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3. 28. 17:18

감독 데이비드 프랭클

호프 스프링즈

31년 동안 부부로 산 케이(메릴 스트립)와 아널드(토미 리 존스)

"진짜 부부처럼 살고 싶어."

케이는 사진 찍을 때 빼고는 곁에 오지 않는 남편 아널드로 인해 불행했다.

빈 껍데기인 남편과 살고 있는 케이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다.

케이는 저축한 걸 다 털어서 '일주일간의 부부관계 힐링 캠프'에 예약을 하고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남편은 아내 케이에게 미친 짓을 했다고 완강히 거부한다.

미리 결제를 다 해버린 케이는 남편의 완강함보다 더 큰 간절함으로 계획을 추진하고 비행기에 오른다.

아널드는 내키지 않지만 여행에 동참해 준 걸 고마워하라는 투로 케이에게 말한다.

그렇게 정신과 의사 앞에 앉은 두 사람은 소파에 뚝 떨어진 거리만큼 서로에게 멀어져 있었던 것 같다.

한 집에서 이 부부의 거리

한 집에서 하숙생보다 못한 동거생활을 한 그들의 결혼생활.

키스한 적은 언제인지, 한 침대에서 언제 자 봤는지, 섹스를 안 한 지는 또 얼마나 되는지, 팔이나 어깨를 보듬어 준 적도 없이 서로에게 터치마저 없어진 그들의 부부생활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여자. 남자로서의 설렘은 사막처럼 변해버리고, 가족이란 존재로 그저 가정이란 그릇에 담겨있는 것으로 다 안주하고 만다.

아널드는 의사 앞에서 성적인 문제까지 이야기하는 게 미친 짓이라고 화내고 돈이 썩어나간 인간들이나 오는 곳이라고 화를 낸다. 이렇게까지 하는 아내가 미친 줄 알았다는 그의 말, 케이가 이해되지 않는 아널드.

식당 음식이 비싸다고 마트에서 장을 봐 모텔에서 해 먹자고 하지를 않나,  자신을 너무 초라하고 비참하게 만든다.

아널드 계속 화를 내고 있다. 여행 내내 투덜대고 짜증만 부린다. 케이는 결국 설움이 터져 나와 버리고 조용히 혼자 카페에서 감정을 다스린다.

자신을 만지지 않는 남편, 같이 자지도 않는 남편,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지도 않는 남편과 한 집안에서 사는 것이 부부로서의 삶은 아닐 터.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 나아가고 싶은 케이로서는 이 지독한 외로움에서 벗어나 남편과 진짜 부부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싶다.

결혼하면 좋겠지, 아이 낳으면 행복하겠지, 아이들이 크고 출가하면 오손 도손 살게 될 거라 기대하며 살았는데 둘이 남은 집은 썰렁하다 못해 온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남편의 온기는 다 사라지고 자신은 더 이상 바라볼 곳이 없게 되었다. 아직도 사랑을 꿈꾸는데, 아직도 행복을 꿈꾸는데, 포기할 수 없는데, 이렇게 빈 껍데기처럼 살기 싫어 지금 간절한 마음으로 부끄러움을 뒤로 한채 섹스를 이야기하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의사 앞에서

 

돈 주고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하는 게 못 마땅한 아놀드

의사 앞에 앉게 된 두 사람에게 의사는 과제를 하나 낸다. 그것은 한 침대에서 끌어안고 자라는 것이다.

이 나이에 어이없게도 의사라는 사람에게 돈까지 줘가며 이런 미친 짓을 하나 싶기도 하지만 불평하면서 마지못해 한다.

31년이나 산 부부가 세상에 끌어안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었을까, 케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간다.

31년이나 산 부부들이 다 그렇지. 식구들 먹여 살리고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지.

걸핏하면 때려치우자고 케이를 미친 사람 취급하지만 섹스에 대해 그동안 오해의 벽이 있었던 것을 수긍하며 그녀의 노력에 서서히 조금씩 협조해 준다. 

서로 애무를 하라고 의사가 과제를 내주자 그를 눕혀놓고 쓰다듬는 케이에게 "개새끼 만지듯 하네"라고 말할 때 정말 빵 터져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애무하라는 과제를 수행하는 케미와 아놀드

가끔 여자와 남자의 생각과 관점 차이에서 오해가 깊어지기도 한다.

여자는 섹스할 때 욕구보다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더 원한다.

선물을 해도 다 같이 사용하는 것 말고 나만의 선물이라는 느낌을 주는 선물을 받고 싶고, 섹스도 그저 남편의 정욕을 채우는 섹스 말고 아내를 배려하는 섹스를 받고 싶은 게 여자의 마음이다.

그저 자기 성욕을 채우기 위해 후다닥 하고 마는 남편의 배려 없는 섹스에 상처 받았던 케이,

하기 싫은 섹스를 마지못해 해주는 아내의 행동에 또 상처 받은 아널드는 언제부터인가 관계가 전혀 내키지 않게 되고 혼자 자는 것이 편해져 버렸던 것이다.

남편을 위해 모든 걸 했고, 자신의 삶에서 남편이 전부지만 케이는 너무 외롭다.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덜 외로울 것 같다는 말에 그게 어떤 느낌인지 메릴 스트립의 표정으로 절절히 전해져 왔다.

하지만 부부 중 한 명이 힘들면 방법을 찾고 노력해 봐야 한다고 의사는 말한다. 그리고 "케이가 너무 불행합니다."

"난 최선을 다 했는가?"하고 아널드에게 반문하게 한다.

 아널드는 비싼 호텔을 예약하고 호텔 레스토랑을 예약하여 그녀에게 행복을 선사하려고 노력한다.

난 최선을 다 했는가 생각해보라는 의사

그렇게 관계 회복을 위해 멋진 레스토랑에서 멋진 호텔에서 그들은 점점 가까이 다가가 황홀한 밤을 보내려는데

관계를 가지려는 순간 케이를 얼굴을 보는 순간 남편은 멈추었고, 그런 아널드의 표정을 보고 만 케이는 자신에게 더 이상 매력도 사랑도 못 갖는 아널드의 표정으로 인해 모든 감정이 원점으로 돌아가버린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그들은 여전히 각방을 쓴다.

외롭고 불행함으로 케이는 견딜 수 없는 밤을 보내고 더 이상의 관계 회복이 불가능한 것인가 생각할 무렵 아널드가 아내의 침실에 들어온다.

너무 오랜 닫힌 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오랜 단절이 서서히 서로를 배려하며 다시 열매를 맺게 된다.

너무 현실적인 오래된 부부들의 이야기이다. 영화로 미화되지도 확대되지도 않은 그저 생활 속 부부의 연기를 두 사람이 너무 완벽하게 연기하여 몰입하게 된 영화이다. 역시 메릴 스트립과 토미 리 존스이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posted by 해이든 2019. 2. 26. 18:20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혼자 식사준비를 하고 식탁에 앉은 가족들은 아무 말없이 식사를 하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태생이었던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는 남편과 결혼하여 이 작고 평화로운 마을 아이오아주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주부다. 가족들이 주 품평회로 집을 떠나고 나흘간 혼자 있게 된다. 가족들을 위한 준비가 아닌 자기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여유로움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가족이 있을 때는 그들을 위한 사람으로 존재하지만 오로지  혼자 있을때는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편은 온화하고 정직하지만 자신이 꿈꾸던 삶은 아니다. 좋은 것과 행복한 것은 다르다. 가족이 행복해서 좋긴 하지만 그러나 꿈이 있던 자신은 무언가 나사가 헐거운 사람처럼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허기가 든다. 누군가에 인생에 얹혀 그저 살아내는 존재가 된 기분같은 거 말이다. 자신이 듣고 있는 음악채널을 말도 없이 바꾸어 버리는 딸의 모습에서 그녀의 생각, 그녀의 취향, 그녀의 스타일은 이 집안에 있지도 않으며 무관심에 익숙해져 있는 모습이다. 가족만을 위해 놓여 있는 가구처럼 그녀 역시 가족들을 위해 준비된 익숙한 소품같다. 없으면 불편하고 필요한 존재지만 있을 땐 무심함이 감돈다.그녀의 말처럼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기로 결정하는 순간, 한 여자의 삶이 시작되지만 어쩌면 어떤 면에서는 멈추는 것이다. 아이를 낳는 순간 여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어머니로서 아내로서의 삶은 시작되는 것이고 여자로서의 꿈은 멈추는 것이다. 주부로서 엄마로서 살아오느라, 오랫동안 자신을 빼놓고 산 삶으로 인해 허기가 몰려온다.

 그런 일상에 갑자기 찾아온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에 실을 매디슨 카운티 다리를 찍기 위해 온 사진 기자였다. 그로 설레었고, 이런 사랑이 자신에게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읽었고,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었다. 자신의 마을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까봐 걱정하고 배려해 주었고, 자신의 평범함을 완벽한 사랑으로 꿈꾸게 했다.서로를 향해 이토록 뜨거울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가질 수 없기에 두렵고, 그녀는 가족에게 상처주는 게 두렵다. 같이 떠나자고 하는 로버트로 인해 수천번 수만 번 고심하지만 자신의 사랑으로 가족들이 당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에 머문다.
이 작은 동네에서 주위의 수군거림을 못 견뎌할 것이고, 남편은 망가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이 나흘간의 운명같은 사랑도 이곳을 떠나는 순간 변할 것이다. 가족들이 늘 마음에 걸려 이 나흘간을 실수로 여겨지게 만들것 이고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이다. 당신을 사랑한 대가가 너무 크다고 그녀는 떠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런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 오는 거요." 로버트는 마음이 바뀔 수 있으니 시내에서 더 기다리겠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너무 아프지만 이해한다. 그녀의 말처럼 사랑은 예정된 것이 아니었고, 자신의 심장을 태우고 있지만 간절히 그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남기로 결정한다 . 

시내에 남편과 함께 나간 프란체스카는 비를 맞고 서 있는 로버트를 발견한다. 너무 가슴 아프고 먹먹했다. 그녀를 시내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로버트의 절절함이 빗물처럼 쏟아졌다.
그는 차안에서 그녀가 선물해준 목걸이를 차 앞 거울에 걸고, 그녀에게 결정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차 문손잡이를 움켜 쥐며 터져 나오는 눈물과 그에게로 튀쳐 나가는 사랑을 움켜 잡아야 했다. 
하루도 그를 생각 안한 날이 없었다. 그녀는 남편이 죽고 그를 찾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고, 어느 날 그의 변호사로부터 그가 보내 온 우편물을 받게 된다. 
그의 편지와 그가 보내온 나흘간의 사진이 담긴 책과 그녀가 생일선물로 주었던 목걸이까지 받고 그녀는 가슴안에 담긴 그를 또 끄집어 안는다. 
그리고 죽고 자신들에게 자신의 유골을 화장해서 로즈먼 다리 위에 뿌려 달라고 한다. 
'내 인생을 나의 가족에게 바쳤으니, 나머지는 그에게 바치고 싶다.'는 유언이었다.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의 가슴에 피어버린 감정을, 절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친듯이 질주하는 것을, 그를 따라 나서고 싶은 갈망을 그녀가 얼마나 숨막힐 정도의 무게로 억눌렸는지를 알 것 같기에 
그녀의 결정이 아펐고, 그녀를 배려한 로버트의 사랑에 또 먹먹했다. 사랑이 없는 삶이 평범했던 것이지, 사랑이 있는 평범함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