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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해이든 2019. 1. 30. 18:27
러브 어페어(Love Affair1994)

감독  글렌 고든 카슨

러브 어페어 아네트 배닝과 워렌 비티

아네트 배닝을 떠올리면 단연 <러브 어페어>란 영화를 떠올린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아네트 배닝이 독보적으로 돋보였던 영화는 없었다.
내가 잉그리드 버그만 이후 두 번째로 커트머리가 이뻤던 배우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짧은 머리로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를 감탄한 배우로 항상 내 뇌리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리드 버그만하고 <러브 어페어>의 아네트 배닝이 이미지화 되어 있다.

그렇게 내 안의 아름다운 여배우가 나이 많은 워렌 비티와 결혼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워렌 비티는 영화 속의 마이크 갬브릴처럼 플레이보이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워낙 많은 여자들과의 스캔들이 기사화되기도 했으니, 당연 아네트 배닝이 워렌 비티와 결혼 사실을 믿기 싫었다.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실제 연인이 연기한 것이라 눈빛이 더욱 깊었던 것 같다. 현실을 잊고 영화속 주인공으로만 몰입하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선과 감정만 따라가면서 말이다.

 
비행기안에서 만난 마이크 갬브릴(워렌 비티)과 테리 맥케이(아네트 베닝)
마이크 갬브릴은 유명한 플레이보이다.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한 그는 비행기 안에서 미모의 테리 맥케이라는 여인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마이크는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는 은퇴한 풋볼 쿼터백 스타로 출신토크 쇼 진행자인 방송계의 거목 린 위버와 약혼을 발표해 연예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테리 역시 자상한 사업가인 약혼자가 있는 상태이다.
감정은 순간 순간 자신의 상황을 컨트롤 못하고 사고를 불러온다.  서로의 약혼자가 있는 그들의 앞에 서로에게 자석처럼 끌리는 것은 엄연한 이성을 마비시키는 통제불능의 사고를 가져온다.

 

거기다 그 둘을 이어주기 위한 신의 선물인건지 현실적인 사건이 생긴다. 두 사람이 타고 있는 비행기가 갑자기 엔진 고장으로 작은 산호섬에 비상착륙하게 된다.

그들은 근해에 있던 러시안 여객선으로 갈아 타고 타히티로 향하게 된다. 그들은 배 안에서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마이크 갬브릴의 시선은 아예 테리 맥케이의 모든 행동에 향해 있다.

"저는 당신 행동을 보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호감을 드러낸다. 

테리 역시 그에게 끌리면서도 약혼자가 있는 현실을 직시하려고 애쓰는 듯하다. 그러나 그녀 역시 마이크에게 신경 쓰이는지 자꾸 의식하게 된다. (저리 대놓고 쳐다보는 데 신경 안 쓸 수가 있나?)

자제하려고 애쓰는 테리의 모습과 어떻게든 그녀와 같이 있기 위한 마이크의 적극적인 공세로 둘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된다.  
여자인 테리는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을 거라고 거리를 두려고  무던히도 애쓰는 듯 했다. 아무래도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이 더 이성적이라 믿는 나의 편견을 보탠다.

 

마이크는 배가 잠시 정박할 곳에 숙모가 살고 있어 잠시 같이 다녀오자고 한다. 그렇게 둘은 지니숙모를 향해 여정을 떠난다.
지니숙모에게 가는 여정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집도 이쁘고 주변 풍경도 와우 예술이었다. 이 영화에게 배경으로 혼을 쏙 빼놓은 장면이며, 그녀가 입은 하얀 원피스와  풍경이 만들어 내는 조합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만약 <러브 어폐어>란 영화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라면 숙모에게 가는 동안의 펼쳐진 풍경을 기억할 것이고, 아네트 배닝을 좋아하는 매니아라면 이 때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아네트 배닝을 뇌리에 담았을 것이다.
여자인 내게도 너무 멋지고 세련되고 지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정말 아네트 배닝만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영화를 보는 내내 빠져들었다. 

 

마이크 숙모는 86세의 노모였다. 숙모는 테리를 약혼자로 착각한다. 왜 안그렇겠는가? 약혼 발표나고 데리고 온 여자인데 당연 그리 오해하지 않겠는가?
친구라고 소개하고 테리와 단둘이 있게 된 숙모는 그녀에게 "행복해?"라고 묻는다.
나중에 영화가 끝나고 느낀 것이지만 숙모는 아마 테리가 자신의 조카의 짝이 될 거라 감으로 알았던 것 같다.
테리는 "원하던 걸 가졌으니 그래야죠." 라고 답한다. 만약 테리가 지금의 약혼자를 사랑했다면 그냥 "네"라고 대답하면 될 것을 저렇게 말한 것은 왠지 내게는 행복하지 않아요라고 들리는 듯 했다.
아마 숙모도 내 맘과 같은 생각이 들었는지 "인생은 소유가 전부가 아니라 지속해서 그것을 원하느냐야."라고 말한다.

 

오래 산 사람들의 조언은 삶을 살아내면서 터득한 알맹이 있는 언어라는 걸 안다. 인생은 짧은 게 아니니까 길게 살아 낸 사람들의 눈은 많은 걸 보고 인지한다고 여긴다. 그런 숙모의 눈에 마이크가 데리고 온 테리는 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마이크는 자기가 백조인걸 모르고 추한 오리로 살고 있어. 자신이 오리인 줄 알고 계속 그렇게 살아가겠지. 백조를 만날때까지"  플레이보이로 살고있는 조카 마이크를 오리로 빗대고 있고,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면 백조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 것은 아마 그 제대로 된 상대가 테리를 맘에 두고 하는 말로 들렸다.

어쩌면 마이크보다 숙모로 인해 테리의 마음이 열린 것이라고 본다. 마이크의 작전이었다면 아주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다. 테리가 현실로 인해 자신을 자제하려던 잠금장치가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림같은 풍경을 뒤로 하고 다시 배에 오른 테리와 마이크는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지 못한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3일동안의 여정으로 인해 오리가 백조를 만난 것이다.
짝있는 그들에게 불의의 사고였다. 하지만 사랑의 전환점이 되었다. 진정한 삶과 사랑으로 자신들을 채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제 각자의 약혼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비행기에 오른 그들은 비행기안에서 자신들의 원하는 것은 서로라는 걸 깨닫는다. 
마이크는 지금까지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느라 잊은 게 너무 많아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모르고 살았다. 숙모의 말처럼 오리인 줄 알고 오리로 산 것이다. 하지만 지금 테리를 사랑하는 자신은 백조인 것이다.
그래서  모험을 하자고 테리에게 말한다. 모든 일이 정리할 때까지 3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리고 5월 8일 5시 2분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만나자고 한다. 한 쪽이 안 나타나더라도 깨끗이 돌아서자고, 나오지 않더라고 서로 연락하지 않기로 서로 동의하고 꼭 나가겠다고 하고 헤어진다.

 

마이크는 린과의 약혼을 깨고 일도 정리한다. 그로 인해 그가 누리고 있던 경제적인 것들이 무너지는 데에도 그는 행복하다. 힐스브로 주립대학 풋볼 코치자리를 맡고 평범한 일반인의 일상으로 그녀에게 가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간다.
그녀 역시 유치원 선생님으로 근무하며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5월 8일이 되어 직접 그린 그림을 그녀에게 선물하려고 들고 온 마이크는 한없이 들뜬 얼굴로 전망대 위에 오른다. 
테리는 택시를 타고 엠파이어 스테이크 빌딩을 향하는데 그날따라 교통이 너무 혼잡해 택시안에서 초조해 한다. 
테리는  택시에서 내려 빌딩을 올려다보다 그만 교통사고가 난다.  이를 알지 못하는 마이크는 폭우가 내리는 전망대 위에서 한없이 기다린다. 그녀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실망한 그는 그림을 레스토랑 직원에게 가지라고 주고 나온다. 

역시 신은 오리를 백조로 만드는데 시련을 가미시키는구나. 

테리는 자신이 사고난 것을 알리고 싶지 않다. 자신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만나지 않기로 한다. 또 하나의 사건으로 그들의 사랑은  어긋나고 시간은 흘러간다. 테리는 휠체어를 타고 있고, 마이크 역시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에 재즈 공연장에서 둘은 우연히 마주친다. 마이크는 공연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테리가 약혼자였던 그 남자와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가라앉아 있던 감정들이 마이크를 에워 싼다. 테리에 대한 감정으로 다시 참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방황하다 전화번호부에 적힌 테리 주소를 보고 테리를  찾아가게 된다. 
그녀를 향한 갈증은 그녀를 보는 순간 여러가지 형태로 나와 가장자리를 건들고만 있다. 서로가 '네가 보고 싶었다.' '왜 안나왔냐'라는 직접적인 언어는 다 숨어버리고 거짓말로 자존심인지 모를 언어들을 툭툭 쳐내고 있다.  
마이크는 약속장소에 안 나가 사과하러 왔다고 하고, 테리는 약속장소에서  한참을 기다렸다는등 숨은 마음을 찾기라도 하듯 숨겨대고 꾸며대고 있다. 
쇼파에 담요를 걸치고 일어나지 않는 그녀는 자신의 사고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감정을 억제하고 , 마이크는 "어젯밤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다는 걸 알고 멀리 가려고 비행기표를 끊었다."라 말한다.
그녀의 손에 반지가 없는 걸 확인 한 테리는 그녀가 약혼자와 결혼하지 않은 것을 알고  꼼짝도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애 머뭇거리며 사실을 말한다. 
"왜 나오지 않았냐?"고 원망스레 묻지만  그녀는 슬픔을 애써 감춘 채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사고를 숨기고만 있다.  마이크는 숙모가 62년동안이나  걸치고 있던 플로네시아 공주 문양의 스카프를 ."당신이 가지길 원하셨지." 하면서 건넨다. 그녀는 스카프를 걸치고 끝내 쇼파에 앉아 있다.
그는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보며 "그걸 걸친 그림을 그렸지.호텔에 그림을 줬는데 레스트랑에 걸어 놓는다더군. 어떤 숙녀분이 맘에 들어 사겠다고 고집한다길래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면 그냥 주라고 했지. 직원 말이 그녀는 돈이 많아 보이지 않는데다 그 여자는 ..."무언가를 느꼈는지 말을 멈추고 그는 거실을 둘러보다 방문을 열어 본다.
그리고 벽에 걸린 자신의 그림을 보게 된다.  자신의 그림을 사고 싶다는 여자가 테리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녀가 휠체어에 타고 있다는 말을 듣었던 것인지 단번에 그녀가 쇼파에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인걸 알고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면 왜 내가 아니냐?"라며 그녀를 끌어안는다. 
누구나 '러브 어페어'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이 장면이다. 최고의 장면이다. 마이크가 그림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녀가 그 그림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숙모가 스카프를 주지 않았더라면 많은 만약에 ....만약에 하면서 이들의 운명이 또 어긋났을 것이다.
 
더욱이 워렌 비티와 아네트 배닝은 실제 부부이다. 1937년생인 워렌 비티가 1992년생인 아네트 배닝과 결혼했다는 사실이다.
1991년 벅시라는 영화로 아네트 배닝을 만나 한눈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1992년에 아네트 배닝과 결혼을 한다. 
1939년에 만들어진 '러브 어페어'란 영화가 1957년에 다시 리메이크 되고, 또 1994년에 워렌비티와 아네트 배닝의 출연으로 3번째 리메이크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