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4. 30. 19:52
라이프 오브 파이
감독 이안
 

 

3D영상에 감탄하느라 놀랐던 영화,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 멍했던 영화,
그리고 흐르게 두었다.
삶을 끊임없이 흘려보내다 보면 마치 내가 걸치고 있는 옷처럼 내 삶에 걸리게 된다.
 
항상 두려움을 가지고 살지만 내가 두려워한다는 걸 숨기고자 하는 의도는 수시로 현실을 찔러 댄다. 
느는 건 의심 밖에 없다고 말하는 삶도 있다. 
그러면서도 믿어야 산다고도 말하는 이도 있다. 
 
정답은 없다. 다 알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의심한다는 게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믿음을 더 굳게 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믿고 싶은 것과 믿는 것을 혼동하며 살기도 하고, 자신을 내어 놓는데 인색하여 믿음마저 담지 못하는 삶도 있다. 
 
세상은 수많은 지식을 우리에게 담아주면서 정작 가슴안에 뭘 채울지 제대로 쥐어주지 않는다.
 
"당신은 어떤 스토리가 더 마음에 드나요?"
주인공 파이의 질문에 난 아직도 답을 못 정했다.
 
동물원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동물원을 정리하고 캐나다로 이민을 가지로 결정했다. 
인도를 떠나는 게 파이를 비롯해 아버지에게도 힘들었을 일이다. 
가족은 동물들과 함께 캐나다로 가는 배에 탄다.
 
 
그러나 태풍이 배를 덮치고 가족들마저 삼켜 버린다. 겨우 구명보트에 오른 파이(수라즈 샤르마)는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든 파이 앞에는 구명보트 위에 자신과 다리 다친 얼룩말,오랑우탄과 하이에나와 함께 바다위에 동동 떠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에 감정을 내놓기도 전에, 혼자 살아 남은 막막함을 소리 지르기도 전에, 배고픈 동물들과 달랑 보트라는 공간에 놓여 있게 된 것이다. 
하이에나는 얼룩말을 공격하고,파이를 지켜주려던 오랑우탄까지 공격 받는다. 
하이에나에게 화가 난 파이는 분노로 공격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보트 천 아래에서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튀어나와 하이에나를 죽이고 만다.
이 보트안에서도 약육강식의 사슬을 여실히 드러낸다.
 
 

 

보트 안에 호랑이와 파이만 남게 된다.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지켜내야 한다는 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스며 들게 된다.
뱅갈 호랑이의 습격에 맞서 팽팽히 투쟁하고, 바다의 위협적인 생명체로부터의 습격에 맞서야 하고, 끊없이 이어지는 날씨의 습격에 파이는 필사적으로 맞선다. 
그리고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같이 생존하기 위한 타협점도 찾아가며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리처드 파커와 어느정도 거리도 가까워진다. 서로 같은 처지였던 그들 역시 생존을 위해 서로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걸 인지하게 된 것이다. 그런 힘든 여정 끝에 파이는 사람들에게 구해지고, 파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속으로 사라졌다.
 
자연은 자신의 가족과 행복을 다 가져간 무서운 존재이다가도 자신에게 먹을 것과 살아가게 할 원천적인 것으로 고마움을 갖게도 한다.
 
소중한 걸 가르쳐주기 위해 다 빼앗아 가는 공포를 주고, 또 손에 쥐어주는 것으로 우리를 조련하는 것 같다. 
마치 '이게 인생이야'하고 말하는 신처럼 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나에게,만질 수 있는 것만 느끼는 나에게 신은 항상 밖에 있었다.
사람들의 의심이 신을 만들고 자신의 가슴 안에 믿음을 담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두려움이 가슴 안에 신을 만들어 품는 것이라고 말이다. 
누구나 생존에 순응한다.  살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며 삶을 배워간다. 
 
파이는 반전의 카드를 내 놓는다.
다리가 다친 얼룩말은 다리를 다친 불교신자였고,
하이에나는 비열한 주방장,
자신을 구하려던 오랑우탄은 파이의 엄마,
그리고 뱅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는 바로 파이 자신이다.
 
여러분이라면 구명보트에 탄 것이 동물이기를 바랍니까? 아님 사람들이기를 바랍니까?
 
"전 리처드 파커가 없었으면 아마 죽었을거예요."
 
인간은 나약한 동물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강한 생존본능이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을 살아갈 수 있게 지탱해 주기도 한다. 
파이의 리처드 파커처럼 
우리를 죽게 하는 것은 물이나 자연재해가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두려움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천막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뱅갈 호랑이는 결국 내 안에서 튀어나온 나의 또다른  자신이라는 것이다. 
분명히 위기의 순간에도 날 구해줄 수 있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걸 말하고 있다.
 
내 안에 답이 있다. 내 안에 믿음도, 의지도, 집념도, 신도 존재한다고
내가 하기에 따라 내 인생은 흘러갈 것이다. 이 영화는 그리 말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스토리를 갖고 싶냐고 묻는 것이다.

원작 소설 <파이 이야기>에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