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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17 카모메 식당 : 소울푸드인 그녀의 주먹밥
posted by 해이든 2019. 5. 17. 00:17

이 영화를 어떤 느낌이라고 설명해야 적절할까

한마디로 재미는 없다.그냥 잔잔하다.

그냥 작은 숲길을 산책하듯 걷는 느낌,

여유로운 걸음 폭으로 어제 지나간 길을 또 걷는 일상같다. 

핀란드는 숲이 있어 편안한 느낌이 들고  사람들의 움직임에도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한적한 마을의 여유로움과 평범함이 해가 뜨고 지는 단조로움처럼  진행되는 것 같지만 그 나름 움직이며 변화하고 있다.

반복되는 것 같지만  똑같은 하루는 없다. 정지된 것도 없다. 흘러가고 있다. 삶이란 물결처럼.

똑같은 감정도 똑같은 시간도 없다. 다 다른 듯 닮아있고 닮은 듯 각자 다른 사연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게 아직도 많고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슬픔을 안고 산다.

세상 어디에 있어도 슬픈 사람은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외롭다. 

음식은 그런 사람들에게 단지 먹는 즐거움이 아니라 더불어 마음을 꺼내고 담아주는 예술이고 창작이다.

음식은 누구에게나 세상에서 가장 큰 치료제라고 본다. 

음식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지친 삶을 치료하고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해낸다고 본다.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는 핀란드 어느 마을 길모퉁이에 작은 일식당을 차린 일본인 여성이다.

동네사람들은 동양여자가 차린 식당안을 기웃기웃 호기심을 가지지만 식당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한달내내 손님 한 명 없다.

하지만 사치에에게는 왠지 조급함이라는 게 느껴지지 않는다.

가게를 지나가는 이들의 관심에 엷은 미소와 목례로 화답한다.


그녀는 여기서라면 모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이곳이라면 무엇이든지 잘 풀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레스토랑이 아닌 그저 근처를 지나가다가 가볍게 들릴 수 있는 동네식당을 차린 것이다. 누구든 뭔가 먹어야 살 수 있는 법이고 그녀에게 주먹밥은 소울푸드였다.


그래 주먹밥같은 영화다.

주먹밥을 대표메뉴로 손님을 기다리는 여성 사치에는 손님 하나 오지 않는 날에도  꿋꿋이 매일  음식준비를 한다.

그저 여유롭게 받아들이며 기다리는 여자,사치에

누군가 자신이 대접한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이 좋은 그녀는 정성으로 음식을 담아낸다.

그녀는 세상 마지막 날에는 아주 좋은 재료를 사다가 사람을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는  음식으로 따뜻한 인연을 맺고, 배려를 식탁에 차려놓는 여자라는 생각이 든다.

잘 살아간다는 건 그녀에게 그렇게 다른 삶이 어울려 맛있는 비빔밥이 되고 주먹밥이 되는 것이다..

주먹밥 하나로  따뜻한 인연을 채워가는 그녀로 인해 가게는 각자 아픈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성껏 차려진 음식으로 서로에게 따뜻한 배려와 위로를 건넨다.

크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말들을 끄집어 내고 서로 편안하게 고개 끄덕끄덕 하는 전개가 펼쳐진다.

작은 숲속에서 새소리를 듣고 그 지저귐이 위로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는 내 안에 존재한다. 숲속 벤치에 앉아 숨만 몰아쉬고 나와도 고민 주머니 덜어지고 비워진 가벼움을 선사받는 것처럼.

고민이 있을 때 굳이 말하지 앓아도 따뜻한 한 끼를 내주고,  옆에서 그저 묵묵이 같이 앉아 있어주고, 차한잔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느낌이 이 영화속에 있다.

그렇게  가볍게 낼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한 조각을 섭취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식당이란 개념보다 집에 들린 지인들에게 그저 밥한끼 대접하는 사람같다.

첫손님으로 찾아온 토미는 일본만화 매니아로 독수리오형제의 주제가를 사치에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또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는 목표도 없이 여행을 떠나온 여성이다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펼쳐 손가락으로 찍은 곳이 핀란드라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사치에는 미도리를 자신의 집에서 묵게 해준다.


미도리는 카모메식당에서  메뉴개발도 같이 하며 식당을 돕게 된다.

더 맛있게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손님의 손길도 있고, 

일본에서 핀란드로 오는 중에 항공사의 실수로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모타이 마사코) 또한  사치에의 배려로 옷을 빌려입고 여행을 즐기며 안정을 찾는다.

남편의 불륜으로 상처받은 여자 또한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의 도움으로 자신을 회복해간다.

매일같이 사람없는 식당을 밖에서 구경만 하던 이웃들도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장사가 잘 되려면 음식만 맛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기다림인 줄도 모르겠다.

내 작은 배려의 손길이, 내 정성이 전해지는 순간까지 기다려야 되는 일인 것 같다.

이방인으로 핀란드사람들과 이웃이 되는 과정속에 사치에의 기다림과 배려가 어느새 만석을 만들어 낸 것이다.  

거창하게  위로하고 나서지 않아도 묵묵히 그저 모여 따뜻한 밥 한끼하는 게 정이 붙고, 위안이 되고, 쉼이 되어간다.

영화에서 분주함이란 보이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보통사람들처럼 흐르는 것이다.


사치에의 작은 배려가 그녀의 단조로운 식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처럼 빨리빨리 무언가를 요구하고 결과가 나기를 재촉하는 것보다

차분하게 기다릴 줄 아는 사치에의 모습이야말로 깊은 신뢰와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