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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4. 9. 19:48

감독 길예르모 아리아가

영화 욕망의 대지

시간의 순서 없이 전개되는 것도 잠시, 흩어진 조각들이 조금씩 맞추어지면서 혼란스러웠던 생각은 뒤로 물러나고, 오로지 아픈 여주인공에게 손을 뻗는다.

보통의 영화들이 순서대로 흐르게 하거나 아니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반면 이 영화는 그런 걸 완전히 무시해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나 조금만 조금만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뒤섞인 시간의 순서도 보이고, 내용과 사건도 조합해 볼 수 있다.

욕망의 대지 '지나와 닉'

미국 남서부 외딴곳에 위치한 트레일러가 불타 두 남녀가 죽었다.

두 남녀는 지나(킴 베이싱어)란 여자와 닉(조아큄 알메이다)이란 남자였다. 둘은 각자 가정이 있는 유부녀, 유부남으로 불륜관계였다.

마리아나 엄마인 지나(킴 베이싱어)는 남편을 두고 닉이란 남자를 사랑했다. 산티아고의 아버지 닉 역시 아내 몰래 지나를 사랑했다.

둘은 트레일러에서 뜨겁게 섹스를 나누고 있었고, 한 순간에 가스폭발로 관계 중인 채 불타버렸다. 불타 딱 붙어있는 시신을 칼로 떼어내야만 했다고 한다.

죽어서 그들의 사랑은 불륜으로 사람들의 경멸과 비도덕적인 재료로 상처만 남겼다.

불륜이었지만 그녀의 사랑 또한 너무 아펐다.

죄책감에 어떻게든 헤어져 보려고도 했지만 암으로 가슴을 도려내고, 여자로서 고개 숙인 그녀에게 닉은 정말 뜨거운 사랑을 보여줬다.

둘은 서로를 갈구했고, 자식과 남편에게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서로를 향해 있었다. 사랑이었지만 죽어서 비난속에 떠나야만 했다. 그저 부도덕한 욕망 덩어리인 채로 외면받았다.

엄마의 잦은 외출로 세 명의 동생들을 돌보게 되는 마리아나(제니퍼 로렌스)는 어느 날 엄마의 통화를 엿듣고 엄마를 미행하게 된다.

엄마가 트레일러에서 다른 남자와 바람피우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엄마와 그 남자가 만나는 트레일러에 그저 경고 정도로  불을 지르지만 불은 순식간에 가스통에 옮겨 붙어 트레일러 전체가 폭발하고 만다.

엄마의 장례식 날, 엄마가 바람 피운 남자의 아들 산티아고를 알게 된다.

아빠를 잃은 산티아고는 아빠가 불륜을 저지른 여자에 대해 궁금해했고, 마리아나 역시 그런 산티아고의 만남으로 인해 엄마가 바람피운 남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하여 둘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이 흘러간다.

산티아고는 마리아나는 불륜관계였던 아빠, 엄마로 인해 또 다른 욕망을 일으키고 같이 자게 된다.

그리고 마리아나의 아버지가 알게 되고, 산티아고의 엄마가 알게 되면서 가족들은 상처를 받고 그들은 집을 떠나오게 된다.

집을 나온 후 마리아나는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사실과 함께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딸아이를 낳은 후 아이와 산티아고를 두고 마리아나는 그곳을 떠나 버린다.

엄마를 불태워 죽인 딸이라는 죄의식으로 자신과 같은 딸을 낳고 싶지 않았고 자신을 닮을까 봐 두려워했던 것이다.

욕망의 대지 '마리아나와 산티아고'

실비아(샤를리즈 테론)는 사랑도 없이 남자들과 섹스를 나눈다.

유부남과 잠자리를 하고, 손님과 하룻밤을 자는 등 의미 없는 섹스를 나눈다. 그녀의 표정엔 생기가 없다. 전혀 의욕이 없어 보이는 그녀!

자신의 허벅지를 자해하고, 벼랑 끝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절벽 끝으로 삶을 내몰고 있다. 이 여자의 상처가 무언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무엇 때문에 이토록이나 자신을 바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인지.

그런 실비아 앞에 카를로스(호세 마리아 야즈픽)란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산티아고의 부탁으로 딸을 엄마와 만나게 해 주려고 왔다고 하면서 그녀를 '실비아'가 아닌 '마리아나' 부르는 것으로 순서 없이 진행된 흐름을 읽게 된다.

딸을 데리고 실비아 앞에 나타나지만 실비아는 딸을 보자마자 도망쳐 버린다.

상처 받은 딸과 함께 다시 멕시코로 돌아가려고 짐을 싸고 실비아는 다시 그가 묵는 모텔로 와 딸을 만나려고 하지만 이미 외면당했던 딸은 엄마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어렵사리 모텔 안으로 들어간 실비아는 딸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산티아고가 비행기 추락으로 병원에 있다는 말을 듣고 딸과 함께 멕시코로 간다.

딸의 등장으로 우리는 실비아가 마리아나이고, 트레일러를 불태워 산티아고의 아빠와 자신의 엄마를 죽인 깊은 죄의식 속에서 자신을 학대하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닮을까 봐 무서워서 도망갔다며 자신의 딸에게 용서를 구하는 실비아는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있는 산티아고 앞에서 오랜 세월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부모의 죽음에 관한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한 고백과 사죄, 용서와 구원을 바라고 있다.

그녀의 삶은 엄마가 죽던 그날, 자신이 엄마를 죽였다는 죄의식과 함께 죽어버린 것이었다. 그녀가 왜 그렇게 도망갔는지, 왜 딸아이를 보며 도망쳤는지, 왜 돌아올 수 없었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의 외도, 엄마의 죽음, 그리고 엄마가 바람피운 남자의 아들과의 사랑, 그리고 도피, 그리고 딸을 출산, 딸을 버려야만 했던 회한, 좌절 , 상처로 고통스러워했다.

욕망이 들끓는 대지를 태워버렸지만 엄마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마저 욕망의 대지위에 버렸다. 욕망으로 인해 자식과 아빠를 배신한 엄마에게 경고를 날리려 했지만 욕망만 태우려고 했지만 대지까지 태우고 말았다.

그 죽음에 오직 마리아나 혼자 감당해야 할 죄책감이고 통한이었고, 절망, 후회였다. 마리아나 혼자 그 많은 세월을 삶에서 죽은 시체처럼 떠돌아다녔던 것이다.

욕망의 대지 '실비아'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지만 그걸 첨에 인지를 못했다. 들쑥날쑥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 사람이 동일인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영상을 따라갔다.

그저 다른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버지의 사고로 엄마를 만나러 간 딸로 인해 확연히 보여주게 된다.

대지위에 욕망을 욕되다 할 것인가? 어떤 형태로, 어떤 포장으로 감쌀지는 각자의 자유이지만 단면적인 것만을 스케치하지 않았으면 한다.

사랑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듯이, 욕망도 도덕적인 것만으로 재기에는 한계가 있다.

참고로 나는 욕망의 대지인 포스터보다 아래의 포스터가 더 맘에 든다. 영화를 너무 욕망에 치중하는 것보다  세 명의 여주인공들의 빛나는 연기로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는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버닝 플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