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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8. 12. 31. 12:42

언제부터인가 '러브스토리'를 시작으로 꽤 많은 로맨스 영화들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우리의 문화권에 스며들어오고 있다.

일본 멜로 영화를 보면 남자 주인공들이 표현에 많이 서툴다. 소위 고구마를 몇 개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몇 년이 걸려 만나서 사랑하게 된다는 식의 스토리가 널려있다. 우리나라 멜로 영화처럼 아기자기하거나 절절하거나 달콤하지 않다.

그런데 왠지 여운이 남는다. 깊이가 느껴진다. 이 영화가 그랬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 6주간의 기적을 만들어 내는 스토리이다.

이치카와 다쿠지의 판타지 연애소설을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에서 대히트한 작품으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송될 정도였다.

아이오 타쿠미(니카무라 시도)는 1년 전에 사랑하는 아내 미오(다케우치 유코)를 잃고 아들 유지(다케이 아카시)와 살고 있다.

1년 후 비의 계절에 돌아온다는 약속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아내 미오가 늘 놀러 가던 숲에서 거짓말처럼 그들 앞에 나타났다.

비 오는 날 자신들에게 돌아온 미오는 자신의 이름도 자신이 죽은 것도 모른다. 아들 유우지도 남편도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이 없다. 그래서 아들과 남편은 아내 미오가 돌아온 것을 비밀로 하고 그녀의 기억을 천천히 깨워주기로 한다. 다시 자신들을 좋아하게 만들기로 한다.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 타쿠미, 미오는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출근하는 타쿠미를 배웅하는 평범한 일상이 이어진다.

엄마가 돌아와 행복한  유우지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타쿠미는 미오가 돌아온 삶이 행복해하면서도 비가 멈추면 미오가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함에 걱정이 된다.

학창 시절 타쿠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시간이 흐른 후  육상선수였던 그는 졸업식 때 돌려받지 못한 볼펜을 핑계로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된다. 정말 정말 용기를 힘들게 낸다. 이렇게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타쿠미였다. 그렇게 그들의 연애는 시작됐다.

그러다 그가 부상으로 더이상더 이상 육상을 할 수 없게 되자 타쿠미는 자괴감으로 그녀와 헤어지게 되고 그녀와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게 된다.

스토리 전개는 현재에서 과거, 그리고 현재를 들락거리며 전개된다.

미오는 아들 유우지와 살아생전 묻어두었던 타임캡슐안의 자신의  일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엔 비의 계절이 끝나는 6주후, 다시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단 6주간의 기적'은 미오의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할 수 없었던 타쿠미가 미오와 헤어지고 그리움으로 그녀를 찾아가 멀리서 보고 돌아서 온다.

우연히 그런 타쿠미를 발견한 미오는 타쿠미를 쫓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의식불명이었던 미오는 잠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자신의 미래로 말이다.

거기서 알게 된 것이 타쿠미와 미오는 결혼을 하게 되며 유우지를 낳고 28살에 죽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를 본 것이다. 병원에서 의식이 돌아온 그녀는 다른 삶을 선택하면 28살에 죽게 되는 걸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타쿠미와 결혼해서 유우지를 낳는 삶을 선택한다. 자신이 죽을지라도 타쿠미와 유우지와 만나는 삶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너와 만나 결혼하고, 유우지라고 하는 아이를 낳는 인생을 선택하고 싶어. 유우지를 이 세상으로 맞아드리고 싶어. 뭐라 해도 내 마음이 그걸 원해"

미오는 남편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가 둘이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살림이며 요리를 가르친다.

몸이 좋지 않은 남편 타쿠미를 부탁하기도 하고, 아이가 18살이 될 때까지 매년 생일 케이크를 주문하기도 한다.

남편과 아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미오가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들이 마음 아프고 시렸다.

미오의 사랑이 죽음보다 강했다.

그런 선택을 받은 타쿠미는 슬픈 남자가 아니었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타쿠미와 유우지에게 미오는 몸만 떠난 것이다. 마음은 타쿠미와 유우지에 남겨놓고 간 사랑이라고 본다.

그리고 돌아왔던 그 숲에서 다시 이별을 준비하는 장면에서 타쿠미와 마주한 미오가 "나의 행복은 바로 당신이에요."라고 말해주며 잘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타쿠미의 마음을 비워주고 가는 모습은 계속 여운을 남겼다.

이 영화를 두 번 볼 것을 권한다. 첨에는 스토리에 집중하게 된다. 시간여행이다 보니 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감성에 100% 치중하기 어렵다. 그래서 두 번째는 스토리보다 감성에 몰입할 수 있다.

그 몰입은 깊은 잔상을 만들어내고 불쑥불쑥 비 오는 날이면 찾아오게 된다. 깊은 울림처럼 다가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되었다. 소지섭과 손예진이 그 두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친다. 우리 감성에 맞게 리메이크되어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