능하고 게으르고, 엄마로서 위로받고 싶은 아이들은 제각각 자신을 더 숨막히게 한다.
미국의 황량한 사막에 자리잡은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난지 오래이고, 먼지 투성이인 카페는 여주인 브렌다의 삶처럼 방치되어 있는 것 같다.
활기라고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작고 초라한 가게이다.
카페의 손님이라곤 장거리 트럭 운전수들이 잠깐 들러가는 것이 고작이고, 주구장창 피아노만 치는 아들, 밖으로만 나도는 딸,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에,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는 종업원인 원주민 카후엔가까지 의지라고는 다 말라버린 것 같다.
그녀는 하루종일 짜증으로 모든 것이 불평.불만투성이다. 아들의 치는 피아노연주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찌들려있다.
가게 근처에 사는 사람들도 의욕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캠핑카에 머물면서 그림을 그리는 무명화가 콕스도, 지나가는 손님에게 타투를 해주는 데비도 다들 행복에서 멀찌감치 멀어진 사람들처럼 삶이 바짝 메말라 있다.
게으르고 무능한 남편을 쫓아낸 브렌다는 가게 앞의 의자에 앉아 사막을 바라보며 눈물을 흐른다.
그런 그녀의 앞에 뚱뚱한 여인이 트렁크를 끌고 땀을 닦으며 다가온다. 독일여성 야스민(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
미국여행길에서 남편과의 마찰로 싸우고 사막에 그녀만 홀로 남겨두고 가버렸다. 자신의 짐 트렁크 하나 들고 차에서 내린 그녀는 정처없이 사막을 걷다 바그다드 카페를 발견한다.
그녀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을 것이다.
카페 주인 브렌다앞에 뚱뚱한 야스민이 찾아 들게 된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 만난 두 여자.
하지만 브렌다는 이 낯선 손님을 경계한다. 그리고 수상하게 생각하여 경찰에 신고까지 하지만 그녀는 그저 평범한 여행객이었다.
야스민은 브렌다가 없는 사이 지저분한 사무실을 말끔히 청소해 놓는다. 하지만 브렌다는 제멋대로 손댄 것에 분개하고 화를 낸다.
브렌다는 하루정일 골난 사람처럼 짜증내고,공격적이고, 말투가 너무 단호하여 위압적이기도 하다.
그런 그녀는 야스민을 대놓고 싫어한다.
그러나 야스민은 비록 뚱뚱하고 엉뚱하지만 여성적이고, 긍정적이고, 활동적이고, 활기차다. 그녀의 섬세함과 마음 씀씀이는 더 없이 아름답고 따뜻했다.
남편과 헤어지고 사막에 놓여진 상황이지만 그녀는 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카페에 오는 손님들과 이웃에게 다정하게 대하며, 힘든 일을 도우면서 마술까지 하는 야스민으로 인해 아이들은 물론 이웃들로 활기찬 카페로 변모해간다.
가게도 깨끗하게 재단장되고 손님들의 입소문을 타고 카페는 손님들로 부쩍이게 된다.
이 두 여자에게 남편들은 이방인보다 더 멀게 느껴지고 방관자처럼 굴었다.
그래서 브렌다의 삶은 점점 더 마음의 문을 걸어잠그고 소외된 사막같았다.
그러나 야스민은 그녀와는 다르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마음을 더 활짝열고 사람들과 유대감을 만들어간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고 서로 더불어 의지하고 기대어 살지 않으면 행복은 영원히 찾아와 주지 않는 손님과 다름없다.
다들 외로운 사람들이다.
외로움은 어쩌면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겠다.
야스민의 등장으로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바그다드 카페가 따스한 사람들의 웃음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닫혀있던 브렌다의 얼굴에도 웃음이 들어온다.
야스민의 꾸밈없는 미소로, 불어넣은 마법같은 활력이 모든 사람들을 변화시켜 놓는다.
다들 삶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는 듯한 소외된 사람들,
무기력하고 불완전해 보이기만 했던 바그다드 까페에 불어온 마법같은 기적,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상처들은 누군가의 따뜻한 격려와 위로로 누군가 쉬어가는 공간이 되어 삶에 오아시스가 되어준다.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따뜻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서로 맞지 않는 두사람 같지만 결핍된 감정을 채우는 데에는 마음을 열어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관심받고 싶은 것이고, 관심 가져주는 것으로 우리의 삶은 풍부해질 수 있다.
따뜻한 마음만이 차가운 삶을 녹일 수 있다.
바그다드 카페도 이제 사람사는 행복으로 북적인다.
제베타 스틸이 부른 주제가 ' Calling You'는 이 영화를 더욱 풍미롭게 만들어 준다.
힐링 그 자체인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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