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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4.30 영화 [1987]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진실은 가둘 수 없다.
posted by 해이든 2019. 4. 30. 19:49
1987년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던 6월 민주항쟁
그 6월이 되기까지 이어달리기를 하듯 우리나라 국민들은 독재세력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리지 않고 민주주의 빛을 보기 위해 몸부림 쳐야 했다. 
영화 1987
이 영화는 우리를 1987년으로 데려다 줄 것이다. 
장준환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1987년을 살았던 사람들이, 그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  감동받기를 바랬다면 내게는 그 이상이었다.

 

1987년을 그대로 갖다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때 그 시절이 영상에 잘 담겼고, 민주화를 갈망하던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과 행동으로 어느새 개입되어 들어갔다. 
그리고 명동성당이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진실의 불길을 내 뿜어준 것에 대한 벅참이, 언론이 두려움없이 휘갈겨주는 붓질에, 공부보다 나라의 흥망성쇠에 청춘을 태우는 대학생들의 폭발적인 열망에 가슴이 뜨거웠다.
덮으려는 자들과 파헤치려는 자들의 치열한 움직임으로 민주화의 불씨가 타오르던 1987년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겨 있었다.

실제 사건, 실존 인물들을 기초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의 유머도 허용되지  않고, 묵직하게 한 나라의 역사를 만들어 낸 그 사건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1987년 1월  14일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서울대학생 박 종철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고문 중에 의식이 없자 남영동 고문실로 오연상 의사를 불러 목격자가 생기게 만든 게 문제의 시작일 수도 있다. 
이 때까지 이들은 별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1987 남영동 고문실

 대공수사처의 박 처장(김윤식)의 주도하에  시신을 화장시켜 증거인멸을 하고자 했다. 경찰은 단순 쇼크사로 덮는다.

"조사관이 책상을 딱 치니 학생이 억하고 쓰러졌다."라고 박처장은 말한다. 정말 말이야 막걸리야!  

박처장을 역을 맡은 김윤식과 최 검사 역을 맡은 하정우의 연기는 추격자 이후 또 한 번의 연기대결을 펼친다. 둘의 대립으로 진실을 가두려는 자와 진실을 세상에 내놓으려는 자의 싸움이 된다.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서울지검 공안부장 최검사(하정우)는
"젊은 애가 심장 쇼크사로 죽은 게 말이 돼? 죽은지 8시간도 안됐고 죽은 아들을 아버지가 못봤어..서울대 다니는 아들을.." 부검하고 사인이 나와야 화장을 해야 되는 거라고 시신화장동의서에 날인을 거부하고 오히려 시신보존명령서를 작성하여 "시신에 손대면 죽는다."라고 기자에게 정보를 흘려 기사화 시킨다.   
1987 최검사 하정우

박종철의 장례식마저 언론과 외부인들을 따돌리고 진행된다.  차갑게 꽁꽁 언 강물에 뿌려진 아들의 유골가루가 얼음에 붙어 강물에 흘러가지 않자 아버지는 얼음물에 들어가 

 "왜...왜 가지 못하느냐? 가거라. 아버지는 할 말이 없대이.." 하며 오열한다. 유골가루를 손으로 쓸어 담아 강물에 놓아 주며 우는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찢어지게 했다. 

박종철열사 장례식 아버지의 울분

아일보 사회부장(고창석)은" 경찰이 고문치사로 대학생을 죽였는데 이깟 보도지침이 대수야!앞뒤 재지 말고 들이박아."라고 권력에 졸지 않는 언론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솔직히 박종철 고문사건이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진실이 세상밖에 나오게 된 것은 수많은 이들의 진실에 대한 힘을 믿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1987 동아일보 기자 이희준

전두환은 호헌선언으로 독재연장 하겠다는속셈을 드러내고,박처장과 전두환은 김대중 김영삼의 8.15 공동성명서를 작성했던 김정남을 잡아 김대중. 김영삼과 함께 간첩으로 묶어 제거하려는 계략을 꾸미고 있다.  

이 일로 여론이 들끓는 박종철 사건을 덮으려고 말이다.

진실은 이어달기를 하듯 마지막 주자에게 닿는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은 조작 은폐되었다고 발표한다. 

박종철열사의 노제

박종철 고문으로 인한 독재에 대한 분노가 함성으로 이어지고, 용기 있는 선택과 진실이 거대한 파도처럼 1987년 대학가를 울린다. 대학가는 일제히 시위에 들어가 호원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치게 된다.

국적으로 4천만의 국민들이 단결하여 호원철폐,독재타도를 외치는 6월 민주항쟁을 불러 오게 만든다. 이에 전두환은 호헌을 철폐하고 직선제를 시행한다는 발표를 내 놓는다.  박종철, 이 한열열사의 죽음으로 대한민국의 독재의 끈을 끊어 놓을 수 있었다.

이는 부검의의 증언과 최검사의 강단있는 결정과 위협을 무릅쓰고 진실을 담아 준 기자와 보도지침 따위 무시하라는 동아일보 사회부장과 교도소에서 진실을 밖으로 퍼나르던 한병용 교도관과 접견기록부를 적어 진실을 가두지 않은 안계장과 수감 중에도 진실을 위해 소신을 굽히지 않는 이부영과 밖에서 열심히 쫓기면서도 진실을 세상에 내어 놓으려는 김정남과 명동성당 정의구현사제단의 용기가 바톤을 이어 받으며 진실을 알렸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피 끓는 대학생들의 외침이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1987년은 아팠고, 슬펐고, 또 뜨거웠다. 버스안에서, 사무실 창문 밖으로, 광장으로 우리는 태극기를 흔들고, 손수건을 흔들고, 클락션을 울리며 독재타도를 외쳤다.

진실을 퍼나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움직임도 너무 감동적이고, 배우들의 호흡마저 놓칠 수 없었던 긴장감으로 내게 꽤나 울림이 강한 영화였다. 순간 순간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관람했고,  참고 보기가 힘들었다.

또, 배우들의 감정선과 맞물려 울고 국민들의 저력을 보며 뜨거웠다.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들이 너무 강하고 연기파 배우들의 존재가 그 중심에 있었기에 1987년으로 들어갔다 올 수 있었다.
그 시대를 살아온 내가,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어찌 뜨겁지 않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