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1.05 21. 너의 결혼식 : 사랑은 타이밍
posted by 해이든 2019. 1. 5. 23:32

영화 너의 결혼식

누구나 과거의 한 페이지를 펼치면 첫사랑이 있을 것이다.

고등학생 3학년인 우연앞에 한 여학생이 교무실로 들어온다. 첫눈에 반한다.

그녀는 전학생 '승희(박보영)'.

작지만 당차보이고 까칠한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우연은

그저 속없이 웃고, 순수하고, 키도 크고 능청스러운데다 귀엽기까지 하다.

우연은 그녀와 떡볶이를 먹기 위해 학교 담을 넘는 등 그녀를 졸졸 쫓아다니며 그녀와 꽤 친해진다.

그리고 잘지내라는 전화 한통을 남기고 그녀는 또 엄마와  사라진다.

 

고등학생 승희와 우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에게

우연히 승희의 모습이 담긴 대학교 홍보물을 보게 된다.

우연은 승희가 다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죽도록 공부한다.

대학이 아닌 승희가 목표가 된 남자 우연이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고 승희를 만난다.

승희는 고등학생때부터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캐릭터이고,

우연은 승희만이 목표였던 직진남이다.

"세상의 반이 여자면 뭐해. 네가 아닌데"라고 말할 만큼 우연에게는 승희가 세상이었다.

고등학생, 대학생을 거쳐 취준생인 된 우연은 승희와의 세번째 만남으로 인해 그들은 진정한 커플이 된다.

여기서부터 아주 꿀이 떨어진다. '

정말 이렇게 달달해도 돼'라고 생각될 만큼..박보영과 김영광의 표정이 너무 살아있어서 좋았다.

 

사회초년생 커플

시간이 흐른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삶도 변화하고 , 생각도, 위치도, 환경도 변해간다는 것이다.

그속에서 다채롭게 펼쳐지는 상황, 사건, 감정 변화로

달달함도 숙성되기도 하고, 차겁게 식어가기도 하고, 부패되기도 할 것이다.

점점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그들도 현실속에서 마주치는 상황들과 문제들로 점점 힘들어진다.

사회초년생이 거치면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들,

번번히 취업에서 미끄러지며 자신감을 상실해가는 우연은 점점 지쳐간다.

그 옆에서 우연을 지켜보는 승희도 눈치를 보고 있다.

우연은 결혼을 해야 되는데 현실은 너무 답답하다.

취직도 되지 않고 있으며, 금전적인 문제부터 자존감까지 무너지는 듯 했다.

현실에 가까워질수록 사랑은 심장을 떠나 현실로 옮겨 붙고,

속없이 밝았던 우연의 얼굴에서 점점 웃음이 사라져 가고 있다

심장이 시키는 대로 사랑하던 때와는 다르게 머리로 옮겨진 현실에서 자신의 처한 상황이,

암울한 내일이 사랑마저 마구 흔들어 놓을 것 같아 불안했다.

 

박보영과 김영광

그리고 우연이 친구에게 내 뱉은 말, 머리에만 두어야 했던 말을 입 밖으로 끄집어 내고 말았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승희를 만나고 내 인생이 꼬여버린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할까봐 겁이 난다." 

승희가 듣고 말았다.

그게 그저 머리에 있는 말이 아닐까봐, 심장에 있는 말일까봐 겁이 난다. 둘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서로를 향한 원망이 되어버린다는 것이..

결국 아버지의 폭력에 엄마와 도망다녀야 했던 승희에게 저 말은 사랑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사랑이 삶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직업, 스펙, 성공, 돈이 없이 무조건 사랑만으로 배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심장만 채워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시간의 흐름으로 알게 된다.

사회에 나온 그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담아내게 되고

서로의 실패가 '혹시 널 만나 그렇게 된 게 아닐까.'

'아니 널 만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부정으로 상대를 탓하게 될까봐

불투명한 삶만큼 사랑도 흐릿해지는 게 겁이 나는 것이리라.

사랑에 미래를 걸지 못하고 현실도 담아내지 못할까봐 말이다.

"우리 아빠가 그랬다,엄마를 만나고 되는 게 하나없이 꼬여버렸다고,

그래서 네가 그런 말을..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싫다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

자신의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실패를, 불행을 엄마탓으로 덮어 씌우는 아빠로 인해

사랑이 폭력으로 부패해 버린 삶이 얼마나 비참하다는 걸 아는 승희로서우연과 함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뻔한 결말을 향해서 말이다.

"그 말을 못 잊는게 아니라 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거 그걸 못 잊는 거야"

한 순간의 감정으로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을 유지하는데에는 수많은 장치들이 필요하다.

 

첫사랑이 떠난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승희와 타이밍이 좀처럼 맞지 않는 우연의 사랑은

감정마저 타이밍을 놓치고 이별하고 만다.

 

첫사랑이었던 승희의 청첩장을 받아든 우연은 착찹하다.

알 수 없는 감정에 분노도 하고 다운도 된다.

 사랑만 타이밍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게는 타이밍이 있다.

정말 두사람만 봤을 때 풋풋하다. 그들은 그속에서 성장하고 아퍼하고 그리고 이별한다.

우연에 비해 승희는 현실적이다. 잠시 한 순간 뜨거운 사랑을 그려낸 영화가 아니다.

13년에 시간의 흐름속에서 변화하는 현실에 그들의 첫사랑을 그릇에 담았다.

그것들이 꽃피우기 위한 과정을 주고 꽃 피웠을 순간을 주고 꽃이 지는 현실을 주고

심장에서 멀어지는 일련의 과정속에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남녀에 대한 이야기다.

어떤 것들은 작게,어떤 것들은 크게, 살아가는 것에 사랑이 담긴다고 보는 1인이다.

'사랑이 밥 먹여주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현실주의자다.

사랑보다 배고픈 게 먼저인 나다. 누런 나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순수한 사랑의 첫사랑의 기억은 가끔씩 내 감성을 두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