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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25 58. 500일의 썸머 : 사랑은 쌍방향으로 흐르는 것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9. 2. 25. 14:10

500일의 썸머

 

세상에는 두 가지의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두 가지의 사랑이 존재한다. 같은 통로의 운명 같은 사랑과 다른 통로의 어긋난 사랑이 있다.

어느 날 운명적인 사랑이 걸어 들어온다.

카드 문구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톰(조셉 고든 레빗)은 비서로 들어온 서머(주이 디샤넬)에게 운명 같은 사랑을 느낀다.

우주의 섭리처럼 썸머에게 자신의 세상이 열리는 듯 사랑에 꽂히고 만다.

그러나 썸머는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사랑이 환상적일 뿐 아니라 존재하지 않거나 끝이 좋을 수 없는 것으로 사랑의 존재를 부정한다.

사랑에 대한 색깔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서로 사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출발선은 동일한 것이 아니었다.

톰에게는 썸머가 특별한 연인이었지만 서머에게는 그저 스치는 인연 중의 한 명이었던 것 같다.

서머는 진지하고 싶지 않다. 관계로 구속받기 싫다. 가볍게 만나는 그런 인연이고 싶다. 그것도 톰이 말하는 운명적인 사랑이란 건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의 연인이 되는 걸 거부하고, 누군가와 관계로 얽매이는 것도 싫다.

키스도 하고, 섹스도 하고, 데이트를 하면서도 끝을 정해놓고 만나는 사람처럼 자신을 밀어내기만 하는 서머로 인해 톰은 힘들어한다.

톰은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썸머에게 묻는다. "우린 무슨 사이야?"

"우린 그냥 친구잖아."

썸머의 마음속 어딘가에 자신의 존재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녀의 마음에는 탐이 있을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사랑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여자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이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은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톰처럼 빠져드는 것이다.

사랑이 가지는 공간과 거리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가벼운 관계이고 싶은 서머와 진지한 관계이고 싶은 톰의 온도차로 결국 이별을 통보받는다.

이별 후, 톰은 운명이라고 믿었던 사랑, 특별한 사람이었던 썸머에 대한 사랑했던 추억만 가지고 지낸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썸머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톰에게 파티를 열거라고 자신의 집에 초대한다. 톰은 다시 설레고 운명 같은 사랑에 기대어 그녀의 집에 가지만 그녀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게 된다.

그는 파티에 초대된 여러 명 중의 그저 한 명일뿐이었다.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도망치듯 나온 그는 점점 사랑이 찌그러진다.

사랑을 부정하던 그녀가 연인이라는 족쇄도 싫다던 그녀가 결혼이란 관계로 사랑을 매듭짓는다.

톰이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었던 서머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너랑 있을 때는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던 게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어."

운명을 믿기 시작했다는 그녀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던 톰은 서머로 인한 상처로 슬픔으로 무너졌고, 지금은 운명을 믿지 않는다.

누군가의 무엇이 되기 싫다던 그녀가 사랑을 믿지 않았는데 그건 썸머가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을 못 만나서 그랬던 것이다.

톰은 썸머에게 그냥 지나가는 인연이었다. 연인이 아닌 그저 스치는 인연이었다.

실연의 상처로 운명을 믿지 않는 톰과 또 다른 사랑으로 운명을 믿는 여자 서머의 뒤바뀐 사랑의 존재가치!

서로는 연인이 될 수 없었다. 서로의 운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서로에게 꽂히고, 서로에게 통하고, 서로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게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서머의 운명은 톰이 아니었다. 서머가 사랑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부정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못 만난 것이다.

서머와 톰은 연인이 아니라 인연이었던 것이다.

톰의 연인 가을이 오고 있다. 톰도 서로 통하는 운명을 만날 것이다.

나와 다른 각도, 나와 다른 시선, 나와 다른 사랑이 아닌 한 방향, 같은 위치, 같은 마음이 운명인 것이다.

우리는 서머와 만난 적이 있다.

나의 뜨거움으로 인해 못 느끼고 스쳐간 수많은 인연들이었다. 그때는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