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을 그대로 갖다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때 그 시절이 영상에 잘 담겼고, 민주화를 갈망하던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과 행동으로 어느새 개입되어 들어갔다.
실제 사건, 실존 인물들을 기초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의 유머도 허용되지 않고, 묵직하게 한 나라의 역사를 만들어 낸 그 사건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대공수사처의 박 처장(김윤식)의 주도하에 시신을 화장시켜 증거인멸을 하고자 했다. 경찰은 단순 쇼크사로 덮는다.
"조사관이 책상을 딱 치니 학생이 억하고 쓰러졌다."라고 박처장은 말한다. 정말 말이야 막걸리야!
박처장을 역을 맡은 김윤식과 최 검사 역을 맡은 하정우의 연기는 추격자 이후 또 한 번의 연기대결을 펼친다. 둘의 대립으로 진실을 가두려는 자와 진실을 세상에 내놓으려는 자의 싸움이 된다.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서울지검 공안부장 최검사(하정우)는박종철의 장례식마저 언론과 외부인들을 따돌리고 진행된다. 차갑게 꽁꽁 언 강물에 뿌려진 아들의 유골가루가 얼음에 붙어 강물에 흘러가지 않자 아버지는 얼음물에 들어가
"왜...왜 가지 못하느냐? 가거라. 아버지는 할 말이 없대이.." 하며 오열한다. 유골가루를 손으로 쓸어 담아 강물에 놓아 주며 우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찢어지게 했다.
동아일보 사회부장(고창석)은" 경찰이 고문치사로 대학생을 죽였는데 이깟 보도지침이 대수야!앞뒤 재지 말고 들이박아."라고 권력에 졸지 않는 언론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히 박종철 고문사건이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진실이 세상밖에 나오게 된 것은 수많은 이들의 진실에 대한 힘을 믿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전두환은 호헌선언으로 독재연장 하겠다는속셈을 드러내고,박처장과 전두환은 김대중 김영삼의 8.15 공동성명서를 작성했던 김정남을 잡아 김대중. 김영삼과 함께 간첩으로 묶어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미고 있다.
이 일로 여론이 들끓는 박종철 사건을 덮으려고 말이다.
진실은 이어달기를 하듯 마지막 주자에게 닿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은 조작 은폐되었다고 발표한다.
전국적으로 4천만의 국민들이 단결하여 호원철폐,독재타도를 외치는 6월 민주항쟁을 불러 오게 만든다. 이에 전두환은 호헌을 철폐하고 직선제를 시행한다는 발표를 내 놓는다. 박종철, 이 한열열사의 죽음으로 대한민국의 독재의 끈을 끊어 놓을 수 있었다.
이는 부검의의 증언과 최검사의 강단있는 결정과 위협을 무릅쓰고 진실을 담아 준 기자와 보도지침 따위 무시하라는 동아일보 사회부장과 교도소에서 진실을 밖으로 퍼나르던 한병용 교도관과 접견기록부를 적어 진실을 가두지 않은 안계장과 수감 중에도 진실을 위해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이부영과 밖에서 열심히 쫓기면서도 진실을 세상에 내어 놓으려는 김정남과 명동성당 정의구현사제단의 용기가 바톤을 이어 받으며 진실을 알렸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피 끓는 대학생들의 외침이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1987년은 아팠고, 슬펐고, 또 뜨거웠다. 버스안에서, 사무실 창문 밖으로, 광장으로 우리는 태극기를 흔들고, 손수건을 흔들고, 클락션을 울리며 독재타도를 외쳤다.
진실을 퍼나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도 너무 감동적이고, 배우들의 호흡마저 놓칠 수 없었던 긴장감으로 내게 꽤나 울림이 강한 영화였다. 순간 순간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람했고, 참고 보기가 힘들었다.
또, 배우들의 감정선과 맞물려 울고 국민들의 저력을 보며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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