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2. 20. 14:50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감독 후안 호세 캄파넬라

 

은퇴 후 벤자민(리카도 다린)은 잊히지 않는 여성 강간사건을 소재로 소설을 쓰려고 한다. 

25년 전 그가 법원직원으로 근무할 때 새로 부임한 젊고 아름다운 직속 상관 이레나(솔레다드 빌라밀)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이레나는 좋은 집안에 약혼자도 있었다.그저 사랑에 빠진 감정을 숨긴 채 그녀와 사건을 처리해 나간다. 

벤자민과 산도발은 그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산도발은 매일 술집에 가 술에 취해 있는 골치 아픈 동료지만 그래도 믿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그러던 중 원치 않는 여성강간살인사건을 배정받게 된다. 그리고 사건현장에 간 벤자민은 미모의 여교사의 시신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그녀는 여교사로 신혼이었고,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남편은 은행원인이었다. 남편을 만나 앨범을 보던 중 사진속 사람들중에 한 남자의  특별한 눈길이 들어온다. 사진마다 여교사를 바라보고 있는 눈이 말을 하듯 열쇠를 준다.

사랑에 빠진 눈과 시선은 숨겨지지 않는다. 그는 아내의 어릴 적 친구다. 그를 검거하려 하지만 이미 눈치채고 도주해 버린 그를 찾을 길이 없다. 그렇게 일 년의 시간이 지나고 사건은 종결된다.

 

그러던 어느 날 벤자민은 역에서  죽은 여교사의 남편 모랄레스(파블로 라고)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는 범인을 찾기 위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역에 나와 기다린다고 한다. 
아내의 죽음으로 바로 그 자리에 영원히 갇힌 남편을 보고 그 순수한 사랑에 갇힌 눈을 보고 벤자민은 감동받는다. 누군가를그렇게 사랑하는 눈동자를 본 적이 없었다.
남편 모랄레스는 범인이 사형을 받는걸 원치 않는다. 종신형으로 평생 가치없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란다. 
이레나를  설득하여 수사를 재개하기로 한다. 그리고 매일같이 술에 취해있는 동료 산도발(길예르모 프란셀라)이 힌트를 찾아낸다. 남자들은 다 바뀌어도 열정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인은 축구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축구 경기장에서 그를 체포한다. 그가 순순히 진술할 리 만무하고, 이레나는 범인 고메스(하비에 고디노)를 도발하여 자백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는 종신형을 받아 감옥에 간다.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남편은 어느 날 TV에서 대통령 경호를 하고 있는 범인 이시도르 고메스를 보고 벤자민에게 전화한다. 감옥에 있어야 할 범인이 교도소에서 석방되어 그들이 손델 수 없는 힘마저 가지고 있다.
정의는 외딴섬이라고 말하는 정신나간 판사가 정의는 안중에도 없고,그를 쓸만한 사람이라고 석방시켜 준 것이다.  
이레나와  찾아가 항의하지만 소용이 없고, 오히려 고메스에게 위협을 당한다. 그리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자신의 집에서 쉬고 있던 동료 산도발이 총에 맞아 죽는다. 자신인 줄 알고 그가 대신 죽임을 당한 것이다. 벤자민은 두려움으로 이레나를 두고 떠난다.
 약혼자가 있었던 이레나는  자신도 데려가 달라는 말에도 그녀를 두고 혼자만 떠난다. 그녀는 좋은 집안, 신분, 학력 그 모든 것이 자신과 다른 그녀를 사랑을 하면서도 한번도 이레나에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다. 그렇게  떠난 벤자민은 한번 결혼을 했다 이혼하게 되고, 이레나도 결혼하여 아이가 둘이고 지방검사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은퇴후 벤자민은 소설을 쓰겠다고 그녀를 찾아간다. 25년이나 지난 사건을 말이다. 참 끈질긴 사건이다. 이레나는 평생 앞만 보고 살아서 뒤돌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벤자민은 그녀에게 묻는다 
"공허한 삶을 어떻게 버티는지, 무의미한 삶을 어떻게 버티는지."
자신은 결혼했지만 아내를 사랑해 주지 못해서 이혼을 했고, 20년 동안 엉뚱한 길로 다녔다. 은퇴후 혼자 식사하는 자신을 보고 싫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그 사건을 소설로 써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범인이었던 고메스와 피해자인 남편을 수소문한다.
고메스는 행방을 알 수 없고, 남편은 외딴 마을에 혼자 살고 있었다. 25년이 지나 만난 두 사람! 고메스를 피해 이곳으로 왔냐는 질문에 고메스는 무섭지 않다고 말한다.

 

남편은 오히려 그에게 잊으라 한다. 이해할 수 없었다. 상상하기도 힘든 사랑을 했던 그가 태연한 것이 말이다.
"아내 없이 사는 법을 어떻게 배웠어요?"
벤자민은 오랜 세월 공허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떠나 제대로 된 삶을 살지도 못했고, 자기 대신 죽은 친구의 무덤에도 가지 못한 채 두려워 했다. 사는 것이 무의미하고 공허했다. 그런데 아무한테도 그런 사랑을 본 적이 없었던 릴리아나를 향한 모랄렌스의 사랑인데, 그가 그 아내 없이 어떻게 그 공허한 삶을 살아냈을 지  말이다.
그는 이렌에게 똑같이 물었다. 자신은 곁길을 돌고 돌아 아직도 공허함속에서 돌아오지 못했으니깐.
그러자 남편은 자신이 고메스를 죽였다. 그러니 잊으라고 말한다.  
 
그는 그와 작별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문득 드는 산도발의 말이 기억났다.
남자는 신까지 다 바꿀 수 있어도 못 바꾸는 게 하나 있다고, 바로 열정, 자신이 술에 취해 있는 게 바꾸고 싶어도 그게 좋으니까, 그게 자신의 열정이니까, 절대 못 바꾼다는 말이 뇌리를 쳤고 다시 차를 돌려  모랄레스의 집을 숨어서 지켜 본다.

 

그는 누구보다 아내를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그게 그 남자의  열정이었고, 범인이 찾으려는 기차역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범인을 총알 네발로 죽였다는 것이 미덥지 않은 것이다. 그리 쉽게 잊혀지지도 바꾸어지지도 않을 사랑이어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그걸 잊고 산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그를 몰래 뒤따라 들어간 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남편 모랄레스는 아내가 죽은 시점에서 그 사람의 인생은 폐점된 듯 했다. 
처음 벤자민이 소설을 쓰겠다고 이레나를  찾아 갔을 때 그녀가 준 타자기는 A가 찍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비몽사몽간에 메모했던 글자는 두려움(TEMO)이었다. 
그는 소설을 타자기로 치면서 일일히 A를 수기로 적는다. 그리고 그 두려움이라고 적었던 메모에 A한 글자를 적으니 사랑(TEAMO)이 되었다.
두려움과 사랑은 A 한글자 차이였다. 
그는 돌고 돌아 25년만에 자신의 마음을 이렌에게 표현한다. 두려워 도망쳤던 세월을 돌아 와 A한 자를 적은 것이다.
이 옇화는 2009년에 공개된 아르헨티나의 범죄 스릴러 영화로 굉장히 매력있는 작품이다.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인 영화상을 받아 인정받은 작품이고,이야기속에 철학이 담겨 있다.
철학을 머리로 이해하려면 굉장히 지루한 학문이 되지만 가슴으로 받아 들이면 굉장히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언제부터인가 다양성을 추구하며 미국이나 영국의 헐리웃 영화권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의 영화를 접하면서 참 대단한 작품들이 잔잔하게 감동을 자아내는 걸 보면서 다양하게 세계의 문화를 영화로나마 접하고 싶었다. 이런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