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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01 4. 우리도 사랑일까
posted by 해이든 2018. 12. 1. 20:11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닭요리 책을 쓰는 남편 루, 그는 매일같이 닭요리를 연구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의 아내 마고, 둘은 결혼한 지 5년 차 부부이다.

결혼으로 인해 서로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관계로 살아가고 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속, 서로에게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의 생활 그 자체로 어느 부부와 다를 것이 없다.

어느 날 마고는 여행길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누구에게나 만남은 열린 관계에서 찾아드는 손님 같다.

하지만 마고는 열린 사랑을 할 수 없는 결혼한 여자다. 마음이야 움직일 수 있겠지만, 이성을 작동시켜야 한다.

남편 루는 유머러스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샤워를 할 때마다 마고 몰래 찬물을 끼얹고 도망가는 장난기 많은 남편이었다. 갑자기 가슴에 침입한 다니얼로 인해 마고는 남편에게 죄의식을 갖는다. 누구나 권태기를 겪는다.

외식하는 부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아무 말도 없이 먹는 남편에게 뭔 말이라도 하라는 마고와 대화를 위한 대화는 싫다는 루,

그럼 "왜 외식하냐"는 마고의 물음에  "그냥 맛있는 것 먹으려고"라고 말하는 루,

불같은 사랑도 결혼을 하면 그저 흐르는 물처럼 감정도 흐른다. 

여자는 항상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남편과 집이 아닌 분위기 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는 건 먹는 것만이 아니다.

분위기 있는 곳은 여자들을 설레게 하고 연애하는 기분이 들만큼 센티해진다.

그리고 남편에게 자신을 설레게 했던 남자로 앉아있어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대화도 하고 낭만도 건지고 싶은 것이다.

남편 루는 그저 집에서 있는 것처럼 먹는 것에 열중한다.

기껏 이쁘게 하고 나와 이렇게 분위기 있는 곳에 와 있는데, 서로 다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같이 살고 다 아는데 뭔 얘기를 해? 뭔 대화를 하냐고, 그런 것이겠지! 여자는 알면서도 말로 표현해 주는 걸 좋아한다. 관심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표현에 약하다.

여자와 남자의 다른 언어, 다른 방식의 표현이 가끔씩 감정을 고장 나게 한다.

결혼이 사랑의 종점은 아니다. 사랑이 식은 것도 아니다.

물이 식었다고 물이 아닌 것이 아닌 것처럼 사랑도 식었다고 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서로에게 익숙해진 것이지 변한 것은 아니다.  설레는 가슴만 가지고 평생 사는 건 불가능하다.

그에 맞게 감정도 소비되는 양이 적어질 뿐이다.

부부

끝내 마고는 남편에게 대니얼에게 마음이 가버린 것을 고백하고 남편 루는 상처를 입는다.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찾아온다.

짧고 강렬하게 오기도 하고, 무책임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여우비처럼 잔잔히 적시기도 한다.

루는 사소하게 마고의 삶에 사랑을 심고 있었다. 그녀도 모르지 않는다.

대니얼의 짧고 강렬한 사랑에 그녀의 이성이 마비되었다고 본다.

"가끔 길을 걸을 때 보도 위로 한 줄기 햇살이 떨어지면 그럼 그냥 울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그 순간은 금방 지나가고 어른이니까 순간적인 감상에 빠져서 울면 안 된다고 마음을 먹어요."

마고 역시 순간의 감상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나름 어른이니까 책임질 수 있는 이성을 잡고 있으려고 애썼던 것이다. 

감정이 물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물을 주지 않고 계속 햇살을 비추어 준 것이다.

그리고 계속 그걸 결핍으로 안고 있다가 다니엘에게 자신의 흔들림을 드러내고 만다.

결핍을 보여주고 만다. 남편 루가 그녀의 갈증을 눈치채고 채워 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부부 사이에 뭔 용기가 필요하냐고 묻는 루에게 마고는 끝까지 용기를 못 냈고, 루는 아내를 다 안다고 자만했다.

부부 사이라고 같이 있다고 다 아는 건 아니다. 그건 아니다.

놀이기구를 탈 때는 짜릿하다. 하지만 순간이다. 계속 놀이기구를 타고 있을 순 없다.

대니얼은 지금 루에게 놀이기구가 아니었을까? 감정의 결핍은 그 누구와 해도 생기게 되어 있다.

사람이 채워줄 수 있는 감정의 양은 정해져 있지 않다. 사랑으로 다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그걸 너무 과대 포장해 놓은 것이 사랑인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이상이고, 결혼은 현실일 수밖에 없다.

루와 마고

 알코올 중독자로 가족들의 애를 태우던 루의 누나의 한마디가 어쩌면 결혼을 대변해주는 말 같다.

"마음 가는 대로 살면 다 잘될 것 같지? 망친 사람은 너야. 길게 보면 말이야.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 "

감독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등장인물들의 대사로 다 내보낸 것 같다.

인생의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굳이 비워놔도 되는 걸 꼭 꼭 채워 넣으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새 것도 헌 게 되니까, 새 것도 바래고, 헌것도 원래 새 거였다.

다 끝난 놀이기구처럼 허무할 뿐이다. 새 장난감이 좋아 가지고 놀던 아이도 금새 식는다.

그 감정이 식는 걸 물 흐르듯 생활로 받아들이며 그것에 맞게 살아야 한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루의 뒷모습만 맞이하는 마고, 그를 항상 뒤에서 안게 되는 장면으로 감독은 마고의 심리를 암시했다. 그녀는 외로웠고, 루의 관심도 부족했다.

그로 인해  다니엘에게 흔들리는 마고를 조금은 위로하게 만든 것인지, 짜릿함도 잠시 똑같은 공허함이 찾아온다.

결혼하여 살아가는 자로서, 수시로 들락거리는 권태와 결핍과 공허함이  수없이 흔들어대지만 나를 굳건하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익숙함이 메워준다.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자주 노크를 한다. 그때마다 떠오르던 말!

"별 남자 없다. 잘난 남자도 결혼해 살아보면 다 같아져. 사랑할 때나 남자지. 결혼하면 가족으로 생각하고 살아야 돼. 그래야 살아. 그냥 포기해 줄 건 포기하고, 내줄 것 내주고 접을 건 접어줘"

살아본 자의 조언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의 마인드였다. 그리고 이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사랑은 서로를 마주 보지만 결혼은 같이 앞을 보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은 잡고 있지만 내 감정이나 내 시선은 그에게 없다. 우리 둘이 걸어갈 미래에 있다. 그 지점이 같으면 서로 인내하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부부의 약속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