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9.01.19 29. 안녕, 헤이즐
  2. 2018.12.18 8. 이프 온리(If Only): 사랑하는 법을 배우다
posted by 해이든 2019. 1. 19. 20:56

 

영화 <안녕, 헤이즐>을  단순히 로맨스 영화라 짐작하지 말자. 이 영화를 암에 걸린 두 남녀가 죽어가는 슬픈 영화라고 짐작하지 말자. '대충 이런 내용 아니야?'라고 짐작하지 말자.  스토리나 줄거리에 치중하지 말자.

삶 속에서 안고 가야 할 고통이나 비극이나 슬픔에 대해서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감동을 선사하고, 둘의 사랑이 부럽다기보다 응원해 주고 싶었다. 너무 많은 공감으로 어른인 내가 너무 많은 걸 배웠다. 

내가 얼마나 얕은 사랑을 하고, 내가 얼마나 얕은 생각을 하고, 내가 얼마나 얕은 삶을 살고 있는지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삶은 유한하지만 그들의 깊이있는 사랑은 무한했다. 이 영화는 암으로 죽어가는 두 주인공이 죽음이 마지막인 것처럼 생각하지 않고 죽음 뒤의 삶을 남아있는 이들에게 선사해 주고 가는 시작을 선사한다.

죽으면 끝나는 게 삶이 아니다. 죽음 뒤에 그들의 삶은 계속 가족들에게 끝이 아니기를 바란다.

삶과 죽음의 관계, 죽음이 주는 삶, 남겨진 자들의 삶, 죽음을 준비하는 그들의 시간을 통해 가슴 한편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영화&gt;안녕, 헤이즐

 

다른 사람의 긴 시간보다 짧지만  보석처럼 빛나는 깊은 사랑을 보여준 <안녕, 헤이즐>이란 영화는 존 그린의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소설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 2012년 아마존닷컴 최고의 책에 선정되고, 2014년 YA소설 부문 미국 전체 판매량 1위를 기록할 만큼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책이다. 그리고 1979년생의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살려서  스토리보다 각 캐릭터의 삶에 대한 무한한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고 본다.

'안셀 엘고트'가 연기한 '어거스터스 워터스'는 뻔뻔한 듯 로맨틱하고, 위트 있고, 너무 멋졌다. 매 대사마다 순간순간의 표정과 능청스럽게 또는 저돌적인 고백도 다 뇌리에 남을 정도다.

그리고 '쉐일린 우들리'가 연기한 '헤이즐 그레이스 랭커스터'는 자신의 죽음이 고통스럽기보다는 그 죽음으로 인한 남아있는 가족들의 삶을 더 염려하는 아주 깊이 있는 역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얼마 전 <미드나잇 선> 영화를 감상하고 후기를 적었었다. <미드나잇 선>이 태양이라면 <안녕 헤이즐>은 하늘 같았다.

자신의 딸이 밥도 잘 안 먹고, 밖에도 안 나가고, 방 안에만 있다고  엄마는 암의 부작용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치료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암환자들의 모임에 헤이즐을 보낸다. 좀 친구들도 사귀고, 외부활동도 하면서 십 대처럼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엄마들 마음은 다 그래)

하지만 헤이즐은 그 모임이 내키지 않는다. 우울증은 암의 부작용이 아니고, 죽음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소통을 캐리어처럼 끌고 다니는 헤이즐은 17살, 갑상선암이 폐로 전이되었고, 임상실험에 반응한 탓에 아직도 살아있다. 그 모임에서 자기를 계속 쳐다보는 어거스터스의 시선이 있다. 하지만 그 시선의 주인공이 싫지 않다. 어거스터스는 골육종으로 다리 한쪽을 절단한 상태였다.

첫 날부터 자신의 집에서 영화를 보자는 그를 따라 그의 집으로 갔고, 서로의 병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헤이즐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피터 반 호텐'이 쓴  책을 추천한다. (소설에서는 [장엄한 고뇌]라고 나오며, 헤이즐에게는 성경 같은 책으로 묘사된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그녀에 앉아있는 헤이즐과 거스

헤이즐의 추천한 책을 읽고 공감한 어거스터스는 헤이즐과  더욱 친밀해졌다.헤이즐은 소설의 다음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 속의 주인공이 죽고 나서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 말이다. 그래서 작가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왔다.

메일로는 유출이 예상되어 소설 뒷이야기를  말해줄 수 없다는 것, 시간이 되면 암스테르담으로 초대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생애 처음으로 하는 여행과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기쁨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병세가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간다.  의사들은 헤이즐이 암스테르담에 가는 걸 반대한다. 의사들과 부모님과 헤이즐이 다같이 모여 그녀의 상태를 설명할 때 엄마와 아빠가 초조해하며 꼭 웅켜 잡은 손이 헤이즐의 시선에 마음에 들어온다.  

거스와 통화하는 헤이즐

헤이즐은 어거스트에게 상처를 주기 싫다. 골칫덩어리뿐이고 수류탄같은 자신의 존재가 그 모두의 삶을 폭발시킬 것 같은 두려움에  무거워진다. 너무 유별나게 사는 자신의 삶이 슬프고, 하늘만 봐도 슬퍼지고, 어릴적 아버지가 만들어 준 그네만 봐도 슬퍼진다. 그런 헤이즐에게 어거스터스는 "니가 아무리 밀어내려고 해도 밀려나지 않을 거야. 내 마음이 아프건 말건 그건 내 자유야."라고 말한다.

어쩌면 삶은 고통과 같이 운행된다. 그렇다면 그 비극을 누구와 동행할지, 누구에게 상처 받을지는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이다.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아프건 말건 자신의 자유이고 그의 몫인 것이다. 물론 헤이즐도 자신을 선택해 주길 바란다. 어거스터스가 너무   멋지다.  헤이즐을 바라보며 씩 웃는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지금 내가 덜 고통스러울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내 앞에 있고, 그걸 밀어낼 용기로 밀어낼 힘으로 헤이즐에게 힘껏 끌어 안으라는 선택을 하라고 말하고 있다.

어거스터스의 소원으로  엄마와 어거스터스와 동행하여 암스테르담을 향해 비행기를 탄다. 불을 붙일 수 없는 담배 한 개비를 상징처럼  물고 처음 떠나는 여행에 어거스터스도 흥분하고 헤이즐도 기대에 차 있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연장하는 것보다 하루를 가슴뛰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게 해 준 엄마의 배려가 좋았다.

레스토랑에서 예쁜 옷을 입고, 정장을 입은 두 아이가 어찌나 멋지고 이쁘던지, 눈물이 날 정도로

암스테르담에서

둘은 여행의 목적처럼 네덜란드 작가 피터 반 호텐을 찾아간다. 그런데 느낌이 쎄하다. 알코올 중독자에 말은 또 얼마나 못되게 하는지 나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테이블을 엎어 버리고 나오고 싶을 만큼이었다.

자신의 죽음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 더 힘든 그녀에게 피터 반 호텐 작가의 뒷 이야기가 희망적이기를 바라는 그녀의 바람으로 좋아했던 작가였다. 하지만 그는 정말 헤이즐의 듣고 싶은 이야기 같은 건 없다고 두 사람에게 폭력 같은 언어들로 상처를 준다.

그들은 안네 프랑크가 숨어지내던 건물을 보러 간다. 엘리베이터가 없다. 가파른 계단만이 있다. 산소통을 끌고 다녀야 하는 그녀에게 버거운 길이다. 그러나 그녀는 끝까지 오르고 안네 가족이 숨어 지내야 했던 꼭대기까지 오른다. 그곳에서 안네 프랑크의 음성이 울린다.

"그 순간에 저는 비극에 대해 생각할 수 없었어요. 아름다움만이 남았죠. 당신안에 있는 행복을 되찾으세요.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행복해지세요"안네는 그런 상황에서도 비극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말한다. 헤이즐도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말고 주변의 아름다운 것을 생각했을까? 헤이즐은 어거스터스에게 키스를 한다.

그리고 헤이즐의 안의 행복은 어거스터스를 사랑하는 것이다. 죽음으로 밀어버리고 숨긴 마음을 내 놓은 것이다. 어거스터스의 선택의 자유처럼 헤이즐도 어거스터스와의 사랑을  선택한다. 지금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선택! 그렇게 둘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다 펼쳐놓는다. 작가를 만나는 일로 시작된 여행은 결국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받으며 행복을 그리게 된 셈이다.

헤이즐과의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 어거스터스는 자신의 온 몸에 암이 퍼진 것을  헤이즐에게 털어놓는다. 죽는 것보다 기억되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려운 어거스터스, 그래서 죽어서라도 자신이 모두에게 기억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공장이었다. 그들은 삶의 마지막을 정리정돈하듯 받아들이며 준비한다.

안셀 엘고트과 쉐일린 우들리

어거스터스는 자신의 친구 이삭과 헤이즐에게 자신의 추도사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삶과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에게 제대로 삶의 마무리 지으려 한다. 마치 새로운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처럼 마치 여행을 가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녀의 추도사에는 "너를 만나 내 삶은 무한대가 되었어. 넌 내게 한정된 나날 속에 영원함을 줬어"라며 어거스터스를 향한 사랑의 크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며칠 후 어거스터스는 죽는다.

응급차에 실릴때마다 지금의 통증이나 아픔이 얼마인지를 1~10중에 말해 보라고 한다. 가장 죽음의 고통을 느꼈을 때도 그녀는 10이 아닌 손가락 9개를 펴 보인다.  10은 남겨놓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헤이즐은 어거스터스의 죽음으로 인한 아픔은 10이다.

장례식장에서 추도사를 읽으려 쪽지를 편 헤이즐은 그의 슬퍼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신의 준비한 추도사를 접어둔다. 그리고 그의 집에 부모님이 걸어둔 격려의 말로 시작한다. 장례식은 죽은 그를 위한 것이 아니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암으로 죽어가는 자식보다 암으로 죽어가는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고통이 더 크고, 죽은 어거스터스보다 죽은 자식으로 인한 부모님의 슬픔이 더 크다는 걸 안다.

'누가 날 엄마라고 불러줘'라고 울던 엄마의 절규를 가슴에 품었던 13살의 헤이즐은 그냥 포기해 주었으면 하는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자식을 포기하지 않는 부모로 인해 깨어나는 게 두려웠다.

효과가 없는데도 필사적인 부모로 인해  그저 시간을 조금 더 벌면서 살아 가게 할뿐인데, 자신의 죽음이  부모의 삶의 종착점이 될까 봐. 자신이 죽고 나서 자신의 엄마가 멍하니 벽만 쳐다보고 삶의 의욕도 없이 삶을 닦아내지 않고 뿌연 채로 살까 봐서 엄마. 아빠의 삶이 주저앉을까 두려웠다.

자식을 위해 그 고통을 끌어안은 건 엄마의 선택이다. 그 선택을 버리는 것보다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행복하고 더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자식을 감성적으로 받아 들일 부모는 없다.

죽어가는 딸을 향해 자신의 사랑으로 힘껏 행복해질 선택을 끌어안은 것이고, 버릴 수 있는 선택보다 품는 행복이 더 컸기 때문에 끌어안은 선택이다. 그런 헤이즐의 맘을 안 엄마는 헤이즐에게 딸이 죽고 나서의 삶을 살아가겠다고, 사회복지사를 준비 중이라 했다. 

헤이즐은 자신에게 '최고의 뉴스'라고 엄마에게 안기며 기뻐한다. 어쩌면 작가에게 듣고 싶었던 뒷 이야기의 희망을 엄마에게 듣게 된다. 이제 그녀의 두려움을 보내버린다.

삶은 삶속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다. 죽음으로 삶을 덮어버리면 안 되는 것이다. 삶은 삶으로서 시작하고 삶으로서 마무리 짓는 어거스터스를 보며 행복도 고통과 같이 다니는 따라다니는 건데 나는 고통을 피하려고만 했던 삶이었다. 고통도 삶의 일부처럼 받아들이며 행복을 기다려야 되는 것임을, 그래서 더 큰 행복을 안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헤이즐, 어거스터스 OK! 그들이 말하는 OK는 무한대의 '언제나'이다.

posted by 해이든 2018. 12. 18. 12:58

연애세포는 죽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멜로나 로맨스물에 구미가 당긴다.

그럴 때마다 끄집어 다시 볼 수 있는 영화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프 온리'를 끄집어냈다.

길 정거 감독의 2004년도 작품이다.

영화 이프 온리

내 기억으론 여주인공 '사만다'역을 맡은 제니퍼 러브 휴잇이  평범해 보여서 더 정감 있게 다가온 줄도 모르겠다.

남자들은 여자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지 못한다. 이런 것들이 남녀관계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사랑만 쫓아다니며 살 수는 없다.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가 중요하지만 일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은 사랑으로 가는 통로를 때로는 막아서고 무관심으로 방치할 때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이안(폴 니콜스)과 사만다(제니퍼 러브 휴잇)

이안은 회사 일로 사만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한다. 바쁘고 힘들어서 사만다를  자주 서운하게 만든다.

그의 생각은 온통 일에만 머물러 있고, 회사 프레젠테이션에 정신이 팔려 사만다의 졸업연주회가 있다는 걸 잊는다.

나쁜 의도가 아니라 바쁜 건 알겠는데, 이안에게 자신은 매번 2위라는 사실이 서운하다.

그리고 이안은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만 투정대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나는 내가 너한테 항상 두 번째라는 게 너무 가슴 아파. 더 비참한 건 거기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거야. 난 사랑받고 싶을 뿐인데"

이 느낌은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서운하다가 비참해지다가 그러다 익숙해지고 또, 그러다 포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랑은 잠식된다.

그날도 이안은 회사에서 중요한 PT 중이다. 그런데 사만다가 들어와 자리를 망치고 만다.

둘은 말다툼을 하고 차를 타고 가는 그녀를 잡지 못하는 그 순간, 사만다가 탄 차가 트럭과 충돌하여 사만다는 저 세상으로 떠나 버린다.

교통사고로 그녀가 떠나고 이안은 슬픔에 빠진다. 이미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우리는 잃고 나서 깨닫는다.

항상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이 갑자기 곁에 없을 때 가슴 시리게 아픈 일이다. 진심으로 사랑을 담아내지 못한 이안의 입장에서 더 그럴 것이다.

항상 같이 있을 거라고 여기고 내일로 미루어만 온 발길들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나 버린다면, 이안은 밤새 울면서 후회한다.

지금이 아니면 모든 것이 늦는다는 걸, 줄 수 있을 때 주어야 했던 것들 앞에서 좌절하며 잠이 든 이안은 다음날 아침 깜짝 놀란다. 자신의 옆에 사만다가 자고 있는 것이다.

폴니콜스와 제니퍼 러브 휴잇

 

단 한 번의 기회가 그에게 생긴 것이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가 주어진다.

사만다에게 이안은 묻는다. "하루 밖에 못 산다면 뭘 하고 싶어?"

그녀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이안, 지금 이 순간을 그녀만을 위해 소중하게 쓰고 싶은 이안의 질문에 그녀는 답한다.

"질문이 너무 쉽네. 당신이랑 보내야지."

너무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의 사만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거창한 무엇인가를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건 같이 있어주는 것이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같이 공유하는 삶이 얼마나 값진 사랑인지를 여자들은 수시로 남자에게 일깨워주지만 알 아차리 지를 못한다. 그저 익숙함에 묻어가려고만 한다.

If Only 주인공

그런 면에서 택시기사는 남자 이안이 깨닫지 못하는 걸 일깨워 준다.

"그녀를 잃는다면 감당할 수 있겠소? 그럼 답이 나왔군. 계산 없이 사랑하시오."

아픈 상처를 드러내는 게 두려워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은 이안,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 적 없는 이안.

그 남자의 과거가 현재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결고리 같은 것이다. 그 남자를 사랑하면 그의 주위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가는 것이고, 그러면 당연히 그의 어린 시절과 부모와 모든 걸 알아가는 과정도 사랑 안에 들어가는 일부로 말이다. 그가 뚝딱 현재의 모습으로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현재는 자신과 함께 하지만 자신이 함께 하지 못했던 그의 삶이 궁금한 것은 연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그가 자신의 과거를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은 분명 사만다에게는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포장한 인생 안에 어떤 아픔이 있을지 모를 상황에서 상처를 내기 싫어 마음을 열어주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깨달은 이안

사랑은 했지만 제대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고 계산적이었던 이안, 그런데 사만다가 이렇게 갑자기 자신을 떠날 거라는 걸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이안, 그에게 다시 주어진 하루,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시간이 별로 없다.

어제와 다른 행동으로 변화를 주어 보지만 운명은 바뀌지 않는다.

나중에 라는 말을 자주 쓰는 나에게도 이 영화는 내 옆에 있는 존재에 대한 배려와 표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지금도 안 되는 것이 나중이라고 될까? 현재도 못 지키는 사람이 내일을 지킬 수 있는 걸까?

이안은 표현하지 않았던 '사랑해'라는 말을 하고 사랑고백도 한다.

" 오늘 너에게서 배운 것 덕분에 내 선택과 내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네가 5분이든 50년이든 네 인생을 제대로 살았다는 것을 배웠어.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원히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사랑받는 법도."

우리도 이안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사랑하는 연인에게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을 모른다. 그래서 매번 순간에 충실하라는 말들을 하는 것이리라.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한 사만다로 인해 이안은 진정한 사랑을 배웠고 , 진정한 사랑은 시간에 관계없이 마음에 있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나도 사만다처럼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이다.

If Only.... 거짓말처럼 사만다가 곁을 떠났고, 이안은 사만다처럼 마음 가는 대로 사랑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택시기사의 말처럼 그녀를 가졌음에 감사하고 계산하지 말고 사랑하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많은 걸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함께 있는 것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서로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보여줄 수 있음에 감사하라는 것이다.

마음을 다해 사랑하면 될 일이다. 순간순간 함께 하는 것을 감사하면서 말이다.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하는 방법도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