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유효기간'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1.24 33.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 그 남자의 연애소설
posted by 해이든 2019. 1. 24. 15:45

감독  프레데릭 베그베데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미셀 르그랑은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OST  'I will wait for you'를 작곡한 프랑스 작곡가로 영화의 첫 장면에서 '사랑은 현실이란 햇빛이 비치면 소멸되는 안개'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이말에 적극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현실이란 햇빛이 비치면 희미해지거나 형태가 바뀌게 된다고 말하고 싶다. 
왜 사랑에 많은 것들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감정에만 몰입하지만 결혼은 상황에도 몰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쓰던 공간에 둘이 같이 있어야 하고, 둘이 살아가는 데 드는 비용과 가까이서 밀착되어 살아가게 되면서 보이는 것들과 마주해야 한다. 
감정은 순간을 지배하지만 결혼으로 인한 삶은 전부를 드러내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화장으로 가려 예쁘기만 한데, 결혼은 민낯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생각하는 사랑과 남자가 생각하는 사랑에는 갭이 크다. 
포커스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남자인 마크가 생각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인 셈이다.
더 돌려 말하면 사랑의 유효기간이 아니라 서로에게 얼마나 뜨거울 수 있는가의 욕정을 의미한 지도 모르겠다.
사랑해서 뜨거웠고, 뜨거워서 결혼했는데 점점 아내의 손길에도 감각이 없는 자신의 욕정 때문에 사랑이 소멸했다고 생각하는 마크에게 결혼생활은 무미건조하다.
마크에게 아내는 더이상 그 뜨거웠던 연인도 아니고, 여자로서의 느낌도 들지 않았다. 
같은 침대에서 등을 돌리고, 자고 아내가 잠든 침대에서 노트북으로 야동을 보며, 자위하는 남편을 아내는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
아내의 손이 마크의 허벅지에 올려지자 마크는 마치 고무장갑처럼 느껴진다.
아내의 손길이 고무장갑으로 변모해 버릴 만큼 뜨겁지도 따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는 의미이다.
아무 느낌없는 몸의 반응과 덤덤해지는 관계를 넘어 밖으로 마음을 내보낸다.
자신의 행동으로 온 이혼인데도 그는 마치 아내가 자신을 버린 것처럼 굴고 있다.
자신만 사랑의 피해자인 것처럼 말이다. 혼자 상처받은 것처럼....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두 주인공
마크는 이혼하고 잠깐 자살을 시도하다 깨어난다. 그리고 '사랑의 유효기간 3년'이란 제목으로 책을 쓰기 시작한다.
그의 시작은 이랬다.
'결혼 후  일년은 가구를 사고,  또 1년은 가구를 바꾸고, 나머지 1년은 가구를 나눈다'
그는 사랑의 유효기간을 3년이라는 것으로 여자를 가구로 표현한다. 여자를 감정없는 가구에 대입시켰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들은 유한한 시간속에서 유한한 삶을 현명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는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사촌의 아내인 알리스에게 눈길이 간다. 
그는 사랑은 믿을 수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랑은 통제불능처럼 마크의 삶에 들어온다.
서로에게 끌리지만 그녀는 사촌의 아내이다. 도대체 감독은  마크에게 동조하는 것인가 반대하는 것인가? 그래도 상식적으로 우리의 문화에서 보면 막장이다. 사촌의 아내라는 사실이다.
그녀는 망설인다. 
그러나 서로에게 끌렸던 그들은 서로를 뜨겁게 끌어안는다. 사랑은 이성이 통제할 선을 넘으면 그때부터는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여행을 가도 그 아름다운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녀의 몸을 탐닉하느라 그 풍경과 경치를 다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도 들어오지 않는다. 오로지 말을 하는 그녀의 입술만 확대되어 미치게 만들지,마크는 알리스에게 이혼을 하고 자신에게 올 것을 요구하지만 그녀는 거부한다.
이유는 결혼하면 사랑이 식을 거라고 , 지금처럼 뜨거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리스는  알고 있다. 연애를 할 때와 결혼 후 달라지는 남자들의 낚시 본능을 말이다. 
그러나 사랑은 또 이성을 보내버리고 결국 남편을 떠나 마크에게 오게 된다. 감정이 이성을 이기지 못하면 사랑은 통제가 불가하다.
그는 자신이 쓴 책을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출간하게 된다. 그런데 책은 의외로 대박이 난다.
그리고 저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다. 마크는 알리스에게 그 책에 대해 평가를  살짝 묻는데 '형편없는 쓰레기'라고 대답한다. 
결국 마크는  자신이 쓴 책이라 말을 못한다. 
그런데 그 책의 저자가 마크임이 밝혀지고, 그걸 알게 된 알리스는 사기도 모자라 거짓말쟁이라고 마크에게 실망하며 그를 떠나간다.
사랑은 계산이 되지 않는다. 내가 너한테 이만큼 줬으니 너도 나한테 이만큼을 주라고 말할 수 있는 정량은 없다
조그만한 것으로도  행복해지는 지수가 있는가 하면 전부를 다 주어도 만족하지 못하는 지수도 있다.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여겼던 마크에게 알리스의 존재는 자신의 쓴 내용을 전부 부인하는 감정이 되었다. 책으로 화제에 오른 작가와 그 책으로 인해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 사이에서 마크는 고통스럽다.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고 찾아가도 반응해 주지 않는다.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일은 더 꼬이기만 했다. 
마크는 친구의 결혼소식에 결혼을 적극 만류한다. 결혼은 광고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 같다. 즉 우리가 사랑하고 있다는것을 지인들을 불러 놓고 광고하는 거라고 말이다. 
결혼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광고하는 것보다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본다.
사랑은 존재한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으로 밤을 설치고, 죽을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무기력하게 만들다가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뜨거움도 안겨 준다.
그러나 지속성이 결혼으로 연결되느냐 끊어지거나 하는 문제는 외부 자극에 유동적으로 헤쳐가지 못하고 흔들리고 무게만 달아주다보니 사랑은 그 무게만큼  가라앉는 것이다.
내면에 가라앉아 있을 뿐 소멸한 것이 아니다.
가라앉은 열정이,욕망이,사랑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 훅 올라오기도 한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사랑을 알아보지도 느끼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것에만 얽매여서 말이다.
사랑의 형태는 다 다르다. 사랑의 깊이도 다 다르다. 사랑은 상대에 따라 또 다르다.
사랑은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형태의 문제이다. 
마크는 출연한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책 내용은 이혼하고 힘들었을때 쓴 것이라고  말하며 알리스에게 사랑을 고백을 하게 된다. 
그 방송을 본 알리스는 마크의 진정성을 알고 그에게 돌아온다. 현실이  사랑을 거부하게 만든  것이다. 그는 아내와 이혼 후 상처받은 자신을 달래기 위해 어쩌면 사랑을 부정하며 자신을 가두었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은 도박이다. 계산할 수도 측정할 수도 없기 때문에 도박이다. 그래서 요즘은 사랑만 믿고 결혼하는 것은 도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많은 젊은 세대들이 결혼은 현실이고, 사랑은 부속품처럼 가지고 하려한다.
그래서 결혼에 참 많은 조건들을 즐비하게 탑재해 놓는다. 유통기간이 지나 버리면 대리만족할 조건들을 준비 하려고 말이다.
사랑은 길이로 길게 늘어질 수 없다.
사랑은 단계를 거쳐간다.
그 단계 단계마다 대처하는 감정도, 방법도 서로 공유하며 키워가야 한다. 아니면 가라앉아 일어서지 않을 것이다. 
너무 오래 가라 앉아 굳어버리면 거부의 상처들만 남기게 된다.
사랑은 안개와 같다.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바람과 같다. 머무르지 않고 지나가기도 한다. 순간일 때도 있다. 
파도와 같다. 거품을 물고 다가오기도 하고  물러서기도 한다.
우리 사이에 들어와 있다가 나가 버리기도 하고, 중간에 있기도 하고, 밖에 존재하기도 하고, 안에 갇혀 가라앉기도 한다.
어떤 형태이든 어떤 모습이든 존재한다.
서로를 인정해 주며 배려해 주지 않는 사랑은 지속되기 힘들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이루며 사는 게 현실속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