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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11.10 영화 - 완벽한 타인
posted by 해이든 2018. 12. 21. 14:35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감독 :츠키카와 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꼭 제목이 호러물이나 좀비스럽지 아니한가? 아마 제목 때문에 그리 당기지 않았다고 하면 웃으려나?

그런데 사실이다. 너무 유치하거나 기괴스러울 것 같았다. 또 편견이었음을 인정한다.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들락거리며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들의 만남이 시작점이 되어야 하겠다.

병원에서 주운 공병문고

병원에서 우연히 주운 [공병문고], 그 안에 담긴 비밀, 췌장에 이상이 생겨 곧 죽는다는 내용을 보아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비밀을 적은 [공병문고]의 주인이 하필이면 같은 반 여학생인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였다.

사쿠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사람 치고 지나치게 활발하고 인기도 많은 여학생이고, 하루키(키타무라 타쿠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거나 엮이지 않는 자신 자체의 삶을 사는 아이다.

그녀는 자신의 병 때문에 슬픔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다. 주변인들이 슬퍼하고 애쓰는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불행하게 보내는 게 두려워 주변인이나 친한 친구에게까지 말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비밀을 알고도 무덤덤한 하루키에게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기로 한다. 그렇게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된 하루키는 의도와는 다르게 사쿠라의 버킷리스트에 얹히게 된다.

사쿠라가 도서관에 도서위원으로 들어오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임을 아는데, 그런 사쿠라를 이해할 수 없는 하루키는 그녀에게 묻는다.

"짧은 여생을 이런 일에 써도 돼? 많이 있잖아? "

나도 하루키의 말에 충분히 공감했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면 지금 도서위원으로 들어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뭔가 못해 본 일을 하려고들 하니까 말이다. 오히려 주변정리를 해 나가는 이들도 있고, 여행을 간다거나 나름의 버킷리스트를 적어가지 않는가!

"너야말로 하고 싶은 일 안해도 돼? 내일 갑자기 네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잖아,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요즘 묻지 마 폭행도 많고 말이야.시한부인 나도, 너도 하루의 가치는 똑같아!"

도서위원이 된 사쿠라

그런 하루키에게 던진 사쿠라의 말에 작은 파동이 일었다.

내 인생에서의  하루는?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면 오늘의 가치는?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일부분인 하루인 '오늘', 하루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인생의 가치를 운운하며 내일은 내게 당연히 약속되어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온 것 같다. 그래서 퍽하면 오늘 할 일도 '내일 하지'로 미루었던 것들이 하나 둘 뿐이겠는가 말이다.

시한부로 사는 사쿠라도 그저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을 사는 내 하루와 똑같다. 그러나 그 가치는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걸 이 벚꽃의 대사로 작은 반성을 하게 된다.

이왕 옆길에 샌 김에 한 마디를 더 보태자면, 일본 영화는 우리의 정서와는 참 다르게 전개해 나간다. 담백하고 덤덤하게 사랑, 죽음,이별을 다룬다. 한국영화는 울려야, 아니 꼭 울리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시한부 인생을 다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본 영화는 죽음에 대해 이별보다는 긴 여행을 떠난 슬픔 정도로 다가오게 한다. 그리곤 문득문득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솔직히 이 영화 '가볍게 영화 한 편 때려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영화인데, 내게 너무 큰 울림을 주었다.

"난 남과 관계를 안 맺는 걸로 내 영역을 지켜 왔거든."

이 말은 하루키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지 않는다. 모든 관계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자기식대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주변에는 단 한 명의 친구도 없다. 그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 그럴 수도 있겠다. "에이~ 왕따네" 그건 아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쿠라의 눈에도 그는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만큼 강한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 반대의 성격을 가진 사쿠라,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소유자로서 밝고, 긍정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편이다. 시한부 인생인 자신보다 사랑하는 주변인들의 마음을 더 헤아리는 심성 착한 아이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인데, 벚꽃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을 같이 보내게 되는 '친한 사이 소년'으로 그녀의 하루하루에 본의 아니게 올라타게 된다. 자신의 영역이 조금씩 벚꽃으로 인해 무너지고, 그녀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리스트에 동행하게 된다.

그러다 조그마한 마찰이 생기고 하루키는 사쿠라에게 소중한 시간을 더 잘 사용하라는 의미로 말을 건넨다.

"그 날 우연히 너랑 마주쳐서 그냥 흘러온 것뿐이야. 나 같은 놈보다는 정말 너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우연이 아니야. 흘러온 것도 아냐. 우린 모든 걸 스스로 선택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네가 해 온 선택과 내가 해 온 선택이 우리를 만나게 한 거야.우리는 스스로의 의지로 만난 거야."

아! 진짜.... 또 파동이 인다. 틈만 나면 운명 탓으로 빠져나가는 나의 비겁함에 소나기 같은 시원함이었다.  그래! 선택과 선택이 맞물려 인연이 만들어지는 거지. 결국 사쿠라가 비밀을 털어놓은 것도 그녀의 선택이었고, 여행을 떠난 것도 그녀와 그의 선택이었다. 서로의 선택이 쌓이고 손 잡으면서 시간을 공유하며 오늘의 가치에 그들을 공존하게 했다. 운명이나 우연 따위로 비껴가지 말자. 스스로의 의지에 마음을 내주며 선택해 간 시간들이었다. 우연이니 운명으로 치부했던 것들이 결국 사람들의 선택으로 맺어진 인연이었다는 느낌에 확 무엇인가가 올라왔다.

성인이 된 오구리 슌

영화 초반, 12년이 지나 성인이 된 하루키(오구리 슌)는 자신의 모교의 선생님이 되어 있다. 선생님이 된 지금의 모습은 아직도 관계를 맺지 않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듯하다.

그의 책상 서랍에는 사직서 봉투가 들어있고, 수업시간에도 학생과 선생님은 한 공간에 두 세상으로 나누어져 있는 느낌이었다. 도서정리를 억지로 떠맡게 된 그가 벚꽃과의 추억이 쌓인 도서관에 들어서면서 과거로의 회상이 시작된 것이다.

하루키는 "너에게 있어 산다는 건 어떤 거야?" 벚꽃에게 묻는다.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일까?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게 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서로 껴안고, 스쳐 엇갈리고, 그게 산다는 거야. 혼자 있으면 살아있다는 걸 알 수 없어. 그런 거야. 좋아하면서도 밉고 , 즐거우면서 우울하고,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과 남과의 관계들이 내가 살아있단 걸 증명해 주는 것 같아."

사쿠라는 타인과의 관계를 맺으면서 감정을 나누며 자신이 숨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친한 친구 쿄코와 하루키를 친구로 엮어주고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고, 쿄코가 하루키를 오해하는데 해명하려면 자신의 병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말할 수 없었던 것이고, 자신이 죽고 나서도 그들이 친한 친구로 지내기를 원했던 것이다. 

하마베 미나미

겉으론 밝고 긍정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여리고 상처 받기 쉬운 자신을 감추기 위해 애써 강한 척 밝은 척하며 살아온 그녀와 관계를 맺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가던 하루키도 실은 사쿠라의 삶을 동경하고 있었고, 사쿠라 역시 하루키를 부러워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너는 강해. ....고백을 하자면 나는 네가 되고 싶어. 남을 사랑할 수 있고,남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누군가와 더 많이 마음을 나누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나는 그런 네가 될 수 있을까?....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처음 내가 이 영화의 제목에 대해서 비웃었다. 기괴스럽다고. 그러나 그 뜻은 영화를 다 본 입장에서 미안하기 그지없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속뜻은 이런 거였다.

'누군가의 신체를 먹으면 영혼이 그 사람안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다'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표현이 더디고 잘 내비치지 않는 하루키가 사쿠라에 대한 마음을 문자로 다 드러낸 것은 왠지 덤덤하게 끌고가던 길을 이탈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말야 하루키가 되고 싶어.하루키 안에서 계속 살고 싶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과거에서 관계를 맺지 않던 하루키에게 사쿠라의 존재가 현재 그의 몸안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본 영화가 내게 큰 울림이 되어 마음에 들어 앉았다. 일본영화는 날 소리내어 울게 하지는 않는다. 여운을 남긴다.

posted by 해이든 2018. 11. 10. 19:03

'완벽한 타인'이란 영화가 요즘 극장가에서 흥행의 질주를 하는 모양이다.

아직 시간적 여유를 내지 못해 가지 못하고 있는데 궁금증을 자아낸다.

한국영화가 계속 너무 흥행위주의 스토리만을 소재로 만들어내다 보니, 솔직히 영화에 대한 식욕

이 줄어들어 있는상태였다.


폭력성이나 코믹에만 집중된 상업성만을 노린 영화로 너무 뻔한 스토리.

웃음은 있는데, 감동이나 여운이 없는 영화에 돈을 지출하기 싫어졌다.

그런데 이번 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일단은 7명의 배우들이 등장....

이들은 이미 연기력에서 나름대로 인정된 자들이고, 조합면에서 색다르다.

유해진, 염정아, 이서진, 김지수, 조진웅, 윤경호, 지우

이들이 한테이블에 앉았다.

40년지기 고향친구들과 그 배우자로 구성된 7명의 인물들이 저녁식사모임에 둘러앉았다.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세상에 드러내는 삶은 서로 잘  안다고 여기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지 않는 삶, 드러낼 수 없는 삶을 다들 핸드폰에 담아놓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손에서 핸드폰을 떼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다.

핸드폰을 꼭 쥐고 사는 우리는 하루 24시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핸드폰과 모든 걸 공유하는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7명은 게임을 시작한다. 핸드폰을 공유한다.

저녁먹는 동안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이메일까지 싹 다 공유하는 거다.

다들 가볍게 게임으로 시작해서  핸드폰을 통해 비밀들이 하나둘씩 들통나면서

전혀 예기치 못한 결말로 흘러간다는 내용인 것같다.

'그 예기치 못한 결말들이 무엇일까', '누군가 내 핸드폰을 본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는 문젝 되지 않겠지만, 뭔가 있으니 영화의 소재가 될 것이고,

예측불허의 스토리가 전개될 것이 아닌가.

겉으로는 성공한 사람이고,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그들에게도 완벽한 타인이 될 결정적 위기가

 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너와 내 사이에 비밀은 없어' 그래서 친구라고 여겼던 사이..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변호사 태수(유해진)와 그의 아내역을 맡은 염정아는  

문학에 빠져있는 가정주부다.

신뢰도를 바탕으로 살아야 하는 부부사이에도 공유는 어느정도의 허용치가 존재했을까?

그럼 이 영화의 제목은 왜 '완벽한 타인'일까?

부부도 알고보면 타인이다, 친구도 알고보면 타인이다.

그럼에도 서로 친하다?

친하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하는 이들을 흔히 접한다.

친하다는 게 그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하는 건 오만이고 편견이다.

부모자식간에도 어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본다.

단지 보여지는 것을 다 안다고 판단하는 자만이 가족간에 더 강력하게 엮여있을 뿐이다.

그래서 혈연, 지연이 가져오는 상처가 더 깊이 묻히는 법이다.

관계를 맺는 건 서로에게 보여지면서 길들여진다는 것이고,

그들사이에도 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들 사이에도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필수품이 되어버린 핸드폰이 소재가 되어 이 친구들이 서로에게 공개와 비공개로 설정해놓았을

그 무언가가 우리의 상상력을 건들어 놓을 것임을 조심히 영화의 제목으로 예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전화벨이 울릴때마다 감춰왔던 비밀이 밝혀지고,

기를 맞은 그들의 표정연기가 클로즈업 되면서 카메라에 담기게 될때,

이들의 표정연기가 날 얼마나 몰입하게 만들까 하는 기대치가 있다.

우린 실생활에서도 타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화제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저사람은 변호사인데, 집에서도 와이프한테 변호사처럼 말할까,

아니면 완전 다르게 더듬거리는 건 아닐까'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하며 화제의 중심에 서고자 한다.

자의든 타의든 관계를 맺고 살아감에 있어 사람들은 누구나 실외용과 실내용, 외면과 내면 등 양면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본다.

혼자 있을때의 모습과 여럿이 있을 때 모습이 다를 것이다.

집에서는 이도 안닦고 머리도 안감고 지저분하게 있는 그저 인간에 지나지 않는 몸짓도

세상밖으로 나가면 의사요, 문학가요, 변호사의 모습으로 철저하게 무장되어 있지 않을까?

내가 의식하는 세상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든다. 명예욕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 그러할 것이다.

재미있는 스토리인것 같다. 어쩜 인간의 본성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공적인 삶에서 보여지는 그것과 사적인 삶안에 가려진 개인의 비밀을 드러다 보며

인간의 양면성의 장치가 관계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내밀게 한다.

스토리보다는 내면연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다.

사람은 누구나 비밀을 가지고 산다고 여긴다.

왠지 이 영화는 그 양면성을 드러내보자는 감독의 의도는 아닐까?

그래서 기대된다.

왠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적나라하게 놀것 같다.

그리고 표정연기로 대부분의 심리변화를 보여줄 듯 하다.

망가지는 걸 서슴치 않는 연기에 열광하는 나다. 너무 고상떠는 연기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 있어 이번 연기자들의 케미가 내심 땡기는 이유이다.