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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02 5. 그을린 사랑 : 충격적인 반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8. 12. 2. 13:54

'나왈 마르완'이란 여자의 운명을 통해 전쟁이 주는 참혹함에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 영화였다.

수많은 전쟁영화를 접했고,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참담한 고통의 무게를 알고 있었지만 패닉 상태에 빠졌던 영화는 이 영화가 첨이었다. 정말 충격이 크면 '아무 생각이 안 드는구나'를 실감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감상평을 짧게나마 쓰는 나지만 이 영화는 감상평이란 말 자체를 완전히 가두어 버렸다. 

나왈 마르완이란 여자가 사망하고 쌍둥이 남매에게 그 유언장을 공개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나왈 마르완은 남매에게 두 통의 편지를 남긴다. 

한 통의 편지는 아버지를 찾아서 전하고, 또 한 통의 편지는 형을 찾아서 전하라. 그걸 전하기까지 자신의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유언이었다.

쌍둥이 남매에게 아버지는 죽은 존재였고, 오빠는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사실인데, 어머니는 죽어가면서 그 사실을 유언으로 남겼다.

쌍둥이 남매는 엄마가 살았던 흔적을 수소문하기 위해 중동으로 간다. 점점 과거속으로 들어갈수록 전쟁 속에서 인생이 그을린 한 여인의 운명과 마주한다. 바로 엄마!

 엄마, 나왈 마르완의 첫 출산 "형"

70~80년대 레바논은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내전이 있었던 때다. 
기독교인 집안이었던 나왈 마르완은 이슬람교의 난민과 사랑에 빠지고, 집안의 반대에 부딪히자 도망가려다 그녀의 오빠에게 사랑하던 남자가 살해당하고 만다. 

그 당시 내전으로 인해 가문을 더럽히는 일로 여겨 살인으로 죽여버려도 책임을 묻지 않았던 때다. 나왈 마르완은 임신중이었다. 가문을 더럽힌 일로 그녀의 아이는 낳자마자 고아원으로 몰래 보내진다. 

이 아이가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될 오빠인 것이다.

엄마, 나왈 마르완의 두 번째 출산 "쌍둥이 자매" 

나왈은 시간이 흘러 아이를 찾기 위해 고아원을 찾아갔지만 고아원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고, 고아원 아이들이 보내졌다는 곳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기독교 무장단체를 만나게 된다.

같이 버스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몰살당하고, 버스 안에서 어린 아이라도 구하려 했던 그녀의 노력은 무참히 짓밟히고 기독교인이었던 그녀만 살아남게 된다.

불난 버스 옆에서 그녀는 어릴 적 이념의 차이로 사랑했던 남자가 죽임을 당해야 했고, 이슬람교의 피라는 이유로 고아원으로 보내야 했던 자신의 아이를 상기했을 것이다. 이에 분노한 그녀는 레바논 기독교인의 핵심인물을 암살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감옥으로 보내져 고문 기술자에게 강간을 당하게 되고, 감옥에서 쌍둥이를 낳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어머니의 과거와 운명 앞에서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알게 된다. 자신들의 탄생이 감옥에서 고문기술자에게 강간당해 생긴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두 통의 편지는 전해졌다. 이 영화는 정말 믿기 힘든 결말로 내 뇌리를 강타했다. 충격적인 반전이 이거였다면, 

나왈 마르완은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가?  진실이 아무리 사랑이라 해도 가끔은 몰라도 되는 진실이 있다고 믿는다. 

그 진실이 이 두통의 편지에 있다. 난 한동안 이 영화를 아무에게도 권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끄집어내서 볼 생각은 없다.  진실이 너무 충격적이라, 나왈 마르완의 유언이 남매에게 아버지에게 형에게 너무 잔인한 진실이라고 여긴다.

 쌍둥이 남매의 아버지 "고문 기술자"

진실이 너무 버거워 외면하고 살았으면서 왜 죽고 난 후 그 진실을 내어 놓았을까?

‘... 그 진실을 받아들일지 아닐지는 너희의 몫이지만, 그 진실이 내가 받아들였던 현실 그 자체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단다. 그리고 그 진실로부터 너희들이 나왔다는 것 또한 ........'

'너희를 달랠 시간을 드디어 갖게 됐어. 너희들의 탄생은 공포 그 자체였지만, 그 배경은 위대한 사랑이었단다.'

그녀가 유언으로 진실을 내어놓는 이유가 이 마음이더라도, 묻어야 되지 않았을까? 

살아있는 자들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