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해이든 2019. 4. 11. 14:58

감독 엄유나

영화 말모이

말모이란 영화를 통해 그들이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이토록 값진 걸음을 걸었는지는 알게 되었다.

한글의 소중함은 물론이요, 우리말 사전을 위해 조선어학회 선생님들의 희생과 그걸 막는 일본인의 탄압이 이 정도일 줄이야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더 큰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뜻 모아 마음 모아 말모이를 완성해가기까지의 투쟁을 담아낸 영화라 값지다.

 

말모이 뜻은 조선말 사전의 이름이며 39살의 나이로 사망한 주시경 선생 이후 중단되었던 우리말 사전을 마무리하기 위해

1929년부터 조선어학회에 의해 재개된 사전 편찬 작업이 전국의 사투리를 모아 공청회를 거치는 말모이 완수를 마지막 순서로 남겨놓았던 시기이다.

점점 극악해지는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주축으로 해 말모이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극적이다.

말이 왜 민족의 정신인지, 사전을 만드는 것이 왜 나라를 지키는 일인지,

말살되어가는 한글을 지켜내고자 했던 그들의 항일투쟁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독립운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류정환의 아버지는 한 사랑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걸음이라고 조선사람 모두가 지식을 키우고 힘을 키우면 독립을 이룰 수 있다고 아들에게 가르쳤던 분인데 그런 아버지가 친일파가 되었다. 류정환은 친일 하는 아버지에게 실망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다시 조국에 돌아와 사전 편찬에 힘쓰고 있다.

그는 서울역에서 어떤 아이와 부딪혔고, 조선의 나라에서 조선의 아이임에도 일본말을 쓰고 조선말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조선어학회에서 잡지와 사전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말이 모이고, 말이 모이는 곳에 그 뜻이 모이고, 그 뜻이 모이는 곳에 비로소 독립의 길이 있지 않겠냐''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은 동지들과 함께 말모이를 완성하기 위해 원고를 가방에 넣어 경성에 들어오게 된다.

한편 경성 극장에서 일하는 까막눈 김판수(유해진)는 극장에서 쫓겨난다.

그리고 김판수의 아들은 경성제일중학교 학생으로 월사금을 내지 못해 매를 맞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조선말로 인해 빰을 맞는다.

판수는 우편배달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글을 못 읽는 까막눈 판수는 우체부에게 읽어달라고 한다. 그것은 월사금 미납 통지서로 제적이나 차압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아들의 월사금을 구하기 위해 김판수는 후배들과 함께 경성역에서 조선어학회 류정환을 타깃으로 잡아 그의 가방을 훔친다.

가방을 잃어버린 류정환은 김판수를 쫒고 김판수가 떨어뜨린 월사금 미납 통지서를 들고 그의 집에 가 가방을 되찾아온다.

 

류정환은 책방 안 비밀장소에서 동지 선생님들과 함께 말을 모아 우리말 사전을 편찬 중이다.

직장을 잃은 판수는 조선어학회 조 선생(김홍파)의 소개로 조선어학회 심부름을 해주러 온다. 하지만 그가 소매치기란 걸 아는 류정환은 그가 반가울 수가 없다. 거기다 까막눈이라는 것까지.

다른 동지들의 환대로 한글을 한 달 안에 배우는 조건으로 김판수를 받아주게 된다.

 

조선어학회에서는 전국 사투리를 모아 사전을 만드는 작업이 난관에 부딪히자 김판수는 감옥에서 알고 지낸 전국 팔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투리를 수집하게 된다.

어느 날 조선총독부에서 조선어 신문과 잡지와 책방을 폐지하라는 공문이 내려온다.

류정환은 표준어 공청회를 해야 하는데 공문까지 받고 보니 마음이 급해진다. 결국 위험을 무릅쓰고 < 한글> 잡지에 전국 사투리를 모은다는 광고를 싣는다.

잡지는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나 일본의 탄압 아래 한 통의 편지도 오지 않고 동지 민우철(민지웅)의 배신으로 조선어학회 비밀창고의 모든 책과 원고들이 압수당하고 조 선생까지 잡혀가 고문으로 죽게 된다.

 

원고가 다 압수되어 좌절하고 있는데 조 선생의 아내가 자신의 집에 조선생의 만약을 대비해 필사해놓은 원고가 있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그리고 우체국 창고에 조선어학회 앞으로 전국 각지에서 보내온 사투리에 대한 정보와 격려의 후원금이 든 봉투까지 민족의 응원이 담겨있는 우편물을 입수하게 된다.

우편배달부가 조선총독부의 눈을 피해 없애지 못하고 몰래 보관하였던 것이다.

 

그들은 총독부 감시를 피해 비밀리에 극장에서 몰래 공청회를 열어 표준어 사전을 만들어 간다.

이를 눈치챈 총독부가 들이닥치자 류정환은 원고를 지키려고 김판수와 극장을 빠져나가다 총에 맞아 쓰러진다.

류정환은 김판수에게 꼭 원고를 부산 인쇄소에 넘겨달라고 부탁하고 일본군을 유인하고,

김판수는 서울역에서 일본군에게 발각되어 도망가다  원고를 건물 안 유리창으로 밀어 넣어 숨겨놓고 일본군의 총에 맞아 쓰러져 죽는다.

 

해방이 되어 류정환과 조선어학회 동지들은 그 원고를 어렵사리 찾아 <조선말 큰 사전>을 완성할 수 있었고 그중 한 권을 김판수의 아들과 딸에게 선물한다.

 

이 영화는 말을 모아 사전을 편찬하려는 조선어학회 회원들과 공청회에 모인 수많은 선생님들과 이를 탄압하고 감시하는 일본군의 팽팽한 대립으로 긴장감은 고조에 달했다.

까막눈이었던 김판수가 한글을 배워가며 세상의 눈을 뜨고 글을 배워 익히고 간판을 읽을 수 있게 된 김판수가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는 만큼  충만해 보였고 밤새 집에도 안 들어가고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읽으며 아내를 생각하며 우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마지막  자식에게 엉성하게 적어놓은 편지 또한  눈물을 적시었다.

유해진의 코믹한 웃음과 눈물을 흘리게 하는 연기가 적재적소에 단비처럼 내렸다.

 

김판수의 아들이  어린 동생에게 한글을 쓰지 말라고 학교 가서 한글 쓰다 맞는다고 말하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라 아펐고,

소매치기로 만나 서로 불신하며 부딪히고 갈등을 겪으며 진정한 동지로 결실을 맺었고, 원고를 지키기 위해 그는 어린 자식들을 남기고 떠났다

그 열 사람의 발걸음이 모여 오늘날 우리가 당연시하는 글을 접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자막을 보면서 영화로서가 아니라 실제 사건으로서 더 아프고 아픈 한 걸음이었다는 사실에 너무 뜨거운 눈물이 범람했다.

그리고 순희가 일제 이름이 아닌 엄마의 바람대로 아빠가 순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지은 순희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어 감사했다.

 

조선어학회는 13년간 시간에 걸쳐 전국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말모이 원고를 완성한다.

하지만 1942년 33명이 구속되고, 2명이 고문으로 사망하는 조선어학회 사건이 발생한다.

해방 후 사라진 줄 알았던 말모이 원고가 서울역 창고에 발견됨으로써 <조선말 큰사전>이 탄생한다.

한국어는 현존하는 3천 개의 언어 중 고유의 사전을 가지고 있는 단 20여 개의 언어중 하나이며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식민지 국가들 중 거의 유일하게 자국의 언어를 온전히 회복한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