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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18 8. 이프 온리(If Only):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posted by 해이든 2018. 12. 18. 12:58

연애세포는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멜로나 로맨스물에 구미가 당긴다.

그럴 때마다 끄집어 다시 볼 수 있는 영화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프 온리'를 끄집어냈다.

길 정거 감독의 2004년도 작품이다.

영화 이프 온리

내 기억으론 여주인공 '사만다'역을 맡은 제니퍼 러브 휴잇이  평범해 보여서 더 정감 있게 다가온 줄도 모르겠다.

남자들은 여자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남녀관계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랑만 쫓아다니며 살 수는 없다.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가 중요하지만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사랑으로 가는 통로를 때로는 막아서고 무관심으로 방치할 때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이안(폴 니콜스)과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

이안은 회사 일로 사만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바쁘고 힘들어서 사만다를  자주 서운하게 만든다.

그의 생각은 온통 일에만 머물러 있고, 회사 프레젠테이션에 정신이 팔려 사만다의 졸업연주회가 있다는 걸 잊는다.

나쁜 의도가 아니라 바쁜 건 알겠는데, 이안에게 자신은 매번 2위라는 사실이 서운하다.

그리고 이안은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 투정대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너한테 항상 두 번째라는 게 너무 가슴 아파. 더 비참한 건 거기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거야. 난 사랑받고 싶을 뿐인데"

이 느낌은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서운하다가 비참해지다가 그러다 익숙해지고 또, 그러다 포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랑은 잠식된다.

그날도 이안은 회사에서 중요한 PT 중이다. 그런데 사만다가 들어와 자리를 망치고 만다.

둘은 말다툼을 하고 차를 타고 가는 그녀를 잡지 못하는 그 순간, 사만다가 탄 차가 트럭과 충돌하여 사만다는 저 세상으로 떠나 버린다.

교통사고로 그녀가 떠나고 이안은 슬픔에 빠진다.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우리는 잃고 나서 깨닫는다.

항상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갑자기 곁에 없을 때 가슴 시리게 아픈 일이다. 진심으로 사랑을 담아내지 못한 이안의 입장에서 더 그럴 것이다.

항상 같이 있을 거라고 여기고 내일로 미루어만 온 발길들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 버린다면, 이안은 밤새 울면서 후회한다.

지금이 아니면 모든 것이 늦는다는 걸, 줄 수 있을 때 주어야 했던 것들 앞에서 좌절하며 잠이 든 이안은 다음날 아침 깜짝 놀란다. 자신의 옆에 사만다가 자고 있는 것이다.

폴니콜스와 제니퍼 러브 휴잇

 

단 한 번의 기회가 그에게 생긴 것이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주어진다.

사만다에게 이안은 묻는다. "하루 밖에 못 산다면 뭘 하고 싶어?"

그녀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안, 지금 이 순간을 그녀만을 위해 소중하게 쓰고 싶은 이안의 질문에 그녀는 답한다.

"질문이 너무 쉽네. 당신이랑 보내야지."

너무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의 사만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거창한 무엇인가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건 같이 있어주는 것이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같이 공유하는 삶이 얼마나 값진 사랑인지를 여자들은 수시로 남자에게 일깨워주지만 알 아차리 지를 못한다. 그저 익숙함에 묻어가려고만 한다.

If Only 주인공

그런 면에서 택시기사는 남자 이안이 깨닫지 못하는 걸 일깨워 준다.

"그녀를 잃는다면 감당할 수 있겠소? 그럼 답이 나왔군. 계산 없이 사랑하시오."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게 두려워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은 이안,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 적 없는 이안.

그 남자의 과거가 현재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결고리 같은 것이다. 그 남자를 사랑하면 그의 주위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가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그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 모든 걸 알아가는 과정도 사랑 안에 들어가는 일부로 말이다. 그가 뚝딱 현재의 모습으로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현재는 자신과 함께 하지만 자신이 함께 하지 못했던 그의 삶이 궁금한 것은 연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과거를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 사만다에게는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포장한 인생 안에 어떤 아픔이 있을지 모를 상황에서 상처를 내기 싫어 마음을 열어주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이안

사랑은 했지만 제대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고 계산적이었던 이안, 그런데 사만다가 이렇게 갑자기 자신을 떠날 거라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안, 그에게 다시 주어진 하루,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시간이 별로 없다.

어제와 다른 행동으로 변화를 주어 보지만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나중에 라는 말을 자주 쓰는 나에게도 이 영화는 내 옆에 있는 존재에 대한 배려와 표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지금도 안 되는 것이 나중이라고 될까? 현재도 못 지키는 사람이 내일을 지킬 수 있는 걸까?

이안은 표현하지 않았던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사랑고백도 한다.

" 오늘 너에게서 배운 것 덕분에 내 선택과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네가 5분이든 50년이든 네 인생을 제대로 살았다는 것을 배웠어.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원히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사랑받는 법도."

우리도 이안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사랑하는 연인에게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을 모른다. 그래서 매번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들을 하는 것이리라.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한 사만다로 인해 이안은 진정한 사랑을 배웠고 , 진정한 사랑은 시간에 관계없이 마음에 있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나도 사만다처럼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이다.

If Only.... 거짓말처럼 사만다가 곁을 떠났고, 이안은 사만다처럼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택시기사의 말처럼 그녀를 가졌음에 감사하고 계산하지 말고 사랑하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많은 걸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서로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음에 감사하라는 것이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될 일이다. 순간순간 함께 하는 것을 감사하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방법도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